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대구에서 열린 뇌과학 올림픽, 세계뇌신경과학총회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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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09-30 07:57  |  수정 2020-09-09 14:06  |  발행일 2019-09-30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대구에서 열린 뇌과학 올림픽, 세계뇌신경과학총회

4년마다 세계 각국의 운동선수들이 모여 스포츠 분야에서 기량을 뽐내는 올림픽이 열립니다. 올림픽은 4년간 혼을 바쳐 연마한 기술을 온 몸으로 보여주는 선수들과 이를 보며 선수들의 흘린 땀과 수고에 환호하는 관중이 하나가 되어 즐기는 축제마당입니다. 이런 축제가 스포츠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뇌과학에도 있다는 것을 대구 시민들은 알고 계신가요?

2019년 9월21일부터 5일간 대구에서는 ‘뇌과학 올림픽’이라 할 수 있는 ‘세계뇌신경과학총회(IBRO)’가 열렸습니다. 세계뇌신경과학총회는 4년마다 개최되는데 이번에는 대구에서 열리게 된 것입니다. 참고로 이번 대구시가 유치한 세계뇌신경과학총회는 1995년 일본 교토에서 개최된 이후 아시아에서는 두 번째입니다. 이번 총회에는 전세계 87개국으로부터 4천500여명의 뇌과학자들이 모여 인류가 극복해야 할 가장 큰 문제인 치매 정복을 위한 최신 지식과 정보를 교환하는 귀한 시간을 가졌습니다.

대구에서 열린 이번 총회는 역대 세계뇌신경과학총회 사상 최대 규모인 4천500여명이 참가하여 우리나라의 뇌과학에 대한 관심과 열기에 전세계에서 모인 뇌과학자들이 깜짝 놀랐습니다. 학술행사로 노벨 생리의학상 수상자이며 DGIST의 석좌교수인 Erwin Neher 교수님이 기조강연자로 초청되어 흥분성 시냅스에서의 신경가소성 조율에 관한 최신 연구에 대한 발표를 해주셨습니다. Neher교수님은 뇌과학 전문가들을 위한 강연은 물론 일반 대중을 위해 ‘브레인쇼 2019’에서 따로 강연을 하고 궁금증을 풀어주는 간담회도 개최하여 많은 시민과 미래 뇌과학자 학생들로부터 커다란 호응을 얻기도 하였습니다. 다른 학술행사로는 향기박사의 연구분야인 후각신경계 전문가인 독일 막스프랑크 연구소의 Peter Mombaerts 교수도 방문하여 최근 후각수용체 연구동향에 대한 발표를 하였는데, 지난 20여년간 믿어왔던 ‘후각수용체의 구역별 발현 이론’이 새로운 실험기법을 이용한 자신의 최신 연구결과를 통해 커다란 수정이 필요하다고 주장하였습니다. 또 최근 본인이 새롭게 연구에 활용하기 위해 도입한 동물의 이름이 ‘Degu(데구)’라고 밝히면서 이번 자신의 ‘Daegu(대구)’ 방문이 우연이 아니라 필연인 것 같다는 농담을 하기도 하였습니다.

세계뇌신경과학총회와 더불어 세계 28개국 고교생이 참여한 국제 뇌과학 올림피아드인 ‘International Brain Bee 2019(IBB 2019)’도 대구에서 열렸습니다. 이번 IBB 2019에 참석한 28개국 참가학생과 지도교사 그리고 보호자들은 올림피아드가 진행된 한국뇌연구원과 경북대 치과대학의 연구실 규모와 장비 수준에 매우 놀랐으며, IBB 위원회 역시 이런 전문적인 지원을 통해 역대 어떤 올림피아드에서보다도 높은 수준의 경연을 펼칠 수 있었다고 밝혔습니다. 개막식 축하공연으로 뇌발달장애를 앓고 있는 학생들로 구성된 ‘에반젤리 합창단’이 노래를 불렀는데, 이 학생들이 온 힘을 다해 부르는 ‘You raise me up’을 듣던 많은 참가자들이 눈물을 훔치며 조용히 따라 부르던 장면은 정말 아름다운 순간이었습니다.

이제 ‘IBRO’는 끝났으니 우리 뇌과학자들은 ‘입으로(IBRO)’ 하는 일은 멈추고 다시 ‘머리로’ 또는 ‘뇌로’ 하는 일에 매진해야 합니다. K-pop을 통해 전세계 사람들을 열광케하고, 축구·야구·골프·피겨스케이팅 등 다양한 K-Sports 스타들이 한국을 널리 알립니다. 또 이번 참석한 모든 참가자들은 메인 콘퍼런스홀에 설치된 대한민국 LED 패널을 보고 한국의 기술력에 넋을 잃었습니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10월 노벨상 수상자 발표 시즌만 되면 한없이 작아집니다. 이번 세계뇌신경과학총회를 통해 보여준 대한민국 과학기술에 대한 관심과 열망이 불씨가 되어 언젠가 한국을 K-pop과 K-Sports와 더불어 K-Brain Science로 기억하게 되는 날이 오리라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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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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