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드려 보자! ‘새일센터’] 경단녀-기업‘접점’찾아 재취업 유도…사후관리로 만족도 높여

  • 유승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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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9   |  발행일 2019-09-19 제21면   |  수정 2019-09-19
구직자 희망직종과 기업수요 조사
일자리직군 찾고 적합한 교육 진행
취업박람회·기업탐방 기회도 제공
취업 후엔 문화 프로그램 등 운영
스트레스 해소·활력 찾도록 도와
20190919
다양한 이유로 경력이 단절된 여성들이 여성가족부의 ‘여성새로일하기센터’에서 재취업과 창업을 위한 교육을 듣고 있다. <여성새로일하기센터 제공>

임신·출산·육아와 가족돌봄 등의 이유로 경제활동을 그만 두게 된 이른바 ‘경력단절 여성’. 첫 직장생활을 할 때보다 더 힘들다. 자녀 등 챙기고 고민해야 할 것이 더 많아졌기 때문이다. 이런 탓에 다시 일하는 것이 쉽지 않다.

국회 입법조사처가 지난 3일 발간한 ‘경력단절여성 현황 및 시사점’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의 30~40대 여성고용률은 65.1%로 OECD 36개국 중 가장 낮았다. 또 지난 7월 여성가족부와 통계청이 발간한 ‘2019 통계로 보는 여성의 삶’ 자료를 보면, 여성의 평균 근속 연수는 4.9년으로 남성보다 2.5년 짧다. 2005년에는 남성 노동자의 평균 근속 기간이 5.2년, 여성 노동자가 3년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남성과 여성의 근속 연수의 격차는 더 벌어졌다.

대구의 사정도 크게 다르지 않다.

지난해 기준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은 52.3%로, 전국 평균 52.9%보다 0.6%포인트 낮았고, 이는 서울을 포함한 7대 광역시 중 인천, 서울, 광주에 이어 넷째다. 경력단절 여성은 지난해 기준 8만9천772명으로, 전년대비 5천353명 증가하는 등 꾸준히 늘어나고 있고, 3명 중 1명 이상이 결혼준비(36.7%)로 직장을 그만두고 있으며 그다음이 임신, 육아, 가족돌봄 순이었다.

이러한 이들의 경제활동 재개를 위해 여성가족부는 2009년 ‘여성새로일하기센터’(이하 새일센터)를 만들었다. 오랜 경력단절 여성이나 별다른 기술과 자격증 없이 직장을 구하고 싶어하는 여성들을 지원하기 위해서다. 또 양성평등기본법에 근거해 여성인력개발센터도 운영하고 있다. 현재 대구에는 5군데 새일센터와 2군데 여성인력개발센터가 다시 일을 찾는 여성들을 돕고 있다.

◆재취업·창업 성공한 경력단절여성

결혼 전 영어 강사, 교습소 운영 등 영어교육분야에서 일했던 권지영씨(44)는 결혼과 자녀양육 등의 이유로 퇴직했고, 10년 이상 일을 하지 않았다. 나이가 들면서 예전에 자신이 하던 일을 이어서 하기 힘들어진 권씨는 아예 새로운 분야로 재취업을 희망하게 됐다.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몰랐던 권씨는 지난해 신달서새일센터의 도움을 받아 길을 찾아나서고 있다. 이곳에서 권씨는 회계분야에 새롭게 도전했다. 회계와 세무 자격증 취득을 위한 수업을 들었고, 영어공부도 다시했다. 이후 FAT(전산회계2급)과 TAT(전산회계1급)를 취득한 후 본격적으로 회계·세무 사무직·무역 사무직에 원서를 넣고 면접에 참여했다. 이후 권씨는 지역의 한 화장품 회사 무역 사무원으로 취업, 홍콩, 싱가포르 출장 시 통역 업무 등을 하고 있다.

권씨는 “수십 번의 서류 탈락이 있었지만, 결국은 성공했다”며 “낯선 용어와 전문 프로그램 사용의 생소함과 어려움이 있었지만 한단계씩 밟을 때마다 성취감과 재미를 느끼고 있다”고 말했다.

