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도 장례식장도…죽어서도 외면받는 무연고사망자

  • 서민지
  • |
  • 입력 2019-09-12 07:23  |  수정 2019-09-12 07:23  |  발행일 2019-09-12 제6면
20190912

警, 연고자 못찾으면 구·군 인계
친지 찾아도 빈곤이유 인수거부도
지자체 지원비용 75만원이 최대
추가비용은 장례식장이 떠안아야
공설 우선사용 가능…대구엔 없어


추석연휴가 시작되면서 성묘 행렬이 줄을 잇고 있지만 한편에서는 죽어서도 외면받는 사람들이 있다. ‘무연고 사망자’들이다.

대구의 무연고 사망자는 급증하는 추세다. 11일 반빈곤네트워크의 무연고 사망자 집계에 따르면, 대구의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4년 33명에서 지난해 11월 124명까지 급증했고, 이 중 83명(75%)이 기초생활수급자였다. 구·군별로는 동구(27명), 북구(22명), 달서구(21명) 등 순이었다. 전국적으로도 같은 흐름이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전국의 무연고 사망자 수는 2013년 1천271명에서 2017년에는 2천10명까지 급증했다.

이렇게 무연고 사망자 수는 갈수록 늘고 있지만, 무연고 묘나 납골함 수 등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다. 정부도 현실적으로 파악하기가 불가능한 탓에 무연고 사망자의 수가 늘고 있는 것을 보아 무연고 묘 등도 늘고 있다고 짐작할 뿐이다.

무연고자가 변사나 사고사를 당하면 경찰 수사 후 장례식장에 시신수습을 의뢰하게 되고, 경찰이 연고자를 찾지 못하면 구·군으로 인계된다. 무연고자가 병원에서 사망한 경우에도 비슷하다. 우선 장례식장으로 시신을 안치시킨 후 병원과 장례식장에서 연고자와 연락을 시도하는 등 같은 과정을 거치게 된다. 그럼에도 끝내 연고자가 없으면 구·군청이 그를 무연고자로 확정하고, 연고자가 있어도 생활의 빈곤, 가족 불화 등을 이유로 시신 인수를 거부하면 무연고자로 처리된다.

이 과정을 거쳐 화장된 시신은 ‘장사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매장·화장돼 10년간 봉안된다. 이 기간이 지나도 인수되지 않는 시신은 공원묘지 등에 집단 매장되거나 수목장 등의 자연장으로 처리된다. 하지만 장례비용으로 지자체에서 지원되는 비용은 75만원이 최대다.

이런 탓에 장례식장들은 이들을 반기지 않는다. 이들을 안치시키는 역할을 맡은 장례식장이 75만원 이상의 추가비용은 떠안아야 하는 구조 탓이다. 특히 연고자를 찾는 과정이 길어지면 추가적으로 발생하는 시신안치비용이나 기타 비용 등은 고스란히 장례식장의 몫이다.

경찰관계자는 “시신을 통상 8일 정도 위탁을 의뢰한 장례식장에 두지만, 원칙적으로는 행려병사자는 30일까지 시신을 보관할 수 있게 돼 있다”고 말했다. 때문에 규모가 작은 장례식장의 경우에는 무연고자 시신 인수를 꺼리거나 받지 않는 상황도 생겨나고 있다.

지역의 한 장례식장 관계자는 “유족도 없는 상황에서 추가 비용을 누구에게 받겠나. 비용이 더 들어가게 되면 장례식장 손해”라며 “규모가 큰 대학병원 장례식장 등에서는 비용 걱정이 적어 그런 경우가 잘 없지만, 작은 장례식장은 그 비용도 무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렇게 죽어서도 외면받는 이들을 위해 보건복지부는 2016년 무연고 사망자 등 취약계층을 위한 공설장례식장 이용기준을 마련했다. 공설 장례식장을 이용할 수 있는 대상을 지자체 조례로 정해, 사설 장례식장 비용이 부담스러운 무연고 사망자·독거 노인·기초생활수급자 등이 우선 사용할 수 있도록 배려하겠다는 취지였다.

하지만 제도 도입 3년여가 지난 11일 현재, 대구시 소재 장례식장 중 공설은 단 한 곳도 없다. 대구 지역 내 장례식장 57곳 모두 병원 장례식장이거나 사설 장례식장이다.

대구시 관계자는 “주민 반대로 장례식장 건립 자체가 힘들고, 공설 장례식장은 종합장사시설 안에 생기는데 대구는 종합장사시설도 없을뿐더러, 시에서 출자한 대구의료원에서 운영하는 장례식장이 있다보니 굳이 만들 필요가 없었다”고 해명했다.

서창호 반빈곤네트워크 집행위원장은 “무연고 사망자 문제는 단순한 문제가 아니라 복지제도 전반의 문제점이나 노인 빈곤 문제 등이 얽혀있는 복합적인 사회적 문제”라며 “대구시 무연고 사망자가 갈수록 늘고 있는 만큼 지자체 차원의 구체적인 대안 마련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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