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인의 추억’잡아떼도 3건은 확실…6건은 자백이 관건

  • 입력 2019-09-20 07:43  |  수정 2019-09-20 07:45  |  발행일 2019-09-20 제10면
화성연쇄살인 용의자 혐의부인
30여년 지나 다른단서 찾는데 한계
반쪽짜리 진범 찾는데 그칠 수도
20190920

우리나라 범죄사상 최악의 미제사건으로 남아있던 화성연쇄살인사건의 유력 용의자를 경찰이 특정하면서 이 사건의 실체적 진실이 완벽하게 규명될지 주목된다.

30여년을 끌어온 이 사건이 한 점 의문 없이 풀리기까지는 몇 가지 넘어야 할 고비가 있다. 우선 현재 경찰이 확보한 단서는 용의자 A씨(56)의 DNA가 모두 10차례의 화성사건 가운데 5, 7, 9차 사건의 3가지 증거물에서 검출된 DNA와 일치한다는 것이 유일하다. 유일하지만 과학수사를 통해 얻은 것이어서 강력하다. 특히 A씨의 DNA가 나온 3차례 사건의 증거물은 피해여성의 속옷 등이라는 점에서 적어도 이들 사건은 A씨가 저질렀을 가능성이 크다.

그러나 화성연쇄살인 사건으로 정의된 10차례의 사건으로 확정해 보면 얘기는 달라진다. 앞서 거론된 3가지 사건과 모방범죄로 드러난 8차 살인사건을 제외하면 범인을 특정할 수 없는 사건은 6건이 남는다.

이들 6건의 사건과 관련해 A씨가 관련돼 있음을 입증할 만한 명백한 단서는 경찰의 손안에 없는 상황이다. 더욱이 A씨는 DNA 결과가 나온 직후 이뤄진 경찰의 1차 조사에서 자신의 혐의를 전면 부인했다. A씨는 1994년 1월 청주에서 자신의 집에 놀러 온 처제 이모씨(당시 20세)에게 수면제를 탄 음료를 먹인 뒤 성폭행한 혐의로 현재 부산교도소에서 무기수로 복역 중이다.

이에 경찰은 최근 교도소를 찾아가 A씨를 조사했지만 별다른 답변을 얻어내지 못했다. 그래서 경찰은 나머지 사건들의 증거물 분석을 통해 A씨와의 연관성을 찾는 데 수사력을 모으고 있다.

문제는 이 작업이 쉽지 않다는 것이다. 이미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증거물들을 받아 DNA를 검출하는 작업에 착수했지만 앞서 3차례 사건의 증거물에서 A씨의 DNA가 나온 것과 같은 결과가 나올지는 장담할 수 없다. 19일 경기남부청 반기수 2부장도 브리핑에서 “나머지 사건의 증거물에 대해서도 DNA 분석이 진행되고 있지만 결과가 어떻게 나올지는 알 수 없다"고 말했다. 더욱이 사건 발생 30여년이 지난 지금 DNA 외에 다른 단서가 나오기를 기대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자칫하면 ‘반쪽짜리 진범’을 찾는데 그칠 수도 있는 셈이다. 결국 A씨의 자백을 받아내는 게 이 사건을 전체적인 틀에서 해결하는데 가장 큰 열쇠로 꼽히는 이유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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