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긁는 순간 자투리돈 투자…“티끌 모아 태산”

  • 이효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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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1   |  발행일 2019-09-21 제12면   |  수정 2019-09-21
(단위 천원 설정시 6천300원짜리 사면 7천원 결제…남은 700원 자동 투자)
20190921


직장인 김미선씨(가명·36)는 요즘 점심 시간에 커피 한잔을 사서 마시며 남다른 기쁨을 느낀다. 김씨는 휴대폰에 내장된 신용카드 결제 건마다 1천원씩 국내주식형펀드에 투자하도록 설정해놓은 금융 상품에 가입했다. 김씨는 “돼지저금통을 모아 동남아 여행을 다녀온 적이 있다. 휴대폰으로 푼돈을 모을 수 있다고 해 가입했다"면서 “소액이나마 매일 저금하는 즐거움이 쏠쏠하다"고 했다.

카드결제시 잔돈 적금·펀드로 자동이체
최소금액 제한 없어 부담없이 차곡차곡
수십만원짜리 해외주식 소수점단위 투자
보험업계, 月보험료 1천원 상품도 눈길

■ ‘금융 소확행’ 잔돈재테크 인기

잔돈을 굴려 쏠쏠한 재미를 주는 금융상품이 인기를 끌고 있다. 일명 잔돈투자다. 투자처를 쪼개거나 카드 결제 후 남은 돈으로 투자하는 방식이다. 최소 투자금액 제한이 없어 부담 없이 투자할 수 있다.

◆카드 쓰면 잔돈 몇백원 펀드로 입금

신한금융그룹은 지난 4일 소액투자 서비스를 출시했다. 신한 신용카드를 사용할 때마다 자동으로 소액을 국내펀드에 투자하는 상품이다. 투자방식은 자투리 투자와 정액 투자 중 고를 수 있다. 자투리 투자는 카드 결제 설정액과 실제 결제액과의 차액이 펀드로 입금된다. 설정 단위는 1천원이나 1만원으로 할 수 있다. 예를 들어 설정 단위를 1천원으로 하고 카드로 6천300원짜리 물건을 산다면 결제 설정액이 7천원이다. 그러면 잔돈 700원이 신한은행에서 판매하는 국내주식형 펀드에 투자되는 식이다. 정액 투자는 투자자가 카드 거래 건당 투자액 4천원을 약정한 경우, 하루에 4번 카드 결제를 했다면 다음 날 1만6천원이 펀드로 입금되는 식이다. 신한금융 통합 모바일 플랫폼 ‘신한플러스’에서 가입할 수 있다. 신한금융은 투자 대상을 국내주식형펀드뿐 아니라 연금저축 등 다양한 상품군으로 확대하고, 투자 자격도 체크카드나 월급통장 보유 고객 등으로 넓힌다는 방침이다.

신한금융투자는 하반기 내에 신한카드로 결제한 뒤 잔돈을 모아 아마존·애플·나이키·스타벅스 등 해외 주식을 최소 0.01주부터 소수점 단위로 투자하는 상품을 내놓는다. 이렇게 되면 잔돈으로 한 주에 수십만원씩 하는 글로벌 기업의 주식에 투자할 수 있다.

◆1천원으로 주식형펀드에 투자

하나금융투자는 ‘하나멤버스’ 앱에서 계좌 개설 뒤 1천원 단위로 60여개 국내외 주식형펀드에 투자할 수 있는 소액펀드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최소 가입액이 1천원이다. 30일까지 선착순 1천명을 대상으로 현금처럼 사용 가능한 ‘하나머니’를 제공하는 이벤트도 한다.

IBK기업은행은 ‘IBK평생설계저금통’으로 잔돈 재테크를 돕는다. 카드 결제를 할 때마다 가입자가 미리 정한 금액이나 1만원 미만의 잔돈을 적금이나 펀드로 자동이체해준다. 웰컴저축은행이 지난해 출시한 ‘잔돈모아올림적금’은 자신의 보통예금 계좌에서 1천원 미만 또는 1만원 미만의 잔돈을 자동으로 저축하는 적금이다. 가입 기간은 최대 2년이며, 금리는 연 2.8~3.0%다. 특히 만기 시에는 해지 원리금을 1만원 단위로 올림해 받을 수 있다. 해지원리금이 109만1원이라면 110만원을 받는 식이다. 단, 500만원 한도로 납입액이 100만원 이상일 때 적용된다.

◆핀테크 업체들도 잔돈 투자 상품 출시

해외 핀테크 업체들도 잔돈 투자가 대세다. 에이콘스(Acorns)·콰피탈(Qapital)·레볼루트(Revolut)·코인스(Qoins) 등이 대표적이다. 자사 앱에 연동된 신용카드를 사용하면 결제하고 남은 잔돈을 투자용 계좌로 옮기는 식이다. 계좌에 쌓인 푼돈은 가상 화폐에 투자하거나 카드·학자금 대출 등을 상환하는 데 쓰인다.

암호 화폐 업체들도 잔돈 투자 시장에 들어오고 있다. 필리핀 소재 아브라(ABRA)는 비트코인으로 해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투자 시작에 5달러(약 6천원)가 들고, 은행 계좌도 필요 없다.

국내 핀테크 업체인 비바리퍼블리카는 물건을 구매한 뒤 1천원 미만 잔돈을 자사의 토스머니 계좌에 저축한 뒤 체크카드처럼 사용하는 ‘토스카드’를 운영 중이다. 7월 말 현재 토스카드는 100만장 이상 발급됐고, 현재 25만여명이 이를 활용해 41억원을 저축했다.

◆1천원 내는 교통상해보험 출시

1천원짜리 보험도 있다. 삼성생명이 내놓은 ‘s교통상해보험(무배당)’이다. 3년 만기 일시납 상품인데 납입해야 할 월 보험료는 1천90원. 이 돈만 내면 대중교통재해 사망보험금으로 1천만원, 대중교통사고 장해보험금으로 30만~1천만원을 지급받는 상품이다. 또 보험에 가입할 때 카카오톡에서 보험금 납입, 인증 등 절차를 모두 처리해 간편했다.

잔돈 재테크가 인기를 끄는 건 스마트폰이나 인터넷을 이용한 금융서비스가 일상화됐기 때문이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1천원짜리 보험에 가입하기 위해 보험설계사를 따로 만나서 종이 서류에 사인해야 한다면 배보다 배꼽이 더 크다고 할 수 있다"며 “모바일로 보험 가입이 가능해져서 금융상품 가입 과정에서 생기는 비용을 아낄 수 있게 됐고, 그 덕분에 1천원짜리 보험도 등장할 수 있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일부 금융회사들은 청년층에 대한 투자 차원에서 잔돈 재테크 서비스를 운영 중이다. 장명현 여신금융연구소 연구원은 “저축이나 투자를 할 여유가 없는 청년층을 대상으로 저렴하고 간편한 소액저축 및 투자 서비스를 제공하면서 시장의 관심을 끌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1천원짜리 보험 상품은 보험사 입장에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라며 “은행 이용이 거의 전무한 20~30대를 회사의 고객층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만든 미끼 상품"이라고 말했다. 이효설기자 hobak@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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