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단상] 非朴 없이 한국(당) 없다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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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1   |  발행일 2019-09-21 제23면   |  수정 2020-09-08
[토요단상] 非朴 없이 한국(당) 없다

조국 법무장관 임명의 후폭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있다. 20일까지 발표된 각종 여론조사를 보자. 추석 연휴를 거치면서 ‘조국 사태’는 진정은커녕 확산일로다. 대학교수들의 시국선언이 줄을 잇는가 하면 학생들의 시위 또한 진정될 기세가 아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더불어민주당에선 당혹한 기색이 별로 없어 보인다. 문재인 대통령 국정운영 지지율이 급격히 하락하지 않고, 민주당 또한 약간의 하락 국면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포인트는 경쟁자인 자유한국당 지지가 늘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여당 지지율 하락 폭만큼 야당에 보탬이 됐다. 이번엔 다르다. 왜 그럴까.

20일 한국갤럽의 정기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은 38%, 한국당은 24%였다. 2주 전과 비교하면 민주당은 -2%p, 한국당은 +1%p다.

‘조국 사태’는 8월 초 문 대통령의 조국 내정 단계부터 이어졌다. 한 달 보름간 온갖 신문, 방송의 1면과 주요 뉴스가 조국 의혹이었다. 상당 부분은 의혹 단계를 넘어 확인된 사실 수준이었다. 그런데도 청와대와 민주당은 조국 엄호에 나섰다. 국민 정서를 등진 것이다. 그런데도 ‘상응한 대가’를 치르지 않고 있다.

올해 1월부터 최근까지 갤럽 조사를 보면 민주당은 35~41%, 한국당은 14~24%를 오르락내리락했다. 2017년과 2018년 한국당 지지율은 처참했다. 한자릿수일 때도 있었다. 두 당 간 차이가 원래부터 이랬다면 논쟁의 여지가 없다.

두 당이 동률을 이뤘던 때는 2016년 10월 셋째주였다. 민주당과 새누리당이 같은 29%였다.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국정농단 의혹이 일파만파로 번질 때였다.

거슬러 올라가면 완전 다르다. 국정농단 사건이 본격화되기 직전인 2016년 8월엔 새누리당이 29%, 민주당이 26%였고, 6월엔 7%p 차였다. 2016년 1월만 해도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국회 의석 180석을 호언할 정도로 새누리당은 지지율 호황을 누렸다. 10%p 이상을 넘나들게 차이나는 일이 보통이었다. 그 많은 표가 어디로 달아났을까.

필자는 친박과 비박의 분화(分化)에 따른 지지자의 분열에서 원인을 찾는다. 과거 새누리당이 누렸던 전성기 지지율 구성을 보면 대략 친박과 비박의 비중이 6대 4 정도로 보인다. 새누리당 지지율이 30%였다면 비박 지분이 10~15% 된다는 얘기다. 비박의 1차 수난기는 2016년 총선을 앞둔 공천 파동 때다. 유승민 의원을 찍어내기 위한 당시 여권의 갈등은 비(非)박근혜 지지자를 당에서 몰아냈다. 결과는 원내 제1당을 민주당에 내주는 것이었다. 비박의 2차 수난기는 국정농단기였다. 국정농단 행태에 아연실색한 비박 뿐 아니라 친박 일부도 탄핵에 찬성하거나 어정쩡했다. 현직 대통령의 지지율이 4%까지 주저앉은 때도 있었다. 비박은 물론 친박도 핵심을 제외하곤 대부분 당에서 마음이 떠났다. 그후 대선, 지방선거에서 연거푸 참패했다. 한국당은 이름만 바꿨을 뿐 ‘과거사 정리’를 하지 않았다. 친박을 등에 업은 황교안 대표, 나경원 원내대표가 등장하면서 ‘원조 비박’ 지지자들은 기나긴 유랑에서 돌아오지 않고 있다. 이들은 바른미래당에 일부 남아있고, 일부는 무응답층으로 옮겨가 있다. 이들의 ‘복귀’는 그냥 이뤄질 것 같지 않다. 명분이 필요해 보인다. 탄핵은 불가피했고, 핵심들이 책임져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충족되지 않으면 지금 자리에 머물 가능성이 높다.

한국당은 곧 총선 공천을 해야 한다. 가지치기가 어차피 필요하다. 이 과정은 비박 지지자들에게 복귀 명분을 줄 기회이기도 하다. 그게 정치의 묘(妙)다. 적어도 제1당 탈환을 노린다면 다른 어떤 것보다 앞서야 하는 것은 비박 지지자 포용이다. 그것만 가지고 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당이 본전은 찾고 나서 게임에 임해야 한다. 과거의 친박과 비박이 다시 뭉칠 수 있다면 시너지 효과도 기대해 볼 수 있다. 그걸 만들 수 있는 사람은 아이러니컬하게도 황교안 대표와 나경원 원내대표다. 비극일 순 있겠지만, 지도부가 크고 길게 내다본다면 못할 이유가 없다. 뻔히 보이는 길을 마다하는 것만큼 어리석은 짓은 없다.

최병묵 정치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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