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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연휴 독서삼매경에 빠져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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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노진실기자
  • 2019-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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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인즈버그, 오하이오’단편 속 풍자

‘한나 아렌트’정치철학자 삶 다뤄

‘걸리버 여행기’인간과 사회 풍자

요즘 대한민국의 정치·사회 상황을 살펴보면 마치 드라마나 영화에서 봤던 장면들이 오버랩되는 것 같다. 현실이 드라마인지, 드라마가 현실인지 잘 분간이 안될 정도다.

극심한 진영논리에다 정치권의 정파 싸움으로 세상이 시끄럽고, 건전한 비판과 논쟁은 찾아보기 힘들다. ‘네편, 내편’이 있을 뿐이다. 계급사회는 더욱 공고해지고 합리화되는 분위기다.

이 같은 정치·사회적 분위기를 잠시 잊게 하는 것은 역시 풍자와 비판, 철학일 것이다. 역사적으로 사회가 혼란스러울 때, 혹은 한 단계 더 성숙해지려 할 때 풍자 문학이 발달하곤 했다.

짧은 추석 연휴에 읽기 좋은, 풍자와 비판 그리고 철학이 담긴 신간들을 소개한다.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셔우드 앤더슨 지음/ 박영원 옮김/ 새움)

“톰 윌라드는 마을 정치에 대한 열정을 갖고 있었으며 수년 동안 공화당 색채가 강한 지역 사회에서 선두적인 민주당원이었다. 그는 혼잣말로 언젠가는 정치의 흐름이 자신에게 호의적으로 바뀔 것이며 수년에 걸친 비효율적인 봉사활동에 대한 보상이 수여될 때는 크게 인정받을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그는 국회에 나가는 것을 꿈꾸었고 심지어 주지사도 꿈꿨다…. ‘내가 여기서 한 일을 봐. 민주당원이 되는 게 곧 범죄였을 당시에 여기 와인즈버그에서 난 민주당원이었어.’”

미국 와인즈버그라는 곳에서 호텔을 운영하는 톰 윌라드라는 인물에 대해 소개하는 구절이다. 이 구절만 봐도 그의 캐릭터를 미루어 짐작할 수 있다. 권력욕 강한 인물과 정치라는 것의 이해관계를 상징적으로 묘사했다.

1876년 미국에서 태어난 소설가 셔우드 앤더슨의 대표적 작품인 ‘와인즈버그, 오하이오’의 새 번역서가 지난달 22일 발간됐다.

산업화가 시작된 1910년대 미국 오하이오주의 작은 마을 와인즈버그를 배경으로,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가 저마다의 단편에 담겼다. 마을 사람들의 이야기는 때로는 외롭고, 시니컬하고, 기이하고, 우스꽝스럽다. 100년 전에 쓰여진 이야기가 지금 현재와 크게 다를 것 없다는 느낌도 들게 한다. 특히 책 중간중간에 한번씩 툭 던지는 듯한 풍자를 발견하는 것은 이 책을 읽는 또 다른 묘미다.

◆한나 아렌트(알로이스 프린츠 지음/ 김경연 옮김/ 이화북스)

불법만 아니면 다 괜찮은 걸까. 법치주의 사회에서 법을 지키는 것은 기본이겠지만, 권력자들의 모습을 볼 때면 가끔 궁금해진다. 과연 법만 어기지 않았다고 윤리와 도덕성도 담보될까. 정치세력이 주장하는 선(善)의 개념은 모두 올바른 것인가. 이런 혼란 속에 필요한 것이 바로 ‘철학’이 아닐까.

여기, 스스로 생각하고 양심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고 강조한 인물이 있다. 독일 태생의 유대인 철학자인 한나 아렌트(1906~1975)다.

이달 초 발간된 이 책은 ‘전체주의의 기원’ ‘예루살렘의 아이히만’ 등의 저서를 남기고, 그 유명한 ‘악의 평범성’을 찾아낸 한나 아렌트의 삶과 사상에 대해 쓴 전기다.

뮌헨 대학에서 철학과 정치학, 언론학을 공부한 독일의 대표적 전기 작가인 알로이스 프린츠가 책을 썼다. 책은 ‘헌신과 이성’ ‘마지막 도피처 마르세유’ ‘근본악’ ‘노동의 피안’ ‘아이히만, 그러나 끝은 아니다’ 등 22개의 챕터로 나눠 한나 아렌트의 삶을 탐색한다.

그녀에 대해 묘사한 구절이 흥미롭다.

“당신은 누구입니까.” 그녀는 한 회의에서 이런 질문을 받았다. “보수주의자입니까. 자유주의자입니까.” 한나 아렌트는 이렇게 대답했다. “모르겠습니다. 정말 모릅니다. 과거에도 그것을 안 적은 없었습니다.”

◆걸리버 여행기(조너선 스위프트 지음/ 이종인 옮김/ 현대지성)

‘동물농장’ ‘1984’의 조지 오웰이 극찬했다는 대표적 풍자문학 작품이다. 우리에게 걸리버 여행기는 원작의 풍자 내용을 많이 삭제한 아동용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이달 초 발간된 이 책은 완역본이다.

책에서는 걸리버의 환상적인 모험담을 통해 당대의 정치사회와 인간문명을 통렬하게 비판한다. 스위프트는 “이 작품의 의도는 세상 사람들을 즐겁게 해주려는 것이 아니라 화나게 만들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옮긴이는 저자 스위프트가 걸리버 여행기를 통해 전하고자 한 메시지에 대해 이렇게 설명한다. “인간사회가 지금처럼 겉으로는 이성적인 척하면서 속으로는 온갖 비이성적인 행동을 하는 것을 중지해야 한다는 것이다. 스위프트는 사람이 비이성적으로 행동하는 것은 자유가 없기 때문이라고 봤다. 다시 말해 도덕률을 엄격하게 지키지 않기 때문이라고. 얼핏 자유와 도덕은 서로 배치되는 것처럼 보이지만, 자유는 실은 자기 마음대로 행동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옳다고 생각하는 바를 실천하는 것이다.”

노진실기자 know@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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