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은 눈동자 주위 심한 충혈·통증 방치땐 실명까지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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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1 07:46  |  수정 2019-10-01 07:49  |  발행일 2019-10-01 제19면
■ 결막염과 혼동하기 쉬운 ‘포도막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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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체트병으로 왼쪽 눈에 홍채염·유리체혼탁·망막혈관염을 동반한 전체포도막염 진단을 받은 경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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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도움말=사공민 영남대병원 교수(안과)


직장인 김모씨(44)는 최근 병원을 찾았다가 충격을 받았다. 그냥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는 결막염인줄 알고 방치했는데 실명을 할 수도 있는 ‘포도막염’이라는 진단을 받았기 때문이다. 김씨는 “증상이 거의 결막염과 같아서 시간이 지나면 나을 줄 알고 있었는데 차도가 없어 병원을 찾았다”면서 “병원에서 결막염과 증상이 비슷해 오인하기 쉽지만, 시간이 지나면 자연스럽게 낫는 결막염과 달리 포도막염은 시력을 잃을 수도 있다고 해서 엄청 놀랐다”고 말했다. 30일 의료계에 따르면, 포도막염은 결막염과 비슷한 증상을 보이는 안과질환이다. 이런 탓에 여름철 유행하는 결막염이 잘 낫지 않는다고 판단해 치료를 늦추다가 위험한 상황을 맞는 경우가 적지 않다.

결막염과 증상 비슷하지만 위치 달라
홍채 등 안구 중간층 내부 조직 염증

일부 원인 베체트병 등 자가면역질환
눈 속 포도막 스스로 파괴…장애 유발



흔히 ‘눈병’이라 불리는 ‘유행성결막염’ 등 감염에 의한 유행성 눈병은 7월부터 늘기 시작해 8~9월에 가장 많이 발생한다. 2017년 건강보험심사평가원 자료를 보면, 6월 2만9천280여명 수준이던 바이러스 결막염환자는 7월 3만2천150여명, 8월 3만9천40여명으로 늘어난 뒤 9월 3만5천470여명으로 줄어들었다.

의료계 한 관계자는 “여름철 유행성 결막염 환자가 많이 늘어나면서 증상이 비슷한 ‘포도막염’ 환자들도 정확한 진단을 받지 않은 채 방치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면서 “그런 만큼 여름이 지난 이후에도 비슷한 증상이 이어질 경우 병원을 찾아 정확한 진단을 받는 것이 좋다”고 말했다.

◆결막염과 비슷한 증상, 결과는 천지차이

결막염의 경우 안구 가장 바깥쪽의 조직인 결막이 바이러스, 세균, 알레르기 등에 자극을 받아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하지만 포도막염은 홍채, 모양채, 맥락막 등 안구 중간층의 내부 조직에 염증이 생기는 질환이다.

문제는 포도막염은 세균, 바이러스 등이 원인이 되는 경우도 있지만 원인을 알 수 없는 비감염성 포도막염이 환자의 대부분을 차지한다. 심하면 실명까지 갈 수 있어 여름철 유행하는 결막염으로 오인하고 가볍게 대처해서는 안 된다고 전문가들은 조언했다.

포도막염의 주된 증상은 △충혈 △통증 △시력저하 등으로 결막염 증상과 비슷하다. 결막염의 경우 충혈은 흰자위 전반에 발생하지만 포도막염은 검은 눈동자 주변으로 심한 충혈이 보이며 안구 자체에 통증이 발생해 시야가 뿌옇게 보이는 등 시력저하가 발생한다. 이밖에도 사물이 찌그러져 보이는 변시증, 벌레가 날아다니는 것처럼 보이는 날파리증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한다.

전문가들은 “특히 가을철 야외 활동을 하다가 수정체가 직접 손상을 입을 경우도 백내장과 포도막염 등으로 이어질 수 있는 만큼 피해가 경미하다고 생각하더라도 안과 전문의의 진료를 받는 것이 좋다”고 조언했다.

