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책 읽는 아이들

  • 최소영
  • |
  • 입력 2019-09-30 08:00  |  수정 2019-09-30 08:00  |  발행일 2019-09-30 제18면
“한 권의 책도 생각하며 꼼꼼히 읽는 습관 길러야”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상상하며 읽으면 즐거움도 두배
공책에 정리하며 논술실력도 키워
[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책 읽는 아이들
일러스트=최소영기자 thdud752@yeongnam.com

학부모 상담주간입니다. 이맘때쯤이면 항상 학부모들은 우리 아이들이 책을 좀 더 잘 읽었으면 하는 마음을 이야기합니다. 예전에는 학부모님들이 우리 아이들이 ‘책을 많이 읽었으면’하는 바람에서 이제는 우리 아이들이 ‘책을 잘 읽었으면’으로 고민하는 모습을 보면서 ‘참 많이 바뀌었구나’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실제로 학교에 있어보니 우리 아이들은 책을 많이 읽고는 있습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우리 아이들은 속독과 다독에 빠져 있는 것 같다는 아쉬움이 많았습니다. 이제 속독과 다독의 시대에서 정독과 통독의 시대로 바뀌어야 할 것입니다. 그리고 그런 분위기는 벌써 한걸음 다가와 있습니다. 최근 학교현장에서 슬로리딩, 한 학기 한권 읽기, 온 작품 읽기의 열풍이 불어오는 것도 모두 정독과 통독을 강조한 것이라 할 수 있습니다.

음식을 먹을 때 많이 배불리 먹는 것만이 좋은 것은 아닙니다. 잘 먹지 못하던 시대에는 배불리 먹는 것이 소원이었다면 요즘시대에는 배불리 먹는 것보다 음식 속의 영양가를 생각하여 균형 있는 식단이 필요하고, 아울러 맛있게 먹는 것도 중요합니다. 그렇다면 맛있게 먹는다는 것은 무엇일까요. ‘강아지 똥’을 지으신 권정생 선생님은 책을 잘 읽기 위해서 다음과 같이 말했답니다.

“나는 아이들에게 책을 너무 빨리 읽지 말라고 한다. 책을 천천히 생각하며 읽기를 바란다. 소년 시절 도스토예프스키의 ‘죄와 벌’을 이틀 만에 다 읽어버린 것이 아직도 후회스럽다. 한 열흘간 천천히 생각하며 읽었더라면 ‘죄와 벌’의 내용을 더 많이 기억할 수 있었을 테니까.”

권정생 선생님께서는 여러분들이 생각하지 않고 너무 빨리 책을 읽는 것에 대해서 걱정하신 거랍니다. 여러분들은 책을 어떻게 읽는지 한번 생각해 보세요. 아직도 짧은 시간에 많은 책을 읽는 것을 자랑스러워하고 있지 않나요. 물론 책을 짧은 시간에 많이 읽는 것도 좋지만, 생각하며 천천히 읽는 것도 매우 좋은 책읽기 방법이랍니다.

지금부터 책을 읽을 때는 빨리 많이 읽는 것보다 한 권이라도 생각하면서 꼼꼼히, 자세히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책을 읽으며 나의 경험과 비교해 보고, 등장인물의 모습도 상상해 보고, ‘내가 주인공이었다면 어땠을까?’ ‘내가 이야기를 이어 쓴다면?’ 등 여러 가지 생각도 해 보세요. 책을 읽으며 떠올리는 이러한 생각들은 여러분에게 책 읽는 즐거움을 두 배로 키워줄 것입니다. 그리고 이 때 떠올렸던 생각들을 공책에 정리해 보면 논술도 잘하게 될 것입니다. 책 한 권을 보듬고 만지고 냄새 맡으며 한 단어, 한 문장, 삽화 하나까지 밥알 씹듯이 천천히 음미하여 읽어보면 진정한 책읽기의 즐거움을 맛볼 수 있을 것입니다.

세상에서 가장 좋은 공부는 아마 체험일 것입니다. 일기쓰기를 강조하는 것은 바로 일기가 직접 경험의 산물이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모든 경험을 다 하면서 살아갈 수 없습니다. 그래서 독서가 필요한 것입니다. 독서는 직접 체험으로 다 할 수 없는 것을 간접 체험하게 해 주는 가장 좋은 방법인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생각하면서 읽는 것이 중요합니다. 독서는 생각을 키워줍니다. 따라서 생각하며 읽는 것이 매우 중요하고 그러기 위해서 우리는 자세히 읽기, 꼼꼼히 읽기의 정독이 필요한 것입니다.

그렇다면 책을 잘 읽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할까요. 먼저 만화로 된 책을 가급적 줄이는 것이 좋습니다. 앞서 말했듯이 책을 읽으면서 우리는 생각하며 읽어야 하기 때문에 나만의 이미지를 만드는 능력이 필요합니다. 만화로 이미지가 다 그려져 있다면 그만큼 생각할 필요가 없어서 생각하는 힘을 길러내기가 어렵습니다. 그래서 학습만화는 읽기 부진아를 위해 개발된 읽기 자료가 그 시초입니다.

두 번째는 기록하면서 읽는 것이 좋습니다. 독서기록장이나 생각기록장 아니면 그냥 책의 빈 여백에 읽으면서 떠오른 생각들을 메모해 두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 좋습니다. 책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을 공책에 정리하면 생각을 키우는데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흔히들 인터넷을 찾아보면 금방 나온다고 이야기합니다. 된다고 생각하지만 우리는 검색에서 사색으로의 전환이 필요합니다. 이어령 교수는 검색과 사색에 대해서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습니다.

“검색에서 사색으로 전환되어야 한다. 검색은 외부를 살피는 것이고 사색은 나를 살피는 것이다. 사색하는 사람이 아름답다.”

실제로 인터넷 검색은 창의적인 사고를 방해한다고 합니다. 전자 하이퍼텍스 문서와 종이 문서로 각각 나누어 내용을 이해하는 실험을 해 보았습니다. 이해도 검사를 실시한 결과 종이 문서 쪽이 월등했다고 합니다. 이제 스마트폰과 컴퓨터를 내려놓고 종이로 된 책을 읽어보는 것이 어떨까요.

마지막으로 책을 읽고 나서 자신이 읽은 이야기를 친구에게 또는 동생에게 스토리텔링을 해 주는 것도 좋은 습관입니다. 스토리텔링 과정에서 점점 글의 내용을 요약하는 능력이 저절로 생길 것입니다. 또한 읽었던 이야기를 다시 정리하는데 도움이 됩니다. 부모님도 아이들이 읽은 책을 스토리텔링해 줄 때 맞장구를 쳐주면서 들어주어야 합니다. 그것이 웬만한 학원을 보내는 것보다 훨씬 좋은 국어공부가 될 것입니다. 책에 대해서 이야기 할 때 애써 작가의 의도를 찾으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됩니다. 작가의 의도도 중요하지만 정작 더 중요한 것은 자신이 그 책을 읽고 떠올린 생각이라는 것을 놓쳐서는 안 될 것입니다. 김원구<대구 포산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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