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윤석열, 그는 검사다

  • 전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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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19   |  발행일 2019-09-19 제31면   |  수정 2019-09-19
[영남타워] 윤석열, 그는 검사다

윤석열 검찰총장을 두고 말들이 많다. 과연 그가 어느 진영에 속하느냐다. 처음 정치권과 대부분의 국민은 의심의 여지없이 진보이자 친여권이라 생각했다. 그의 칼끝의 날카로움이 부패함을 향했기 때문이다. 그의 행동과 말들은 ‘윤석열= 곧은 사람=친여’라는 등식을 완성시켰으며, 문재인정부가 들어서면서 검찰개혁의 적임자로 못박았다.

7월25일 그의 임명 이전과 이후에 진보와 친여권 사람이 보여준 윤석열 총장에 대한 지지는 문재인 대통령과 조국 당시 민정수석 못지않았다. 문 대통령이 인사청문회 채택보고서없이 그의 임명을 강행한 데는 그런 뒷받침도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 과정에서 윤 총장을 바라보는 시각은 분명히 바뀌었다. 임명을 지지했던 사람들은 ‘정치 검찰’이라며 비난하고, 그의 칼날에 목숨이 날아갈 것 같았던 사람들은 은근히 지지하고 있다. 윤 총장과 조국 법무부 장관 임명까지 2개월여 동안 지지고 볶는 정치권의 모양새가 이렇다. 링 밖에서 지켜보는 관중은 흥미로울 따름이다.

그런데 분명한 것은 윤석열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달라진 것이 하나도 없다. 최근 2개월여뿐만 아니라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 우리에게 모습을 드러낸 때부터 지금까지.

그는 서울대 법대를 다닌 사람치고는 운이 따르지 않았는지 사법시험을 9번이나 치렀다. 웬만한 인내와 노력, 의지와 목표가 단단하지 않았다면 견뎌내지 못할 시간이었다. 9수를 하면서 이루어낸 검사다. 8번 떨어지는 동안 마음속에서는 검사로서의 길을 더욱 분명하게 다졌을 것이다. 그래서 그는 충실하게 검사로서 길을 걸어왔고, 수사해야 할 대상이 있으면 밤낮을 가리지 않고 매달렸다. 1년 정도 변호사로서 외도를 한 적이 있지만, 검사가 천직이라며 다시 돌아왔다. 그럼에도 열심히 일한 것과는 달리 좋은 보직을 받지 못하고 지방 한직 등을 전전했던 경우도 상당하다. 그는 힘든 시간을 인내하며 ‘수사할 수 있는 검사’가 되길 기다렸다. 그리고 2016년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화려하게 합류했다.

어느 특정 정당과 정권을 겨냥하기 위해 수사를 한 것이 아니라 부패한 대상에 대해 그는 그가 제일 잘 하는 검사로서의 일을 했다. 국정농단 특별검사팀에 합류할 때부터 그에게 쏠린 국민의 관심의 크기만큼 정치권도 그를 주목했고, 진보는 그의 모습을 보고 단정지었다. 대쪽같은 검사를 자기 편으로 만들고 싶어진 진보는 박근혜정권에 사정없이 칼날을 내리치는 모습을 자기들과 동일시했다.

진보진영 사람은 윤석열의 기준과 원칙을 자기들 마음대로 진보와 연결시켜 ‘내편, 우리편 검사, 우리 검찰총장’을 만들었다. 물론 검찰의 미래나 개혁에 대해 여당이나 청와대가 의견 정도는 교환했겠지만, 그것이 청와대와 윤석열의 뜻이 같다는 것은 아니다. 청와대와 여권은 그의 여러가지 가운데 보고 싶은 것만 봤을 뿐이다.

현재 검찰이 진행하고 있는 조국 법무부 장관 관련 사건들의 결론은 조 장관에게 유리하거나 나쁘거나 2가지 뿐이다. 어떤 결과가 나오든 그것은 윤석열이 검사로서 할 일을 하고 내린 결정일 뿐, 어느 진영의 편을 들어준 것이 아니다. 그러나 정치권은 이미 그를 ‘정치 검찰’로 만들었다. 윤석열이 조국에게 불리한 결론을 만들어내면 여권에 의해 ‘정치 검찰’이 되고, 비난하는 여권에 기울어져 조국에게 유리한 결과를 내놓으면 야권에 의해 ‘정치 검찰’이 된다.

윤석열은 달라지지 않았다. 자기 할 일하고 있는 검사들을 정치 검사로 만든 것은 바로 정치권이다. 자기들에게 유리한 상황을 만들기 위해, 자신들의 정치적 이득을 위해 그렇게 해왔고, 그렇게 하고 있다. 이제 윤석열에게서 ‘정치’를 빼고 ‘검사’만 남겨놓자. 그의 말대로 살아있는 권력도 잘못이 있다면 과감하게 칼을 들이대는 검사가 우리가 원하던 검사가 아닌가. 특혜와 부정부패가 삶이었던 기득권들은 여야를 떠나 목을 내어놓고 기다리자.

전영 (기획취재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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