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칼럼] 대구판 ICBM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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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4   |  발행일 2019-09-24 제31면   |  수정 2020-09-08
[CEO 칼럼] 대구판 ICBM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여기서 ICBM은 대륙간 탄도탄이 아니라 사물인터넷(IOT), 클라우드(Cloud), 빅데이터(Big Data), 모바일(Mobile)을 가리킨다. 2015년 CES(세계가전전시회)의 주제였다. 기본적으로 사물인터넷 센서가 수집한 데이터를 클라우드에 저장하고, 인공지능 등의 빅데이터 분석 기술로 이를 분석해서, 인공지능 알고리즘이나 솔루션에 의한 적절한 서비스를 모바일기기 서비스 형태로 제공함으로써 관련 산업을 활성화하겠다는 것이다. 그간에 ICBM 분야별 독자적으로 개발되던 기술들을 집적함으로써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을 도출하고 효과적으로 추진함으로써 새로운 시장을 창출하는 데 그 목적이 있다.

지난 7월24일 대구시는 그동안 전략적으로 투자해온 의료기기, 헬스케어, 정보통신기술(ICT)융합산업과 관련해 다양한 인프라와 기업생태계 및 지속적인 노력으로 축적된 기술을 바탕으로 스마트 웰니스 규제자유특구에 선정됐다. 4개 지역 1천479만5천㎡ 입지에 실증 특례 5건과 메뉴판식 규제 특례 1건 등 총 6건의 특례 요청을 통해 4개의 실증사업을 추진한다. 그 중 사물인터넷(IoT) 기반 웰니스 정보서비스 플랫폼 구축사업은 대구판 ICBM형 모델로 특히 주목을 받고 있다.

이 사업의 특징은 과거 비판을 받았던 지역 산업 생태계와 기반을 무시한 채 글로벌 기술 트렌드에만 집착한 형태에서 어느 정도 벗어나 요즘 많이 강조되는 스마트 특성화에 초점을 두고 있다는 점이다. 우리 지역에는 16개의 3차 병원이 소재하고 있어 인구대비 3차 병원 수는 전국 1위 수준이고, 이들 3차 병원은 의료데이터의 최대 소스라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더구나 의료기기산업의 높은 성장성과 투자가치는 외부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그러면 우리의 ICBM이 미래에 얼마나 위력을 발휘할 수 있을까?

최근 헬스케어 산업의 패러다임은 병원 중심에서 스스로 건강을 관리하는 예방과 소비자 중심으로 변화 중이며 이로 인해 의료데이터가 폭발적으로 증가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축적되는 의료데이터의 80%는 임상진료정보, 유전자정보, 생활습관 관련 영상과 같은 비텍스트데이터로 구성된다. 개별 환자모니터링 장비는 하루 평균 8만6천400개의 수치를 측정하고 있으며 생성된 빅데이터의 크기는 의료기관당 약 370TB(테라바이트) 정도다.

영국에서는 우리나라의 국민건강보험공단과 유사한 국가 단일의료보험인 NHS(National Health Service)를 기반으로 보건의료 빅데이터의 적극적인 활용을 통하여 의학연구와 의료서비스 제공에서 혁신을 유도하는 기반연구를 확대하고 환자 중심 통합의료의 기반을 구축하는 국가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미국 역시 민간 보험사들을 중심으로 다양한 정보 통합 플랫폼이 활성화되도록 간접적인 조정자 역할로서 보건부 산하에 ONC(Office of the National Coordinator)를 설치하고 데이터의 상호 운용성을 높이기 위한 정보제공과 데이터의 분류 표준화를 시행하고 있다.

이쯤에서 대구가 계획한 사물인터넷(IoT) 기반 웰니스 정보서비스 플랫폼 구축사업 내용을 구체적으로 살펴보기로 하자. 의료기관은 수집된 데이터를 분류·익명화하여 클라우드 서버에 저장한 뒤 특례사업자(한국산업기술시험원, 대구테크노파크 등)에 전송하는 한편 의료기기 제조기업들은 자신들의 알고리즘(pretrained algorithm) 모델을 이들 특례사업자에 보낸다. 이들 알고리즘 모델은 특례사업자들의 학습서버에서 분석·검증하고 학습결과물을 다시 기업들에 보내 의료기기 등의 제품 개발에 반영한다. 의료기관에서 수집된 데이터를 활용한 인공지능의 학습 및 통계처리와 후속적인 기업 알고리즘에 대한 검증작업은 기업의 의료정보 활용비용을 80% 절감하고 개발되는 의료기기의 성능과 정밀도가 획기적으로 향상되는 계기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는 전형적인 4차산업혁명 대응형으로 모델 구조 자체가 의료산업뿐만 아니라 모든 산업에 확산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현재 우리의 기술 수준으로는 만만치 않은 과제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젖 먹던 힘을 다 짜내어 도전해도 힘겨운 게 사실이다. 산업계, 대학, 정부출연 연구기관, 기업지원기관들은 이를 엄청난 기회라 생각하고 모두가 협력하여 많이 배우고 용기있게 도전해야 한다. 우리의 ICBM을 진짜 ICBM으로 만들어야 한다. 권 업 대구테크노파크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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