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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윤의 과학으로 따져보기] 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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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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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이 먼저일까? 달걀이 먼저일까? 여러분은 어느 쪽인가?

‘닭이 있어야 달걀을 낳지 않나요?’ 하고 닭을 주장하면 ‘달걀에서 난 병아리가 자란 게 닭’이라고 달걀 쪽에서 반박한다. 토론은 말싸움일 뿐 더 이상 진행되지 않는다. 그럼 인터넷에서 검색하면 안 될까? 미안하지만, 인터넷을 검색해도 마땅한 답이 없으니 우리가 생각해보기로 하자.

이 문제 풀이를 위해 먼저 해야 할 일은 닭과 달걀이라는 단어를 정의하는 것이다. 어떤 분야를 처음 공부할 때, 그곳에서 사용하는 용어를 정확히 알고 익혀야만 한다. 매번 검색을 하면서 공부할 수는 없다. 그래서 외우는 일도 중요하다. 표준국어대사전은 닭을 ‘꿩과의 새로 원래는 인도, 말레이시아 등지의 들꿩에서 온 것’이라 하고 달걀은 ‘닭이 낳은 알’로 정의한다. 이 사전에 따른다면 닭이 먼저인 셈이다. 영어로 egg는 ‘암컷 새가 만들고 새끼 새가 들어 있는 타원형 물체’라고 정의해서 답을 피하고 있다. 만약 달걀을 ‘닭이 낳은 알’로, 닭은 ‘달걀에서 나온 새’로 정의한다면 닭과 달걀의 정의는 서로 순환논증의 오류에 빠진다. 마치 ‘순희네 집이 어디냐?’하면 ‘영희집 뒤에 있다’고 답하고, ‘그럼, 영희네 집은 어디냐’고 물으면, 당연히 ‘순희네 집 앞에 있다’고 말하는 것 같다.

과학뿐 아니라 모든 토론은 먼저 사용할 용어를 정의하고 합의한 후에 시작해야 한다. 이야기하는 도중에 개념이 바뀌거나 서로 다른 의미로 사용하게 되면 토론은 이상하게 되어버린다. 내용은 같아도 국민학교가 초등학교로 바뀌거나, 떡국처럼 국물재료가 꿩 대신 닭을 쓰게 되어 맛과 내용이 바뀐 경우도 있다. 예를 들어 ‘엄마가 딸을 낳고, 그 딸이 자라 엄마가 되어 딸을 낳았다’면 앞, 뒤의 딸이 말은 같아도 어떻게 다른지 잘 알 것이다. 단어가 같다고 해서 내용이 항상 같은 것은 아니다. 언어의 성질 때문에 우리가 착각하고 혼란을 겪는 것이다. ‘달걀에서 닭이 나오고, 그 닭이 달걀을 낳는다’에서 앞뒤의 달걀이 말은 같아도 생물학의 입장에서 보면 서로 다른 부모, 서로 다른 유전자를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다.

그렇다면 무엇을 닭이라 정의할 것인가? 닭을 진화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면 야생의 꿩이 변화해서 어떤 순간 닭이라는 정의에 맞게 되었다고 본다. 유전적으로 ‘닭과 닭 아닌 것’을 구분하는 DNA정보가 정확히 있다고 하자. 어느날, 야생꿩 암수가 교미해서 정자와 난자가 만나 새로운 수정란이 만들어지는 순간, 진정으로 닭의 정의에 맞는 최초의 유전자가 만들어졌을 것이다. 암꿩이 그 수정란을 알로 낳는다. 꿩이 ‘닭의 유전자를 가진 알’을 낳는 것이다. 이 알에서 병아리가 나와 자라면 비로소 우리는 최초의 ‘닭’이라는 모습을 확실히 보게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화의 입장에서 ‘닭의 유전자’가 최초로 나타나는 순간은 닭이라는 새의 모습이 아니라 알의 형태라고 말할 수 있다. 다른 의견이 있을 수 있겠지만 과학에서 내린 결론은 달걀에 무게가 실린다. 이렇듯 어떤 일을 생각할 때 용어를 잘 정의하고 어떤 제한점이 있는지를 살피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대구 경운중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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