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칼럼] 물 타기 정치는 국민 欺瞞행위

  • 김신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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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7   |  발행일 2019-10-07 제31면   |  수정 2019-10-07
[월요칼럼] 물 타기 정치는 국민 欺瞞행위

혼돈 그 자체다. 실시간 조국 드라마를 보면 무엇인가 분명히 잘못된 것 같으나, 그 반대 목소리를 들으면 비난이 가혹한 것 같다. 남북미 관계는 진전되고 있지만, 정부 정책에 오류가 많다는 주장이 만만찮다. 경제는 불황인데 정부는 개선 중이라고 강변한다. 대통령과 정당 지지율은 조사기관과 남북미 관계변화에 따라 널뛰기를 한다. 국민들은 지금 진보와 보수, 여야의 극단적인 주장과 선동에 매우 혼란스럽다.

조국 가족과 관련된 비리의혹이 연일 소나기처럼 쏟아지고, 법무부 장관 부적격 여론이 비등하다. 청년들의 박탈감도 크다. 그러나 여당과 대통령 지지층은 언론보도는 모두 가짜뉴스이며 반개혁 세력의 조직적 저항이라고 주장한다. 조 장관만이 검찰 개혁의 적임자라고 철통 옹위한다. 검찰총장을 끌어 내리려는 시도가 집요하고, 검찰청사 앞과 광화문 광장은 이념의 전쟁터로 변했다. 촛불 시위를 주도한 대학생회 간부들이 자유한국당의 사주를 받았다고 하고, 시국선언 교수들을 한 쪽에선 늙은 보수, 다른 한 쪽에선 검찰개혁을 빙자한 조국 지키기라고 서로 폄훼한다.

남북미 관계는 그런대로 가고 있다. 정치적 계산에 능한 트럼프 대통령은 일단 김정은과의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미국방문 때 새 해법을 내놓는 등 관계개선에 노력 중이다. 하지만 극렬 보수층과 한국당은 굴욕적 퍼주기라고 맹비난한다. 대통령이 나라를 북한에 갖다 바치려 한다고 외친다. 청년실업은 심각하고 각종 경제지표는 하향곡선을 그린다. 자영업자와 중소기업이 문을 닫고 대기업은 투자를 외면한다. 일본의 경제침략과 보호무역주의로 앞날은 암울하다. 그런데도 여당과 대통령은 고용이 늘고, 경기가 회복 중이라고 한다.

정치권과 네티즌, 극렬 진보와 보수층의 궤변과 인해전술(人海戰術)에 많은 국민들이 흔들리고 있다. 불신과 광기(狂氣)가 엄습하고, 지식인들은 적폐로 몰릴까봐 바른 말을 꺼린다. 통합은 멀어지고 분열만 가중된다. 국민들은 잘잘못에 대한 판단을 유보하면서 중간지대가 크게 늘어나고 있다. 여당의 지지율은 하락하고, 야당의 지지율은 정체되면서 무당파가 늘어나는 것은 이런 연유다. 이들 맹신적 진보와 보수 지지층들의 광적인 여론몰이엔 인지적 오류가 넘쳐난다. 매사를 흑백논리로 쪼개는 이분법적 주장과 과잉일반화, 낙인찍기가 횡행한다. 모든 사안에 진보와 보수라는 이분법적 진영논리는 국민들을 갈가리 찢어놓고 있다. 대통령을 빨갱이라고 낙인찍고, 남북미·경제정책을 사회주의로 가는 길이라고 과잉일반화한다. 정부마저 특정 경제지표 호전을 전반적 경제회복이라고 우긴다.

하지만 국민은 바보가 아니다. 거짓과 눈속임이 아무리 정교하더라도, 이를 간파할 수 있는 ‘저울’을 갖고 있다. 조국 장관의 변명을 백 번 수용하더라도, 그가 공정의 사다리를 부순 것을 부인할 수 없다는 걸 안다. 한 번도 받기 어려운 장학금을 어떻게 여섯 번이나 받았을까 한다. 평범한 젊은이들이 차례차례 힘겹게 사다리를 밟고 올라갈 때, 조국의 부모는 자녀들을 마치 우물 물 길러 올리듯이 밧줄로 확 당겨 올렸다. 검찰의 무차별적 피의사실 공표와 먼지털이식 별건수사, 무소불위의 기소독점 관행은 개혁의 대상임이 분명하다. 그러나 위선이 드러난 조국 개인을 검찰개혁과 동일시하는 것은 논리적 비약이다. 다른 사람도 충분히 할 수 있다. 남북미 문제는 민족의 명운과 관련된 사안이다. 북한은 화해와 상생, 그리고 통일을 향해 함께 가야 할 공동운명체다. 정부의 대북 접근방법을 비판할 순 있지만, 관계개선 자체를 부정하고 북한을 붕괴의 대상으로 보는 것은 틀렸다. 국민들은 정부의 왜곡된 경제상황 인식이 위험천만하다는 것도 안다.

시간이 갈수록 진실은 선명하게 드러난다. 과장과 축소, 독설과 궤변으로 혹세무민하고, 편을 가르는 행위는 중단돼야 한다. 사실마저 부인하는 여론 파괴행위는 민주주의의 적이다. 합리적 진보와 개혁적 보수, 불편부당(不偏不黨)한 중도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한다. 혼돈의 시대를 맞아 무엇이 정의롭고 공정한지를 판단하는 지혜와 양 극단에 치우치지 않는 자세가 필요한 시점이다.

김신곤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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