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찬일의 방방곡곡/길을 걷다] 전남 고흥 외나로도 나로우주센터

  • 임성수
  • |
  • 입력 2019-09-27   |  발행일 2019-09-27 제37면   |  수정 2020-09-08
고즈넉한 섬안의 우주로 가는 길목에서 쏘아올리는 꿈·미래
20190927
나로우주센터에 있는 실물크기 우주선 나로 3호의 모형.
20190927
우리나라 최고 수령 편백 숲과 트레킹 로드.
20190927
나로우주센터가 위치한 전남 고흥 외나로도의 수려한 해안 풍경.
20190927
외나로도 우주센터 뒷산인 봉래산 편백나무 숲.

그 섬에 닿았다. 다도해에 있는 그 섬은 아름다운 풍경화였다. 게다가 나로우주센터가 있어 탐방객의 꿈과 미래를 우주로 쏘아 올리는 그 섬은, 어마지두 낮별로 보이기도 했다. 전남 고흥 외나로도에 있는 나로우주센터 광장이다.

실물모형의 나로 3호 앞에서 나는 잠시 아연하고 숱한 생각이 뒤죽박죽 섞이는 혼란을 느꼈다. 이 우주선 모형 앞에서 나의 내면에 두 가지 푸른 불꽃이 점화되는 것을 느꼈다. 하나는 우주에 비해 인간은 너무 보잘 것 없는 존재라는 것이다. 인간이 우주에 비해 얼마나 먼지 같은 존재인지는 시나브로 살펴 볼 것이다. 그것은 이미 인류사에서 수없이 드러났고 신(神)에 가까이 간, 두 분 석가와 예수의 말씀에서도 많이 밝혀졌다. 석가와 예수가 깨달은 자비와 사랑은 바로 우주 현상의 설명이었다. 다른 하나는 몇 가지 기억으로 인간이 우주에 대해 밝히고 그때마다 우리의 신화(神話)와 꿈이, 바로 우주 현상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는 일종의 쇼크 같은 것이었다. 나는 이 두 가지 푸른 불꽃을 가리사니하고, 내 내면에서 영원히 타고 있을, 마치 올림픽 성화 같은 그 푸른 불꽃을 통해 나를 다소나마 이해하려 할 것이다. 그리고 우주과학관으로 들어간다. 키워드와 해시태그는 ‘과학, 우주와 나’가 될 수밖에 없었다.

미·소 우주 경쟁
1957년 옛소련, 인류 첫 지구궤도 순항
달에 첫발 美, 우주 비밀 푸는 시작점


1957년 10월4일 옛 소련의 우주선 스푸트니크 1호가 인류 최초 우주로 올라가 지구 궤도를 순항했다. 이것이 바로 스푸트니크 쇼크(Sputnix shock)다. 스푸트니크란 ‘여행의 길동무’란 러시아어다. 그때까지 팍스 아메리카나(Pax Americana), 즉 2차 세계대전 이후 세계 질서를 주도하던 초강대국 미국은 우주 경쟁에서 밀렸다. 미국은 충격의 도가니 속에 초강대국의 환상이 산산조각 났다. 엄청난 패닉 상태에 빠진 미국은 과학과 수학을 재점검하고 우주개척에 국력을 쏟아 부었다. 이때부터 곰비임비 우주경쟁이 시작된다. 가장 극적인 것만 이야기해보면 1961년 4월12일 소련의 유리 가가린이 보스토크 1호를 타고 최초로 우주로 나가 우주탐사에 성공했다. 나는 그때 중학교 1학년이었는데, 유리 가가린의 이름이 세계를 시끌벅적하게 했고, 각종시험에도 유리 가가린이 등장했다. 이러하자 우주경쟁에 뒤늦게 뛰어든 미국은 1969년 7월20일 닐 암스트롱이 인류 최초로 달에 첫발을 내디디면서 ‘이는 한 사람으로서는 한 발자국에 불과하지만, 인류로서는 커다란 도약이다.(That’s one small step for a man, one giant leap for mankind.)’라는 명언을 남겼다. 앞서거니 뒤서거니 하던 미·소의 우주경쟁으로 우주과학은 가파르게 발전했고, 세계 여러 나라가 우주 개발에 참여하며 우주에 관한 숱한 비밀이 밝혀졌다.

우주는 어떻게 탄생했으며 크기는 얼마나 될까
대폭발로 만든 은하계 내부 속 태양계
지금 이순간에도 무서운 속도로 팽창중


우주의 기원은 빅뱅이론(Big bang theory) 즉 대폭발로 탄생했다고 한다. 말하자면 시작은 무(無)였다. 그게 대략 137억년 전이다. 초기 우주는 고온고밀, 매우 높은 온도와 밀도였다. 대폭발 후 온도가 차츰 낮아지면서 물질이 생성되고 이 물질과 에너지가 은하계와 은하계 내부의 천체들을 만들었다. 우리가 살고 있는 태양계는 우리 은하 내부의 천체이다. 이렇게 생성된 우주는 정말 넓다. 우리가 사용하는 어떠한 형용사와 상상으로도 그 크기를 나타낼 수 없을 만큼 크고 광대하다. 지금 우리가 우주를 이야기하는 이 순간에도 무서운 속도로 팽창하고 있을 것이다.

