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전 구제역 끔찍했는데…소독 말고는 할게 없어”

  • 피재윤·마창훈·유시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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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8 07:30  |  수정 2019-09-25 11:43  |  발행일 2019-09-18 제3면
ASF 국내 첫 발병…경북 양돈농가 패닉
20190918
경기 파주에서 ASF가 발생하자 17일 오후 안동 와룡면 양돈단지 농장 관계자들이 석회를 뿌리며 유입 차단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안동=피재윤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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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에서도 아프리카돼지열병(ASF)이 발생하자 경북 양돈농가들이 초긴장 상태에 돌입했다. 특히 2010년 구제역 파동을 겪은 안동 서현 양돈단지는 그야말로 패닉상태다. 17일 오후 안동 와룡면 서현 양돈단지는 입구에서부터 적막감과 함께 긴장감이 감돌았다. 도로를 오가는 차량은 보였지만 농장으로 출입하는 차량은 찾아볼 수 없었다. 농장 입구에는 농장 관계자들이 오전에 이어 오후에도 석회를 뿌리며 ASF 유입차단에 나서고 있었다. 9년 전 끔찍했던 구제역 파동을 겪은 터라 경기 파주 농장과 역학관계는 없지만 선제 대응에 나선 것이다.

안동·의성·군위·영천 농장주들
긴장감 속 바이러스 차단 先조치
입구에 석회 뿌리고 출입도 통제
지인들과 모임조차 극도로 꺼려


A농장 관계자는 “국내 ASF 발병 소식에 깜짝 놀랐다. 북한, 중국, 필리핀, 베트남 등에서도 발생했지만 시간이 많이 흘러 국내는 안전할 줄 알았다”며 “ASF는 공기 중으로 전파되는 것이 아니라 사람 접촉이 있어야 발생하는 것으로 알고 있는데 국내에 유입됐다니 당황스럽고 걱정이 앞선다”고 했다. 그는 “백신이나 치료제도 없어 농가는 소독 말고는 아무것도 할 게 없다. 농장 입구에 석회를 뿌리고 내외부 사람 모두 출입을 통제 중”이라고 했다. 안동에서는 60농가에서 11만5천95두의 돼지를 키우고 있으며 서현 양돈단지에만 8농가에서 2만37두의 돼지가 사육되고 있다.

대규모 양돈농가가 밀집한 의성과 군위지역도 폭풍 전야와 같은 적막감이 맴돌고 있었다. 의성군은 이미 지난달 23일 양돈농가를 대상으로 ASF 발생정보 및 방역조치사항을 전파하는 한편, 개별 농가에 비상행동수칙 안내문을 우편으로 발송하는 등 예방 차원의 초기 방역과 홍보활동에 주력하고 있다. 또 같은달 28일에는 소독약 800㎏을 구입해 일제소독에 나서는 등 방역 지원에 나서고 있다. 공동방제단도 구성해 농장 주변 등 방역 취약지역을 중심으로 방역작업을 마쳤다. 이 때문인지 이 지역 양돈농가 반응은 비교적 차분한 편이다.

의성군 단촌면에서 돼지농장을 운영하는 최상식 자유농장 대표(52)는 “방역당국의 일시이동중지명령 발동령에 따라 농장밖 출입을 금지했다”면서 “양돈농가들 사이에는 ‘결국 (ASF) 들어올 것이 왔다’는 생각이 지배적이다. 우리 입장에서는 확산하지 않길 간절히 바랄 뿐”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사실 방역당국은 물론 농가 입장에서는 생존이 달린 문제인 만큼 ASF 유입차단에 모든 힘을 쏟고 있다”면서도 “결국 눈에 보이지 않는 바이러스와의 싸움에서 사람이 지고 말았다”고 허탈한 심경을 드러냈다.

군위군도 방역 등 예방을 위한 초동조치에 두 팔을 걷어붙이고 사태를 예의주시하고 있다. 홍여흠 대한양돈협회 군위군지부장(65)은 “그러잖아도 돼지값이 하락해 양돈농가가 힘든데 우려가 현실로 닥치니 그저 황망할 따름”이라면서 “갑작스러운 이동 금지로 개인적인 모임은 물론, 농장에 필요한 백신이나 소독약 등을 공급하는 사람과의 접촉마저 원활치 않아 답답하다”고 했다. 이어 “질병을 막을 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발병할 경우 살처분 외에는 마땅한 방법이 없다. 그러나 인체에는 전염되지 않는 질병으로 알고 있다”며 근거없는 괴소문 확산으로 인한 양돈농가의 피해를 경계하는 분위기였다.

경북 최대 양돈지역인 영천에서도 농가마다 외부인 출입을 통제하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발병 소식이 전해지자마자 오전 1곳, 오후 2곳의 양돈농가를 찾았지만 농장주들은 농장 출입은 물론 만남조차 꺼리며 극도로 긴장감을 나타냈다. 몇몇 농장주는 전화통화에서 “일단 무조건 외부인 출입차단에 신경쓰고 있다”며 “아울러 멧돼지 등 야생동물의 농장 접근을 막기 위해 돈사 외부 소독을 실시했다”고 했다.

대창면 한 양돈농가는 “농작물 수확 등 모든 일을 미루고 방역활동에 집중하고 있다”고 했으며, 청통면 소재 또 다른 축산 관계자는 “농장에서 일하는 외국인 근로자의 외출을 자제시키는 등 며칠간이라도 출입을 통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한편 17일 오후 열린 영천시가축방역심의회에 참석한 김진수 영천축협조합장은 “내일(18일)부터 양돈농장 외부방역을 일제히 실시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피재윤·마창훈·유시용기자 ssanaei@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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