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文정권 임계점을 넘었다

  • 이은경
  • |
  • 입력 2019-09-18   |  발행일 2019-09-18 제31면   |  수정 2020-09-08
[영남시론] 文정권 임계점을 넘었다

정치학 이론 중에 이른바 ‘깔데기 이론’이란 것이 있다. 독재정권들의 붕괴과정을 경험적으로 비교분석한 이론인데 내용인즉슨 “독재정권들은 합리성이 결여되고 내부견제장치가 작동이 안돼서 ‘스투핏’한 결정들이 연속적으로 이루어지는 바 그런 과정이 계속되면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어, 그 후에는 깔데기의 끝으로 빨려들어가듯 붕괴에 이르게 되더라”는 것이다.

이 같은 경험사례연구의 정치적 시사점은 다음의 세가지다.

첫째, 독재정권은 합리적인 결정보다는 비이성적, 몰상식적 결정을 더 많이 하고 그것도 연속적으로 하는 경향이 있다. ‘스투핏’한 조국 지명 → 더 ‘스투핏’한 조국 임명 강행이 이런 사례에 해당된다.

둘째, ‘스투핏’한 결정들로 정권의 부담이 쌓이고 쌓여 어느 순간 임계점을 넘게 되면 정권붕괴 국면으로 진입하게 된다.‘조국임명 강행’은 문정권이 이 임계점을 넘어선 상징적인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셋째, 독재정권이 일단 임계점을 넘어 깔데기의 끝을 향해 돌진하게 되면 그 때는 누가 나서도 되돌릴 수 없게 된다. 뒤늦게 위험을 느껴 국면전환을 시도해도 ‘백약이 무효’인 상태가 된다는 뜻이다. 국민이 정권을 버렸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은 조국 법무장관 임명을 강행함으로써 정권몰락의 임계점을 넘어서버렸다. 수많은 의혹이 제기됐고 제기된 의혹 중 상당부분이 사실로 확인되고 있을 뿐 아니라 검찰이 20여군데를 압수수색하고 청문회 당일 조국의 처 정경심을 불구속기소까지 했는데도 조국을 법무장관에 임명강행한 문재인의 행태는 정상적인 논리구조로는 이해할 수 없다.

‘스투핏’한 결정을 ‘그레잇’한 국민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문제는 경험칙과 비교연구들이 보여주고 있듯이 ‘스투핏’이 더 심한 ‘스투핏’을 낳는 악순환의 고리가 작동될 위험성이 높아 보인다는 것이다. 조국사태 와중에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 그리고 그들의 입장을 대변하는 방송패널과 문재인, 조국 지지자들이 보인 행태를 보라. 검찰을 겁박하고 댓글과 실검을 조작하고 심지어 검찰의 수사공보 내규까지 ‘검찰개혁’의 미명하에 손보겠다고 하고 있지 않은가.

문재인정권 내부에도 ‘이건 아니다’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분명히 있을 것이다. 아무리 확증편향이 심해도, 아무리 권력이 무서워도 ‘이러다간 우리까지 같이 침몰한다’는 위기 감지기능이 작동하는 정치인이 한 명도 없을 수는 없다. 문제는 그들을 침묵시키는 정권 핵심 카르텔의 독선, 독단, 독주다. 정권핵심의 이 같은 독선, 독단, 독주의 맨 앞에 문제의 조국이 서 있었음을 우리는 잘 알고 있다.

이들은 스스로 물러서지는 않을 것이다. 어떤 경우에도 물러섬은 곧 패배이자 절멸이라는 패거리 의식과 그에 기반한 집단적 위기의식으로부터 자유로워 지지는 못할 것이다. 두눈 뻔히 뜨고 쳐다보면서 깔데기의 끝으로 빨려들어가는 문정권의 모습이 안타깝고 측은할 뿐이다.

자유한국당과 자유우파 진영은 문정권의 몰락을 엄중하고 철저하게 대비해야 한다.‘스투핏’한 결정과 더 ‘스투핏’한 결정들이 내려질 여권의 사정은 야당 입장에서는 이른바 ‘손님실수’로 내심 반겨할 수도 있다. 그러나 그로 인한 반사이익 만으로 자유우파와 한국당의 집권이 자동적으로 보장되는 것은 아니라는 점은 누구나 다 아는 현실이다. 특히 이 같은 정치공학을 넘어서서 보면 문정권의 ‘스투핏’한 결정으로 인한 피해도 국민의 몫이요, 더 ‘스투핏’한 결정으로 인한 더 큰 피해도 국민의 몫 아닌가. 이에 대한 한국당과 자유우파의 대안은 과연 무엇인가.

선거만 생각하면 굳이 이런 문제를 고민할 이유가 없겠으나 국민을 위한 정치, 국민에 의한 정치, 이른바 ‘국민의 정치’를 지향하는 자유우파라면 어떤 정치공학적 계산보다 이 근원적 문제에 대한 진지한 성찰과 대책 수립에 정치적 우선순위가 주어져야 하는 것이다. 한국당 지도부의 분발을 촉구한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