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동물등록제

  • 이하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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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8   |  발행일 2019-09-18 제31면   |  수정 2019-09-18

태풍 링링은 역대급의 강한 바람으로 많은 피해를 남겼다. 태풍이 한반도에 접근하여 지나는 동안 필자에게는 이와는 다른, 죄를 짓는 것 같은 편치 않은 기분이 이어졌다. 집옆 옹벽 위, 우리집과 뒷집 중간쯤 되는 곳에 앉아 있는 하얀 개 때문이었다. 어디서 왔는지 모를 흰 개는 링링이 오기 전날 아침부터 그곳에 있었다. 어느 집 방안에서 지냈을 것 같은 그 개는 얼마를 굶었는지 마르고 피곤한 기색이 역력했다. 보살핌이 필요한 개였다. 개는 사람과 눈을 맞추려 애쓰며 애처로운 눈길을 보내왔다. 개의 목표는 자신을 포근히 감싸줄 가정에 입성하는 것일 것 같았다. 마음이 끌렸다. 데려다 보살펴줘야함이 마땅했다. 그러나 짠한 마음을 억누르며 눈을 맞추지 않으려 노력했다. 몇 번 눈을 맞추면 정을 끊지 못하고 집으로 들여다 키워야 한다. 동물을 좋아하는 편이지만 어릴적 집에서 기르던 개가 죽어가는 것을 본 이후로 한 번도 집에 개나 고양이를 들이지 않았다. 그 상처는 나보다 일찍 죽는 생명체를 집에서 기르지 않겠다는 결심을 갖게 했고 그 결심은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다. 아내도 마찬가지다. 개를 두 마리 기르고 있는 뒷집 역시 더 이상 짐을 질 수 없다며 우리와 같은 태도를 취했다. 다만 집에 있는 사료와 물을 줘 굶주림을 면하게 해줬다. 개는 링링의 바람과 비를 그 자리서 꼼짝 않고 견뎠다. 개가 견뎌낼 고통만큼이나 큰 증오가 그 개를 버린 주인에게로 향했다. 며칠을 두고 보다 뒷집과 의논하여 유기동물보호센터에 연락했다.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손금주 의원(무소속)이 지난 15일 농림축산식품부에서 제출받아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최근 6년간(2014~2019년 8월) 버려진 반려동물은 41만5천514마리에 달한다. 이 중 10만3천416마리(24.9%)는 안락사 방식으로 살처분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유기동물보호소 등에 공식적으로 등록된 유기동물 수이기 때문에 실제 유기되는 동물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지난 16일부터 한 달간 동물등록 이행 상태에 대한 대대적인 지도·단속이 전국적으로 벌어지고 있다. 2014년부터 반려동물등록제도를 시행했으나 지지부진하자 7~8월 2개월간 등록을 독려하고 현장 점검에 나선 것이다. 동물등록제가 반려동물을 함부로 유기하는데 제동을 걸 수 있길 바란다.

이하수 중부지역본부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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