“훌륭했던 첼로 협연…아쉬웠던 단원들 무대 매너”

  • 김봉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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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0   |  발행일 2019-09-10 제23면   |  수정 2019-09-10
지난 대구시립교향악단 정기연주회
첼리스트 임희영, 최고의 무대 선사
무대 즐기지 못하는 단원 태도엔 불편
관객과 인사도 제대로 못하고 공연 마쳐

먼지 쌓인 접시에 담긴 맛있는 떡을 먹는 격이라 할까.

지난 6일 대구콘서트하우스에서 열린 대구시향 제458회 정기연주회를 친구의 권유로 함께 관람하게 되었다. 별 기대없이 갔는데 보기 드물게 인상적이고 감동적이었다. 연주곡 전체가 아니고 첼리스트 임희영의 쇼스타코비치 ‘첼로 협주곡 1번’ 협연이 아주 좋았다. 임희영(1987년생)은 현재 중국 베이징중앙음악원 교수로 있으며, 대구는 이번 무대가 처음이라고 했다.

이현세의 객원지휘로 열린 이날 연주회에서 임희영은 토마의 오페라 ‘레이몬드’ 서곡이 끝난 후 붉은 드레스를 입고 무대에 올랐다. 긴 머리를 한 예쁜 모습에 순진함이 느껴지는 매력을 발산하며 무대에 선 그녀는 경쾌와 우아함, 화려함과 격렬함이 어우러지는 선율의 쇼스타코비치 곡을 온 몸으로 함께 표현하며 연주, 곧바로 관객을 빠져들게 했다. 홀로 연주하는 3악장의 카덴차 부분은 특히 악기와 혼연일체가 된 모습으로 관객들의 눈과 귀를 사로잡았다.

연주가 끝나자 열화같은 박수가 이어지고 앙코르 곡으로 드뷔시 곡을 연주했다. 짧은 연주 후 계속되는 박수에 호응한 그녀는 다시 무대에 올라, 수줍은 모습으로 두 번째 앙코르곡으로 바흐와 헨델 중 어느 곡을 연주할 지를 물은 후 바흐의 곡을 연주했다. 두 번째 앙코르 곡이 끝나도 관객들의 박수와 열기는 전혀 식지 않았는데 대구시향 단원들이 서둘러 일어서면서, 관객과 연주자가 제대로 인사도 못한 채 무대가 끝났다.

엘가의 ‘수수께끼 변주곡’ 연주를 들은 후 첼리스트의 소감을 들어보려고 로비로 나왔다. 로비 한 쪽에 나와 있던 그녀를 발견하자 관객들은 다투어 몰려가 사진을 찍고 이야기를 나누었다. 관객들의 감동이 각별했음을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한참 후 그녀와 몇 마디 나눴다.

스스로의 연주에 대해서는 언제나 미흡하게 느끼지만 이 날 연주도 좋았다고 했다. 그리고 연주홀의 음향이 정말 좋다고 말했다. 별로 좋지 않은 악기를 사용하는데도 연주홀 음향이 좋아 연주가 더욱 빛났다며 이 같은 홀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을 만하다고 말했다. 음향이 좋아 호텔로 돌아가기 싫을 정도였다고 덧붙였다. 대구 관객의 수준도 최고라며, 서울이나 외국의 어느 도시보다 좋았다고 했다. 중간에 박수 치는 일 등이 없어 연주에 몰입할 수 있고, 끝난 뒤 반응도 너무 좋았다며 다시 오고 싶다고 강조했다. 대구시향 연주에 대해서 물어봤더니 리허설 때보다는 좋았다고 했다.

이날 연주회를 보면서 정말 아쉬웠던 점은 대구시향 단원들이 이런 협연자·관객과 어우러지지 못했다는 것이다. 첼로 독주 때도 그랬지만, 협연자의 연주가 끝나고 관객이 열화같은 박수를 보내는 분위기 속에서도 많은 단원이 무표정하고 지친 표정으로 앉아 있는 모습이 보기 좋지 않았다. 빨리 끝내고 나갔으면 하는 모습들이었다. 앙코르곡 연주가 끝났을 때는 빨리 들어가려고 악장 자리에 앉은 단원이 출입구를 바라보며 엉덩이를 몇 차례나 들었다 앉았다하는 볼썽사나운 모습까지 보였다. 관객들의 마음이 어떠했겠는가.

대구시향의 이런 모습은 이날만이 아니다. 세계적 오케스트라의 연주 모습을 보면서 떠올리는, 항상 아쉽게 느끼는 점이다. 연주를 즐기라는 대구시향 상임지휘자 줄리안 코바체프의 주문과도 거리가 먼 모습이다. 대구시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대구 관객의 각별한 사랑을 받고 있는 대구시향 단원이 보여줄 자세는 분명 아니다. 단원 자신의 발전과 행복을 위해서도 변하고 더욱 노력해야 할 것이다. 김봉규기자 bgkim@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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