새일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는 경력단절 여성의 희망직종과 기업의 수요조사를 통해 다양한 일자리 직군을 찾고, 이에 맞는 교육을 실시한다. 권씨와 같이 회계부터 한식조리, 신생아 도우미, 경리, 미용, 급식조리사 등 다양한 업종의 교육이 이뤄지고, 최근에는 창업관련 교육도 신설해 운영하고 있다.

심상옥씨(52)는 새일센터에서 운영하는 창업 프로그램을 수료하고 최근 공방을 오픈했다. 결혼 후 심씨는 서문시장에서 커튼 및 소품을 파는 가게를 운영하다 건강상의 이유로 정리했다. 그러다 올해 초 새일센터를 방문해 창업과 관련된 수업을 들으면서 다시 활동하기 시작했다. 그는 경력단절여성 집단상담프로그램을 참여하고, 새일센터에서 진행하는 동화마술교구놀이지도사 양성과정을 통해 자격증을 취득, 새로운 일자리를 찾을 준비를 마쳤다.

◆사후관리와 시각차 줄이기

새일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에서 중점을 두는 부분은 구직 여성과 기업의 차이를 줄이는 것이다. 구직자들의 희망직종과 실제 기업체의 수요는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경력단절 여성은 근무지가 거주지와 가까운 곳을 선호하고, 또 사무직을 희망한다. 하지만 이런 직종은 그리 많지 않은 것도 현실이다. 각 새일센터와 여성인력개발센터는 직업상담을 하러 오는 여성들의 희망직종과 희망근무시간을 조사해 구직자와 사용자의 차이를 줄이는데 노력하고 있다.

새일센터 한 관계자는 “차이는 분명히 있을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 차이를 줄이는 것 역시 센터의 역할이므로, 우선 구직자의 수요를 먼저 들어보고 최대한 맞추기 위해 노력한다”고 말했다.

구직자와 기업의 차이를 줄이기 위한 프로그램이 취업박람회다. 취업을 희망하는 경력단절 여성과 기업이 한 자리에 모여 진행하는 행사다. 연 2회 진행하는 수요자 맞춤형 여성행복일자리박람회, 연 16회 열리는 찾아가는 일자리 굿잡(Good Job) 버스, 기업체 탐방 등이 있다.

달서새일센터는 지역에 많은 세무사사무소에 여성들을 취업시키기 위해 세무사사무소취업인력 과정을 운영하고, 고부가가치 직종 훈련으로 ‘e-Business 기업전문가 양성과정’을 운영한다. 남부새일센터의 경우 구직자들이 많이 원하는 직종인 약국행정전문인력양성 과정과 어린이영어놀이 지도사 등을 운영한다.

최근에는 창업에 대한 관심이 높아 창업 관련 프로그램과 동아리도 운영하고 있다. 수성새일센터의 경우 여성 공동체 창업에 중점을 두고 있다. 2014년 ‘우리동네여행로즈협동조합’을 시작으로 가죽공예협동조합(2016), 카페더로즈협동조합(2017)을 운영하고 있다.

사후관리 역시 중요한 부분이다. 단순히 취업을 하는데 목적을 두는 것이 아니라 취업 후 구직자의 만족도와 근속 기간 역시 체크하고 있다. 대구시에서는 기업체 환경개선사업, 기업체 대상 특강을 지원한다. 환경개선 사업으로는 새일센터를 통해 창업한 기업에 여성화장실, 휴게실, 수유실 등을 지원하는 사업이다. 기업체 대상 특강으로는 직장 내 의사소통, 성희롱 예방 교육을 실시한다.

또 각 새일센터마다 차이는 있지만 토크 콘서트, 첫 월급데이 축하 행사, 노무 상담 등을 진행한다. 수성새일센터의 경우 취업자 방문의 날을 운영한다. 매월 2명 이상의 취업자를 낸 업체에 근무하는 취업자를 대상으로 찾아가는 취업 축하 행사를 개최하며, 센터를 통해 취업한 구직자들과 함께 문화활동 프로그램 ‘씨네-맘’도 운영해, 취업 여성의 직무스트레스 해소와 삶의 활력을 찾아 준다. 수성새일센터처럼 각 새일센터 역시 취업자 면담 진행과 간담회 등을 통해 꾸준히 사후관리를 진행하고 있다. 유승진기자 ysj1941@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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