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김정은과 트럼프의 동상이몽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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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25   |  발행일 2019-09-25 제31면   |  수정 2020-09-08
[영남시론] 김정은과 트럼프의 동상이몽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김정은과 트럼프의 동상이몽이 길어지고 있다. 작년 6월 두 정상의 첫 만남이 성사될 때만 해도 북핵 문제가 이제는 해결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높았다. 이후 김정은과 트럼프가 세 번이나 만났지만 1년이 넘도록 지지부진하다. 친서를 주고받으면서 좋은 관계라고 치켜세우고는 있지만, 입장차이가 전혀 좁혀지는 것 같지 않다. 조만간 실무협상이 재개될 조짐이 보이고는 있지만, 실제 협상이 이루어진다 해도 과연 제대로 된 합의가 나올지 기대보다 우려가 더 큰 상황이다. 동상이몽 때문이다.

우선, 김정은은 톱다운 협상 방식을 선호하는 것 같다. 트럼프와 직접 담판으로 자기들이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려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에 열리는 실무협상은 정상회담에서 합의할 내용을 논의하는 자리가 되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고위급협상을 거치지 않고 트럼프와 담판 짓겠다는 속셈이다. 이는 트럼프가 재선이라는 절박한 필요에 매달리는 상황을 활용해 보려는 것이다.

실제 지난해 6월 싱가포르에서 트럼프를 상대로 자기들이 원하는 ‘조선반도의 비핵화’라는 합의를 얻어냈고, 한미연합연습 중단이라는 개가를 올린 경험도 있다. 입만 열면 북한의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발사 중단을 자신의 성과로 부각하는 트럼프에게 영변 핵 단지를 내주면서 대북제재 해제와 맞바꾸자고 한다면 덥석 받을 것이라는 계산으로 하노이에서 만났지만 실패를 맛보기도 했다. 북한은 볼턴과 폼페이오의 방해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그래서 기회 있는 대로 이들을 내치라고 요구해 왔다. 마침내 트럼프는 볼턴을 내쫓았다. 그리고 볼턴이 리비아식 모델을 요구하는 바람에 일이 꼬인 것이라고 얘기한다.

이런 상황에서 김정은으로서는 트럼프가 유일한 희망이다. 비핵화하는 척하면서 북한의 염원인 제재 해제와 한미동맹 이간을 얻어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큰 착각이다. 트럼프는 북한이 말하는 새로운 접근법인 단계적 동시적 조치 합의가 어려울 것이다. 만일 그런 합의를 한다면 국내외적으로 엄청난 저항에 직면하게 된다. 대선을 위한 성과가 아니라 오히려 실패를 초래하는 결과가 되기 때문이다. 따라서 북한이 경제발전과 체제안정을 얻는 유일한 방법은 핵을 완전히 포기하는 것뿐임을 알아야 한다.

트럼프는 재선이 당면한 과제다. 그래서 자신이 추진해 온 대북정책 성과를 자화자찬하는 데 몰두한다. 최근 트럼프는 기자들과의 문답을 통해 “지난 3년 동안 이 나라(미국)에서 일어난 가장 좋은 일은 내가 김정은과 가장 좋은 관계를 갖고 있다는 사실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미국이 지난 50년간 북한과 관련해 제대로 하지 못해 아무것도 얻어내지 못했다. 우리(나와 김정은)는 관계를 갖고 있다. (그 이전에는) 그들(북한)과 관계를 가진 적이 없다”면서 자신의 업적을 적극 과시했다.

하지만 이런 그의 주장에 적극 공감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트럼프가 작년 김정은과 만나기 전 이제 자신이 나서면 북핵 문제는 완전해결될 수 있다고 자신감을 보였지만, 지금까지 한 걸음의 진전도 없다. 오히려 북한 핵·미사일 능력은 고도화되는 반면, 한미동맹은 뿌리부터 흔들리고 있다. 트럼프의 대북정책이 진정 성과로 평가받으려면 오로지 유엔안보리가 규정한대로 완전하고 검증 가능하고 돌이킬 수 없는 핵폐기(CVID)를 합의에 담아내야 한다. 만일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그 역시 북핵 협상에 실패한 대통령으로 기록될 것이다.

여기서 문제는 우리의 대응이다. 북한 핵과 미사일은 우리를 겨냥한 절박한 위협이다. 따라서, 다가오는 북한 비핵화 협상에서 북미가 주고받기식으로 적당히 타협하는 것이 아니라, 핵과 미사일이 검증 가능한 수준으로 완전폐기 되는 방향으로 합의하도록 독려해야 한다. 무엇보다 더욱 중요한 것은 북한의 비핵화가 완성되기 전까지는 공고한 한미동맹과 연합 억제력을 유지·강화하는 일이다. 아울러 대화를 통한 북핵 문제 해결이 실패할 경우를 대비한 플랜 B도 반드시 수립되어야 한다.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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