태양계·은하계 크기는 얼마일까
광활한 우주에서 태어난 미약한 생명체
별의 먼지이며 수십억년된 탄소 덩어리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의 태양계에 속하는 태양은 약 2천억개 별로 구성된 우리 은하에 있다. 그리고 우주는 약 1천억개의 은하로 되어 있다. 그 크기가 끔찍하지 않은가. 태양계만 하더라도 우리의 상상보다 더 거대하다. 해왕성 밖으로 그보다 더 멀리, 카이퍼 벨트와 오르트 구름까지는 초속 30만㎞인 광속으로 약 4년 걸린다. 그 거리가 어림짐작이 되겠는가. 1990년 보이저 1호가 마지막 보낸 사진에는 지구가 텅 빈 검은 우주공간에서 희미한 연푸른색 점으로 보인다. 그것도 빛이 반사될 때 이야기다. 얼마나 보잘 것 없는가. 게다가 태양계가 있는 우리 은하를 가로지르는데 10만 광년, 우리 은하에서 이웃 은하로 이동하는 데는 약 18만 광년, 우주 전체를 이동하는 데는 약 137억 광년이라는 상상을 초월하는 시간이 필요하다. 이것도 우리가 관측 가능한 우주일 뿐이다. 우리가 관측할 수 없는 더 큰 우주가 있을 것이라고 과학자들은 말하고 있다.

우주는 나를 압도한다. 지금 지구에 사는 인간을 포함한, 숱한 생명체는 우주가 만든 것이다. 우리 몸은 원자로 되어있는 세포로 탄생했는데, 이 원자는 별들이 창조하고, 별들의 잔해에서 만들어 졌다. 1960년대 조니 미첼의 노래 ‘우드스톡’은 “우리는 별들의 먼지이고 수십억 년 된 탄소 덩어리일 뿐”이라고 소개한다. 우리는 산산이 파괴된 별들의 잔해다. 별들은 예부터 인간의 마음을 빼앗아 왔다. 별들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공룡도, 고흐의 그림 ‘별이 빛나는 밤’도, 베토벤의 음악도, 석가도 예수도 없었을 것이다. 보리수나무도, 골고다 언덕도 없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별은 우리의 영원한 환상방황이고, 신들이 들락거리는 영계(靈界)이기도 하다. 성서에 보면, 별은 하느님의 힘과 권세의 상징이다. 동방박사는 “유다인의 왕으로 나신 분이 어디에 계십니까. 우리는 동방에서 그분의 별을 보고 그 분에게 경배하러 왔습니다”라고 했다. 얼마나 의미심장한가. 석가의 말씀도 우주에 관한 해석이라는 것이 드러났다. 불교의 핵심을 정리한 반야심경에 보면 ‘… 색불이공(色不異空-물질이 허공과 다르지 않고) 공불이색(空不異色-허공이 물질과 다르지 않고) 색즉시공(色卽是空-물질이 바로 허공이고) 공즉시색(空卽是色-허공이 바로 물질이다)…’이란 말이 나온다. 나는 청년시절 이 말을 접하고 그 바른 뜻을 몰라 늘 안개 속에서 해작였다. 그러나 칼 세이건의 우주에 관한 명저 ‘코스모스’를 읽은 후 반야심경의 내용을 이해하고, 탄성을 질렀다. 이 말은 바로 우주 생성에 관한 말이며 은하단의 블랙홀과 회전, 시간의 흐름, 끝없이 변하는 공간에 대한 명상적인 언어가 아닌가.

몽돌해변·봉래산 편백나무 숲
몽돌해변으로 나와 빠진 마음의 블랙홀
곧고 수려한 백년된 편백나무숲 산림욕


20190927

우주과학관을 두루 둘러보고 밖으로 나와 해변으로 걷는다. 바다가 솔수펑이 그지없이 아름답다. 몽돌해변이 나타나고 그 뒤로 바다가 코스모스, 성경, 불경의 활자처럼 형이상학(形而上學)으로 출렁인다. 시간은 어디서 와서 어디로 흘러가는지. 흘러가면서 시간은 나를 어딘지 모르는 곳으로 데려간다. 나는 갑자기 모든 일이 헛되고 헛되다는 마음의 블랙홀에 빠졌다. 그러나 우주가 잠시도 쉬지 않고 변하면서 영원하듯이 물질이 허공으로 변하고 허공이 물질로 바뀌는 순환을 계속하듯이 나에게도 하나의 꿈이 지나가면 또 다른 꿈이 찾아온다.

자리를 털고 나로우주센터 뒷산인 봉래산으로 시부저기 오른다. 금강산을 닮고 불사약이 있다고 하여 이름 지어진 봉래산은 오후의 햇빛아래 몽환으로 보였다. 드디어 삼나무 편백나무 숲에 도착한다. 1920년 일제강점기 때 시험림으로 심었다는 백 년 된 삼나무 편백나무 숲은 나무마다 둥치가 한 아름씩이고 곧고 수려해 마치 숲의 샹그릴라에 서 있는 듯하였다. 한참 산림욕을 한다. 그리고 요흐(Joch)인 시름재 정상을 거쳐 무선기지국 주차장에 도착한다.

물질과 반물질, 빛과 암흑, 작용과 반작용의 우주. 내 몸에는 나를 온통 바꾸는 시간의 잇자국이 박힌다. 먼 훗날 나도 지구도 어떻게 될까. 우주 공간의 한 먼지로 남을까. 아니면 그마저도 없는 무(無)로 돌아갈까.

시인·대구힐링트레킹회장 kc12taegu@hanmail.net
사진=김석 대우여행사 이사

▨여행정보

☞ 문의: 나로우주센터 우주과학관 (061)830-8700.

☞ 내비 주소: 전남 고흥군 봉래면 하반로 490.

☞ 트레킹 코스: 나로우주센터 광장-우주과학관-몽돌해변-봉래산 편백나무 삼나무 숲-시름재-봉래산정상-무선기지 주차장.

☞ 주위 볼거리: (가)고흥 우주발사 전망대 (나)나로도 해상경관 (다)국립청소년우주센터 (라)능가사 (마)금탑사 (바)소록도 (사)애도.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위클리포유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