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경제 엉망인데 올바른 방향 가고 있다는 文 대통령

  • 논설실
  • |
  • 입력 2019-09-19   |  발행일 2019-09-19 제31면   |  수정 2020-09-08

중병에 걸린 대한민국 경제가 회생 돌파구를 찾지 못하고 있다. 무역 분쟁에다 국제 유가 급등 우려까지 겹치면서 나라 안팎이 불안하다. 거의 모든 경제지표가 곤두박질치면서 전국 곳곳에서 자영업자의 아우성과 기업들의 한숨이 끊이지 않고 있다. 상황이 이런데도 문재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진의 현실 인식은 안이해 우려스럽다. 국가 재정을 확대하는 기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을 더욱 강화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일자리 정책도 자화자찬이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한계와 나랏돈으로 늘리는 단기 일자리 정책의 허상과 허점은 이미 드러났다. 그런데 여전히 문제 투성이 기존 방침을 고수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은 지난 16일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를 통해 “우리 경제가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8월의 고용 통계와 2분기 가계동향조사 결과를 근거로 한 발언이다. “정부의 적극적 일자리 및 재정 정책이 만들어낸 성과”라는 자찬도 했다. 고용 동향과 관련해서는 “역대 최고 고용률을 기록했고 실업률도 역대 최저 수준이다. 청년 취업자가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주장했다. 대통령의 현실 인식에 대해 심각하게 걱정하지 않을 수 없는 대목이다. 물론 대통령의 이날 발언은 경제 활로 모색에 애쓰는 참모들을 독려하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현 정부의 독선과 불통의 마이웨이 방식을 보여준 사례라고 지적한다.

문 대통령이 역대 최고라고 자랑한 고용률(61.4%)과 최저라는 실업률(3.0%)의 이면을 제대로 파악해야 한다. 지난달 신규 취업자 45만명 중 나이 60세 이상이 39만1천명으로 전체 증가자의 86%를 차지했다. 나랏돈을 대거 풀면서 각종 노인 일자리가 크게 늘어난 것이다. 하지만 정작 중요한 청·장년 일자리의 경우 30대는 9천명, 40대는 12만7천명이나 되레 줄었다. 제조업쪽 일자리 감소는 2만4천명, 금융·보험업쪽은 4만5천명으로 집계됐다. 아르바이트와 같은 일자리 대신 제대로 된 일자리는 기업들이 만들어야 마땅하다. 기업 친화적인 정책들을 확대해 투자와 고용을 늘리도록 유도해야 하는 이유이다. 그런데 문재인정부는 되레 기업인을 옥죄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는 게 재계의 불만이다. 지금은 국내 기업과 자영업자의 어려움을 살피면서 국제 원유가격 급등이 초래할 글로벌 복합불황에 대비해야 하는 중요한 시기다. 문 대통령과 청와대 참모들은 작금의 엄중한 경제 실상을 제대로 인식하고 각성해야 한다. 작은 성과에 고무돼 있을 때가 결코 아니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