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지역현안도 경제도 ‘조국 블랙홀’에 매몰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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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0   |  발행일 2019-09-20 제23면   |  수정 2020-09-08

온 나라가 ‘조국 블랙홀’에 빠졌다. 정치판에도 신문·방송에도 조국밖에 보이지 않는다. 조국발(發) 여야 대치국면이 장기화되면서 정기국회도 개점휴업 상태다. 교섭단체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 일정도 연기됐다. 하지만 야당은 조국 이슈에 더 고삐를 죌 요량이다. 나경원 자유한국당 원내대표는 대정부 질문과 국정감사를 조국의 두 번째 청문회로 규정했다. 조국 의혹 규명에 한국당의 화력을 집중하겠다는 포석이다. 조국 법무부 장관 사퇴를 촉구하는 릴레이 삭발도 이어지고 있다.

문제는 정치가 ‘조국 늪’에 허우적거리면서 지역현안이나 경제·민생이 뒷전으로 밀려나고 있다는 것이다. 대구경북지역만 해도 통합신공항 건설, 대구취수원 이전, 탈원전 정책 후유증,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 구미산업단지 회생 등 정치권이 논의하고 방향을 잡아야 할 현안이 적지 않다. 한데 조국 사태에 묻히면서 전혀 관심을 끌지 못하고 있다. 대구경북 국회의원들의 국정감사 전략도 조국 의혹을 파헤치는데 주력한다니 지역현안은 국감에서도 이슈화될 가능성이 희박하다.

경제와 민생도 정치권의 안중엔 없다. 오죽하면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요즘 우리 경제는 버려지고 잊힌 자식이 된 것 같다”고 했겠나. 박 회장은 “대내외 악재가 종합세트처럼 다가오는 데도 경제에 대한 논의는 실종된 상태”라고 지적했다. 한일 경제갈등, 미중 무역전쟁 등 복합악재를 넘어서려면 기업 플랫폼 개혁과 법령·제도 혁신이 절실하다. 그런데도 국회는 경제활력 제고를 위한 지렛대 역할엔 손을 놓고 있다. 지난 16일 기준 국회에 계류 중인 법안은 1만5천617건이고 이 중 경제·민생 관련 법안이 4천여건이다.

이제 정치권은 차분해져야 한다. 조국 일가 의혹은 검찰에서 수사를 잘 하고 있지 않나. 결정적 탈·위법이 확인되면 조국 장관은 낙마할 수밖에 없다. 검찰 수사가 미진하면 그때 국정조사와 특검 카드를 꺼낼 수도 있다. 입법 활동을 외면한 야당의 장외투쟁이 국민의 호응을 얻고 있는 것도 아니다. 보수야당의 조국 퇴진 투쟁에 대한 여론은 찬성 42%, 반대 52%로 나타났다. 더욱이 이번은 20대 마지막 정기국회다. 포항지진 특별법 제정같이 긴급한 현안이 조국 사태로 하릴없이 지연돼선 곤란하다. ‘조국 블랙홀’에서 벗어나 지역현안과 경제를 챙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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