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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40칼럼] 조국 논란과 대학입시 제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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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09-17


학종 손본다고 해결이 될까…

대학간판 집착이유 찾아야

그러지않으면 매번 땜질식

보통-고등교육 근본 성찰로

대학교육부터 전면 혁신을

결국, 조국 장관이 임명되었다. 그를 둘러싼 숱한 의혹이 정치권과 언론에서 제기되었고, 여론도 극도로 갈렸지만 검찰개혁을 비롯한 사법개혁을 완수할 적임자로 그가 유일하다는 문재인 대통령의 의지는 꺾지 못했다. 이번 사태에서 특히 수많은 젊은이가 분노한 대목은 조국 장관 딸이 대학입학에서부터 의학전문대학원 진학까지, 우리 사회의 보통 젊은이는 결코 누려볼 수 없는 혜택을 입었다는 것이다.

특히 논란이 되었던 일은 조국 장관의 딸이 대학에 진학한 과정이다. 그가 한영외고 재학 시절이었던 2008년 단국대에서 단 2주간 인턴 생활을 하고 의학 논문의 제1저자로 등재되었고, 그게 그가 고려대에 진학하는 데 결정적인 도움을 주었으리라는 의심이 제기되었다. 그 시점은 입학사정관제도가 본격적으로 가동되기 시작했던 때다. 미국에서 널리 활용되는 이 제도를 2007년에 도입한 취지는 아이들의 창의성과 잠재력을 다각도로 평가해 어느 한 가지만 잘해도 대학에 갈 수 있는 길을 열어준다는 것이었다. 물론 사교육 시장과 정보에 밝은 학부모는 발 빠르게 대처했다. 온갖 수단을 동원해서 논문과 자기소개서, 봉사활동, 동아리 활동으로 구성된 비교과 영역의 포트폴리오를 만들어냈다. 조국 장관의 딸이 논문을 쓴 게 바로 이런 숨가쁜 움직임 가운데 일어난 일이었다.

조국 장관의 딸이 이용했던 입학사정관 제도는 결국 뿌리 내리지 못했다. 면접 과정에서 입학사정관들의 비리가 밝혀지면서 이 제도는 학생부종합전형으로 대체되었다. 정부는 교외 수상이나 어학성적처럼 학생이 학교 바깥에서 성취한 실적은 평가항목에서 배제하기로 결정했다. 학생부종합전형이 도입된 이후에도 이 제도가 사교육의 혜택을 온전히 누릴 수 있고 정보에 밝은 부모를 둔 학생에게만 유리하다는 비판이 꾸준히 제기되어 제도는 계속해서 조금씩 수정되었다. 대외 활동은 평가 항목에서 점점 더 배제되었고, 교내 수상 실적이나 동아리활동 성과를 활용하는 일도 줄어들었다. 그러다보니 원래 입학사정관제도와 학생부종합전형을 도입한 취지, 그러니까 특정 비교과영역에서 탁월한 성취를 보인 학생을 대학에 보낸다는 뜻은 뒷전으로 밀려나버렸다. 그러면서도 학종의 공정성에 대한 시비는 끊이지 않았다.

그러면 많은 이들이 주장하는 것처럼, 수능 점수만으로 대학에 진학하는 정시를 확대하는 게 해결책이 될 수 있을까. 조국 장관의 딸 문제가 불거지면서 문재인 대통령은 대학입시 제도 전반을 본격적으로 재검토하라고 했고, 교육부는 정시 확대가 아니라 학종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제고하는 방안을 제시하겠다고 답한 바 있다. 교육부가 내놓은 답은 이해할 만하다. 정시 확대로 누릴 수 있는 혜택은 초등학교 때부터 강도 높은 사교육에 의지해 끝없이 선행학습과 문제풀이를 되풀이해온 일부 상위권 학생, 특히 특목고와 자사고 학생들에게 돌아갈 것이므로 교육과 사회적 불평등 문제는 전혀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니 말이다.

그렇다고 지금 같은 학종을 조금 손보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을까. 쉽지 않을 것이다. 이 문제를 이야기할 때 보통교육과 고등교육이 감당해야 할 제 역할을 근본적으로 재검토하지 않기 때문이다. 우리 대학은 정확히 어떤 역량을 갖춘 학생을 원하는가. 그걸 정확히 모른다. 그렇기 때문에 모두가 불공정하다고 떠드는 것이다. 지금 우리 대학은 모두 세계가 요구하는 수준의 교육을 제공하고 있는가. 그렇지 않기 때문에 시장은 대학 간판에 의존하려는 유혹에 빠지게 된다. 이걸 막으려면 대학교육을 전면적으로 혁신해야 한다. 이런 물음에 답을 내놓지 못한다면 대학입시제도 개혁은 앞으로도 새로운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땜질을 되풀이할 것이다. 그 사이 우리 고등학생들은 사교육과 반복되는 문제풀이와 잡다한 비교과활동에 억눌린 채 정작 21세기 인재에게 필요한 역량은 갖추지 못하고 말 것이다. 그러니 이제라도 교육계는 물론 전 사회가 문제의 핵심, 그러니까 보통교육과 고등교육의 근본을 재성찰해야 한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입시제도에 대한 논의는 여기서 출발해야 한다.

김대륜 (디지스트 기초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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