◆치료시기 놓치면 영구시력손실 유발

색소가 많이 포함돼 있는 눈 구조물인 포도막은 홍채, 섬모체, 맥락막으로 구성돼 있다. 홍채는 눈 속으로 들어오는 빛의 양을 조절하는 조리개 역할을 하고, 섬모체는 가까운 거리의 초점을 맞추고 눈 속 체액인 방수를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맥락막은 망막 시세포층에 혈액을 공급하고 차광막 역할을 해 외부로부터 들어온 빛의 산란을 막는 역할을 한다. 이들은 상대적으로 염증이 쉽게 생길 수 있는데, 이는 포도막이 타 조직과 결합된 조직이 많고 혈관이 풍부하기 때문이다.

포도막염으로 인한 통증은 홍채나 섬모체에 이들 염증이 침범하면서 발생하게 된다. 시력저하는 이러한 염증이 조절되지 않아 망막손상이 생기면서 발생할 수 있다. 이러한 포도막염은 여러 가지 종류의 자가면역질환과 관련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눈에만 국한되지 않는 경우가 많다고 전문가들은 설명했다.

포도막에 염증이 생기는 구조는 면역체계의 이상으로 설명할 수 있다. 우리 몸의 정상적인 면역체계는 몸에 해가 되는 외부의 침입자를 공격하는 역할을 한다. 하지만 면역체계의 이상이 생기면 우리 몸의 조직인 눈 속 포도막을 스스로 파괴해 통증을 비롯한 시력 저하와 같은 장애를 남기게 되는 것이다.

보통 포도막염 환자들의 증상은 눈의 충혈이나 비문증을 동반한 시력저하가 많다. 일부 환자들의 경우, 구강궤양을 동반한 자가면역질환인 베체트병으로 인한 포도막염이 원인인 경우도 있다. 포도막염은 대부분 원인을 알 수 없지만, 베체트병이나 보그트·고야나기·하라다씨병, 강직성 척추염 등과 같은 비감염성 면역질환이 동반되는 경우도 이들 질환을 포도막염의 원인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

◆감염 여부에 따라 치료법 달라져

포도막염으로 진단되면 감염경로에 따라 치료 방법이 달라진다. 그런 만큼 감염에 의한 것인지, 비감염성으로 발생했는지를 먼저 구분하게 된다.

감염성 포도막염의 경우는 균에 대한 치료가 반드시 이루어져야 한다. 염증을 감소시키는 스테로이드의 사용은 병의 악화를 초래할 수 있다. 비감염성의 경우 수개월에서 수년 이상의 장기적인 치료가 필요한 경우가 많은데, 점안약 또는 전신 제제의 스테로이드를 기반으로 치료를 하게 된다. 스테로이드 제제 기반의 치료는 난치성 포도막염 환자들에게 염증 조절을 위해 장기적으로 필요한 치료이지만, 얼굴이 달덩이처럼 붓거나 불면증이 생기기도 하고, 혈당 상승이 나타나기도 한다. 또 골다공증으로 인한 골절 위험이 증가하기도 한다. 이러한 이유로 스테로이드 제제에 면역 억제제나 최근 개발되는 생물학적 제제 등을 추가해 사용하기도 한다. 생물학적제제는 자가면역질환에 관여하는 핵심 인자로 알려진 종양괴사인자(Tumor Necrosis Factor, TNF-alpah)에 특이적으로 결합하는 항체로서 종양괴사인자가 세포막에 존재하는 그 수용체와 결합해 염증반응을 유발하는 신호전달 과정을 차단해 효과를 나타내어 난치성 포도막염에 사용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영남대병원 사공민 교수(안과)는 “포도막염은 초기 진단을 통해 적절한 치료를 병행해야 실명의 위험을 낮출 수 있는 만큼 정확한 진단과 치료가 중요하고 환자 스스로는 면역체계의 균형을 잃지 않기 위해 충분한 휴식과 균형 잡힌 영양 섭취 및 적절한 운동을 하는 것이 중요하다”면서 “여기에 평소 눈 건강에 관심을 가지고 증상에 따른 적절한 안과 검진도 필요하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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