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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대구로에서] 절차적 민주주의와 도시생존 문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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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1


대구 군공항 이전과 신청사

합의 가능성 끈 놓아선 안돼

국방부와 공론화위원회가

갈등과 충돌 막는 역할 해야

공론 민주주의의 과정 원활

최수경 사회부 차장
지난 9일 문재인 대통령이 조국 법무부 장관 후보자에게 임명장을 과감하게(?) 건넸을 때 속으로 아차 싶었다. 온 나라를 떠들썩하게 한 이른바 ‘조국 사태’가 추석 차례상 화두까지 점령할 것 같아서다. 지역 최대 현안이자, 시민참여가 중대역할을 할 대구 군공항(K2) 최종 이전지 및 대구시 신청사건립지 결정방식에 대한 ‘혈족간 진솔한 대화’는 뒷전으로 내몰릴 공산이 커진 것이다. 하지만 도시 미래발전의 구심점이고, 연내 매듭을 지어야 하는 시간싸움과도 결부된 이 의제들은 추석때 어떤 식으로든 폭넓게 회자돼야 한다. 정답은 없지만 추석민심 속 ‘묻지마 설전’그 자체는 사회적 공감대 형성의 출발선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작지 않다.

의사결정과정은 이미 절차적 민주주의 트랙 위에 올려졌다. 상생(相生)을 위한 소통·합의·양보 그리고 결과에 대한 승복까지 고귀한 민주적 가치요소들이 발현될 멍석은 마련된 셈이다. 현실은 그리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K2 이전지 결정 트랙에선 이해 당사자인 대구시·경북도·군위군·의성군 그리고 국방부가 이전지 선정기준안 마련을 놓고 수차례 회의를 했지만 합의를 했다는 낭보는 들려오지 않는다. 일부 공무원 사이에선 “이런 협의를 계속 진행해야 하는지 회의가 든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그도 그럴 것이 통합 신공항을 품에 안기 위해 K2 이전도 기꺼이 수용하겠다고 나선 군위·의성군은 이른바 ‘인구소멸 위험지역’이다. ‘인구=도시경쟁력’으로 통하는 시대에 향후 지도상에서 도시 자체가 사라질 수 있다는 위기감이 팽배해 있다. 공항유치를 통해 어떻게든 인구를 불려야 한다며 독기를 품고 있다. 그야말로 생존 경쟁이다. 여기에 ‘의견이 다르면 잠시 미뤄두고, 의견을 같이 하는 것부터 협력한다’는 구존동의(求存同異)적 태도가 비집고 들어갈 틈은 보이지 않는다. 국방부는 그래도 지자체 간 합의를 원한다. 불현듯 2017년 국방부가 4개 지자체장이 예비이전후보지 2곳(군위 우보면, 의성 비안면·군위 소보면)중에서 한 곳을 이전후보지로 정하는 일을 사전 합의해오면 적극 반영하겠다고 한 상황들이 스쳐갔다. 당시 결과는 허망했다. 이견이 좁혀지지 않자 국방부는 어쩔 수 없이 2곳 모두 이전후보지 목록에 올렸다. 각 지자체장은 ‘분노 게이지’수치만 잔뜩 올라갔고, 갈등·분열의 씨앗은 계속 상존하게 됐다.

신청사 건립지 결정은 또 어떤가. ‘노른자위 땅’이지만 장시간 용처를 찾지 못한 채 방치된 부지에 시청사를 유치, 주변 개발을 함께 도모하려는 4개 기초단체 간 물밑 경쟁과 견제가 치열하다. 도시 경쟁력을 강화시킬 수 있는 초대형 호재를 손에 거머쥐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해당 기초단체 공무원 대부분이 유치활동에 매달릴 정도로 사활을 걸고 있다. ‘행정력 낭비’라는 비판도 달게 받게 됐다는 분위기다. ‘시청 소재지’라는 도시 타이틀을 얻기 위한 ‘투쟁같은 유치 경쟁’은 애처롭기까지하다. 2006년과 2010년에 신청사 건립용역을 추진하다 연거푸 좌절을 맛 본 대구시 또한 절박하다. “이번엔 다르다”며 걱정을 붙들어매라고 한다. 시의회 조례 제정을 통해 관리감독 기구인 ‘신청사건립추진 공론화위원회’를 출범시켰고, 무작위로 선정되는 시민평가단(250명)이 학습-토론과정을 거쳐 입지를 결정하는 공론(숙의) 민주주의형태 의사결정방식 도입에 큰 기대를 거는 눈치다. 협의를 근간으로 하는 절차적 민주주의적 의사결정은 신뢰감을 주고 공정한 결과를 낳을 개연성이 높지만, 이해 당사자의 생존 욕구 앞에선 필연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이럴수록 중심을 잘 잡아야 한다. 일단 탈락지에 대한 강력한 인센티브 등으로 합의 가능성에 대한 끈을 놓아선 안된다. 그래도 합의가 힘들다면, 결정해줘야 할 위치에 있는 기관들이 매조지하는 수밖에 없다. K2이전에선 국방부가, 신청사 건립에선 공론화위원회가 그 역할을 해야 한다. 사족을 달면, 국방부는 북한 미사일발사 정국 속에서도 K2 이슈를 정책우선 순위에 확실히 올려 놓고 고민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공론화위도 호시탐탐 ‘결정연기’를 외치는 지역 정치권으로부터 든든한 울타리가 돼줘야 한다. 지역에서 진행되는 공론 민주주의 형태의 의사결정과정을 지켜보는 눈들이 많다. 지역의 자존심이 걸린 문제다. 온정주의에 이끌려 머뭇거리면 아까운 시간만 계속 흘러간다. 최수경 사회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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