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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기자 세상보기] 홍보보다 알맹이를 먼저 챙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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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진정림 시민기자
  •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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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달서구 용산동에 위치한 병암서원에서는 해마다 8월 마지막주 토요일에 고택음악회를 연다. 올해가 벌써 5회째라고 한다. 지척에 살면서도 그동안 잊어버리고 혹은 여의치 않아서 가보지 못한 고택음악회였다. 그동안 고택음악회에 다녀간 지인들과 SNS를 통해 알아본 결과 반응이 좋아서 올해는 꼭 가리라 벼르고 있었다. 절기도 딱 좋았다. 처서도 지나 가을의 전령사 귀뚜라미도 울고 아침저녁으로 선선한 바람이 부는 요즈음 올여름 무더위와 치열하게 싸운 내 몸과 마음을 고택의 고즈넉한 분위기 속에서 음악으로 보상받고 싶었다.

오프닝에 이어 내외빈의 소개와 인사말이 이어졌다. 그리고 빠지지 않는 구호. “신청사유치는~” 하면 “달서구두류정수장~”이라는 구호를 외치고 공연은 시작됐다. 지난 4월 북소리축제, 5월 장미꽃필(feel) 무렵 축제, 6월 와룡공원 와룡민속한마당축제, 그리고 웃는얼굴아트센터에서 열리는 ‘화요인문학특강’ 등 여러 축제에 참석하면서 수없이 달서구신청사유치영상물과 ‘달서구 두류정수장’ 구호를 외쳐온지라 이제 마음을 가다듬고 공연에만 집중하기로 했다.

3팀의 공연이 있었는데 그 어디에도 고택음악회에 특화된 공연은 없었다. 굳이 꼽으라면 퓨전국악밴드의 국악민요 정도에서 고택음악회의 분위기를 살짝 느꼈다고나 할까. 그러니까 그러한 공연들을 굳이 고택음악회라는 이름을 붙일 필요가 있을까 라는 의구심이 들었다.

물론 공연하는 팀들은 앙코르곡까지 충실히 준비했고 마지막까지 자신의 임무에 충실했다. 하지만 공연하는 장소와 콘셉트에 부합하는 공연이라는 생각보다 어디에서나 볼 수 있는 공연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행사를 주최하거나 후원하는 팀에서 행사의 질보다는 달서구 신청사 유치에 더 무게를 두었다는 느낌이 들었다. 다음팀 공연을 준비하는 사이에 진행자가 삼행시를 짓겠다기에 운을 띄웠는데 역시나 뻔한 신청사유치에 관한 삼행시였다.

필자의 고택음악회에 대한 기대치가 너무 컸을까 싶어 현장에 참석한 여러 사람에게 물어봤다. 3년째 이곳 고택음악회에 참석한다는 한 주민은 “올해가 특별히 기대치에 못 미쳤다”고 하면서 “내년에도 올해 수준이면 오지 않겠다”고 했다.

또 다른 주민은 멀리 계시는 부모님을 어렵사리 모셨는데 좀 미안한 마음이 든다는 반응이었다. 그리고 또 다른 주민은 그동안 고택음악회에 대한 여운이 너무 좋아 지인을 불렀는데 마침 오지 않아 다행이라고 했다.

요즘은 공연이나 축제가 많다. 그래서 축제를 즐기는 주민들의 눈높이도 높아져 있다. 올 연말까지는 어쩔 수 없이 지자체마다 신청사유치에 대한 관심을 유도하는 홍보가 많을 것이다. 그러나 신청사유치에 대한 홍보만큼이나 수준 높은 축제준비도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래야 홍보에 동원됐다는 생각이 조금이라도 덜 들 것이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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