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한국당 투쟁 방향 민심과는 거리 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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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8   |  발행일 2019-09-18 제31면   |  수정 2020-09-08

자유한국당이 조국 정국을 지지율 상승으로 이끌기 위해 투쟁 강도를 높이고 있다. 황교안 대표가 청와대 앞에서 조국 장관 파면을 촉구하는 삭발을 하는가 하면 조 장관 해임건의안과 국정조사 및 특검을 밀어붙일 태세다. 하지만 한국당의 대(對)정부 및 대여 투쟁이 빛을 발하지 못하고 있다. 조국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고 있지만 오히려 무당층이 늘어나고 한국당 지지율은 제자리를 맴돌고 있는 것이 이를 방증한다. 그 원인은 한국당이 당의 개혁과 보수 통합에 미온적인 자세를 보이고, 민생을 외면하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당은 황교안 체제 이후에도 혁신적 변화를 이끌어내지 못하고 있다. 당내에선 여전히 친박·비박 간의 갈등이 첨예하다. 강력한 인적 쇄신으로 탄핵에 책임 있는 인사들을 쳐내야 하지만 그렇지 못하다. 도리어 친박 인사들이 요직을 맡으면서 반(反)개혁, 수구 꼴통의 이미지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이런 상태로 투쟁을 하면 국민들은 뭐 묻은 개가 뭐 묻은 개 나무란다고 여길 것이다. 또 내년 총선에선 대대적 개혁공천으로 당을 환골탈태(換骨奪胎)하겠다는 비전을 제시해야 하지만 그런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신선한 인물을 대거 영입하여 당을 젊음과 개혁 보수로 바꾸지 않으면 국민들에게 기대와 희망을 줄 수 없다.

더욱 중요한 것은 보수 대통합이다. 올해 안에 범 보수를 아우르는 통합을 이뤄내지 못하면 내년 총선은 물론 다음 대선에서도 정권을 되찾기 어렵다. 황 대표는 지난 광복절 대국민담화에서 우파통합과 당 혁신을 당면과제로 강조했지만 지금까지 가시적인 성과는 없다. 바른미래당 유승민 의원의 보수통합에 대한 화답에도 한국당은 진전된 메시지를 주지 않고 있다. 현 정부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보수층의 기대가 그 어느 때보다도 높은 지금이 보수통합의 최적기다. 한국당엔 이번 기회를 놓치면 미래는 없다. 개혁보수를 지향하는 유승민·안철수 세력과 통합을 이룰 때 정치 행위의 정당성이 높아진다.

민생을 외면해서도 안된다. 이번 정기국회를 파행으로 몰고 가면 정부와 여당만 유리해진다. 20대 국회를 결산하는 이번 정기국회는 신속처리안건(패스트트랙)과 관련된 선거제 개편안과 총 513조원대의 내년도 슈퍼 예산안 처리 등 산적한 문제가 많다. 파행과 극한 대치만이 능사가 아니다. 한국당은 야당 본연의 역할을 성실하게 수행하면서 개혁과 보수 통합을 이뤄나갈 때 국민들의 지지를 받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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