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진영논리 갇혀 구설 낳은 구미산단 50주년 행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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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1   |  발행일 2019-09-21 제23면   |  수정 2020-09-08

구미공단(현 구미국가산업단지) 50주년 행사가 구설수에 휩싸이고 있다. 행사의 화려한 겉모습에도 불구하고 개운찮은 뒷맛을 남기고 있다. 대한민국 산업화의 산파 역할을 담당했던 구미공단의 50주년을 기념하는 뜻 깊은 행사가 보수와 진보간 진영논리에 갇혀 논란을 일으킨 것이다.

지난 18일 구미산단 50주년 기념식장에서 상영된 홍보 영상이 말썽이 됐다. 구미공단 건설에 박정희 전 대통령의 의지가 전적으로 반영됐다는 것은 익히 알려진 사실이다. 구미시민들은 박 전 대통령을 ‘구미공단의 아버지’로 생각한다. 그런데 이 홍보영상에 박 전 대통령 관련 내용이 쏙 빠졌다. 김대중·노무현 전 대통령, 문재인 대통령만 등장했다. 구미시장이 더불어민주당 소속이어서 이런 일이 발생했을까. 야권의 반발이 거세다. “구미공단을 만든 대통령을 홍보 영상에서 빼다니 치졸하다”고 했다. 시민들 사이에서도 “행정은 최소한의 중립은 보여줘야 하는데 구미시장을 의식한 것인지 편향성이 도를 넘었다”는 비판이 이어졌다. 구미시의 해명은 궁색했다. “영상 제작업체의 실수”라는 것이다. 상영에 앞서 시연회를 두 차례나 한 것으로 확인된 만큼 믿기 힘든 해명이다.

홍보영상만 문제가 아니다. 구미산단 50년 발전 유공자 정부 포상 및 장관 표창에 대해서도 뒷말이 많다. 정작 칭찬을 받아야 할 기업인과 노동자는 홀대 받았다는 지적이다. 수상자 중 대기업 출신은 L사 부장급 출신 1명뿐이었다. 구미경제 발전의 주역인 S사 임직원은 아무런 상도 받지 못했다. 포상 훈격을 놓고도 논란이 많다. 기념식 최고 포상인 동탑산업훈장은 오래 전 퇴직한 대기업 부장급 간부에게 돌아갔고, 근정포장은 대학 교수가 수상했다. 반면 구미산단에서 30~40년간 기업을 이끈 중소기업 대표들은 훈격이 낮은 산업포장, 대통령 표창, 국무총리 표창 수상에 그쳤다. 장관 이상 표창을 받은 16명의 수상자 중 현장 근로자는 2명에 불과했다. 구미시는 이조차도 ‘공문을 보냈는데 신청 않았다’며 기업측에 책임을 떠넘겼다.

박정희 전 대통령이 국가 경제 발전에 크게 기여한 사실은 그의 정적이었던 김대중 전 대통령도 이미 인정한 바 있다. 그 토대의 하나가 구미공단이다. 박 전 대통령은 물론 공단 성장의 주역에 대해 정당한 평가를 내리지 않은 구미산단 50주년 행사는 진영논리의 부작용을 여실히 드러낸 사례였다. 이런 인식으로 어려움을 겪는 구미산단의 재도약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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