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손학규 대표를 비하하는 발언을 했다는 이유로 당 윤리위원회로부터 ‘직무 정지 6개월’의 징계를 받은 하태경 의원이 19일 오전 국회에서 열린 원내정책회의에서 발언하고 있다. 연합뉴스 |
바른미래당 하태경 최고위원이 직무정지 징계를 받자 손학규 대표에 맞서온 비당권파의 입지가 대폭 위축되는 모양새다. 이미 정서적으로 분당 상태인 바른미래당이 실질적인 분당으로 가는 길목에 들어선 게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오신환 원내대표는 19일 원내정책회의에서 손 대표를 향해 “윤리위를 동원해 당을 난장판 만든 것은 당권을 유지할 방법 자체가 없는 당 대표임을 스스로 입증한 것”이라며 “사태가 이 지경이 된 이상 바른미래당은 손 대표와 함께 하기 어려워졌다고 판단할 수밖에 없다. 손 대표와 죽는 길을 갈지, 아니면 손 대표를 빼고 새로운 길을 모색할지 모든 당원이 함께 결단해야 할 것”이라고 비장한 어조로 말했다.
河 제외되면 최고위원 4대4 동수
孫 의결정족수 확보…주도권 잡아
오 원내대표 발언은 전날 당 윤리위원회가 손 대표를 두고 ‘나이가 들면 정신이 퇴락한다’고 했던 하 최고위원에게 ‘당직 직무 정지 6개월’ 징계를 내린 것을 겨냥한 것이다. 이는 유승민 전 대표가 이끄는 바른정당계 소속인 하 최고위원이 앞으로 6개월간 최고위원으로서 역할을 못한다는 의미다.
현재 당내 최고 의결기구인 최고위원회는 손 대표를 포함한 당권파가 4명, 오 원내대표와 하 최고위원을 포함한 비당권파가 5명으로 구성돼 있다. 그간 손 대표는 비당권파 최고위원들의 보이콧으로 의결정족수를 채우지 못해 ‘식물’ 상태에 놓여 있었다.
그런데 하 최고위원의 퇴진으로 최고위 판도가 당권파와 비당권파 간 동수가 되면 당권파가 당 운영 주도권을 쥐게 된다. 당규에 따르면 안건 표결에서 가부 동수가 나올 경우 당 대표가 결정권을 갖는다고 규정돼 있기 때문이다.
당안팎에선 손 대표가 최고위 의결정족수 확보를 계기로 앞서 민주평화당을 탈당해 무소속으로 있는 ‘대안정치’ 소속 의원들과 통합에 나설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손 대표와 대안정치 의원들은 그간 ‘제3지대론’을 한목소리로 제기하며 교감해왔기 때문이다. 대안정치 의원들의 개별입당을 위해선 최고위 의결이 필요하다.
정치권의 한 분석가는 “대안정치 의원들의 바른미래당 입당이 성사되면 유 전 대표를 비롯한 바른정당계 의원들의 입지는 더욱 좁아지고, ‘한지붕 두가족’ 체제도 더이상 지속될 수 없는 임계점에 도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권혁식기자 kwonh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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