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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칼럼] 조국 사태로 새롭게 읽는 논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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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1


반대세력의 비난받은 공자

악자한테선 사랑을 안받고

미움 받는 것을 당연시 여겨

용기만 있고 무례한 자들과

꽉 막힌 사람들 경계 메시지

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공자에 대해 여러 해묵은 오해가 있지만 그 중 제일 잘못된 것 하나를 꼽으라면, 공자가 현실 감각도 없이 도덕군자와 예법이 지배하는 이상향을 꿈꿨다고 여기는 것이다. 온갖 지저분한 비방과 인격살인이 난무하는 살벌한 정치판에서 산전수전을 겪으며 터득한 현실감각을 공자가 지니고 있었음을 보여주는 다음과 같은 구절은 논어에서 쉽게 찾아 볼 수 있다.

자공이 이렇게 물었다. “온 국민이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어떤가요?” 공자가 답했다. “글쎄다, 아직은.” “온 국민이 미워하는 사람이라면 어떤가요?” “글쎄다, 아직은. 국민 중 선한 사람들이 좋아하고, 악한 자들이 미워하는 그런 사람만은 못하겠지.”(자로, 13.24)

법무부 장관으로 지명된 조국 후보자에 대해서 지난 한달 동안 엄청난 분량의 언론 보도가 쏟아져 나왔다. 대부분은 후보자나 그 가족의 윤리성에 의혹을 제기하면서 조국, 그의 자녀, 부인, 동생, 돌아가신 아버지, 살아계신 어머니, 심지어는 이혼한 제수씨 또는 무슨 5촌 조카 등이 알고 보니 위선적이고 파렴치한 인생을 살아온 자들이었다는 식으로 의혹을 제기해 보려는 것이었다. 그 와중에 검찰까지 가세하여, 상식적으로 도저히 검찰권 행사의 정당한 대상이라고 보기도 어려운 후보자 딸의 고등학생 시절 일거수일투족에 대해서까지 압수 수색이라는 강제 수사 권한을 남용해 가면서 후보자와 그 가족을 노골적으로 압박했고, 수사 과정에서 입수한 자료를 언론과 야당 의원에게 흘리는 범죄 행위를 저질렀다는 의혹을 사고 있다. 일부 언론이 검찰, 야당과 한 몸이 되어 쏟아낸 허위 보도, 왜곡 보도, 악의적 제목 뽑기 등의 사례는 향후 한국 언론의 사인(死因)을 규명하는 데 사용될 소중한 자료로 남을 것이다.

야당, 그리고 후보자의 아내를 무작정 기소한 검찰은 어떻게 해서든 조국 후보자를 “온 국민이 미워하는 사람”으로 만들기 위해 모든 자원을 동원했고, 언론은 이들의 시도를 열심히 받아적어 보도를 쏟아냈다. 하지만, 사정기관이나 정치세력이 여론을 ‘마사지’하여 만들어 낼 수 있는 파렴치한 비방과 조롱, 인격살인의 처참한 현실을 공자는 잘 알고 있었음이 분명하다. 그러니 “온 국민이 모두” 미워한다거나 좋아한다는 식으로 형성되는 여론의 광풍에 휩쓸리지 말도록 경고하는 것이다. 데스크의 지령에 따라 움직이는 언론이 한목소리로 후보자와 그 가족에 대한 마녀사냥을 일삼는 동안, 다행히도 독자들은 인터넷, SNS 등 대안 매체를 통하여 언론 보도에 대한 검증(팩트 체크)을 수행했고, 과연 선한 사람들이 그를 미워하는지, 악한 자들이 그를 미워하는지를 각자 최선을 다해 판단하려 노력했다.

공자 자신도 당시 그를 반대했던 세력으로부터 엄청난 비난과 비방을 받았다. 예를 들어, 공자가 실은 ‘더럽고 사악한 사기꾼’이고, 끊임 없이 반란을 모의하고, 역모를 선동하는 불온 세력이라거나(묵자, 非儒下 8), 공자의 무리들은 매끄러운 말로 사람을 현혹하여 법망을 빠져나가고, 오만하여 자기 입장만을 내세우고, 떠돌아 다니며 사람을 선동한다는 등의 비난(사기, 공자세가, 10)이 바로 그것이다. 이런 비난에 대하여 공자는 악한 자들이 자기를 미워하는 것이야 당연하고, 악한 자들의 사랑을 받는 사람이 돼서는 안된다는 태도를 취한 것이다.

반대 세력이 교묘하게 제기하는 비난과 비방에 대하여 해명을 해야하거나 해명하기도 애매한 상황에 처하게 되면, 물론 본인은 울화가 치밀 것이다. 다음 구절에서 보듯이 공자는 솔직하고 직설적으로 대답하는 사람이었다. 자공이 이렇게 물었다. “고귀한 군자도 미워하는 것이 있습니까.” 선생님이 이렇게 대답했다. “미워하는 것이 있지. 다른 사람의 약점을 들춰내서 떠드는 자를 미워하고, 저속하게 살면서 고귀한 자를 헐뜯는 자를 미워하고, 용기만 있고 무례한 자를 미워하고, 과감하기만 하고 꽉 막힌 자를 미워하지.” (양화, 17.24) 아마도 요즘 정국에 공자가 다시 왔다면, 미워할 사람들이 꽤 많이 눈에 띄었을 것이다.김기창 고려대 법학전문 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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