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의에게 듣는다] 유방 확대수술 후유증

  • 노인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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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8 07:54  |  수정 2019-10-08 07:55  |  발행일 2019-10-08 제20면
“유방에 특이증상 없으면 굳이 보형물 없앨 필요는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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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유방 재건 및 확대 수술에 사용된 보형물 중 거친 표면(textured) 유방 보형물이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BIA-ALCL·Breast Implant Associated-Anaplastic Large Cell Lymphoma)이라는 희귀암을 유발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런 탓에 유방 재건 또는 유방 확대 수술을 받은 여성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수술에 사용된 보형물에서 희귀암을 유발할 수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발암 가능성에 대한 우려가 커지고 있는 것.

하지만 전문가들은 어떤 보형물이 사용됐느냐에 따라 상황이 달라질 수 있는 만큼 막연한 두려움을 가질 필요는 없다고 입을 모았다. 다만 발암 가능성이 있는 제품을 사용한 경우는 병원을 찾아 상담을 받을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특정회사의 거친 표면 보형물서 암 유발 가능성 제기
수술 후 장액종 발생땐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 의심
조기 발견시 완치 가능…1년에 한번 정기검진 받아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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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엘성형외과 김한수 원장

대구지역 대표적인 의료기관인 비엘성형외과에 따르면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유방암과는 별개의 질환으로 면역체계와 연관된 희귀암의 한 종류다. 대부분 보형물을 심은 지점 근처의 흉터 조직과 체액에서 발견되지만 간혹 신체 전체로 퍼질 수 있다. 현재까지 보고된 사례들을 분석했을 때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대부분 거친 표면(textured) 유방 보형물에서 발생하고 있고, 매끈한 표면(smooth)을 가진 보형물과는 연관성이 나타나지 않은 상태다.

전 세계에서 미국으로 보고된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 이식 후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이 발생한 사례는 모두 573건으로, 이 중 엘러간사에서 만든 제품을 이식한 환자가 481건으로 대부분을 차지했다.

또 국내에서도 지난 8월13일 엘러간사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로 확대술을 받은 환자 한명이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으로 확진받았다. 7~8년 전 확대술을 받은 40대 여성 환자 한 명이 최근 한 쪽 가슴에 부기가 심하게 발생해 성형외과 의원을 방문, 모 대학병원에서 이 같은 판단을 받았다. 대한성형외과학회 및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에 보고된 후 엘러간사의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 사용과 판매가 중지됐다. 한국엘러간<주>은 약 한 달간 회수 작업을 해 국내 유통된 미사용 바이오셀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의 회수를 완료했다고 지난 9월30일 밝혔다.

여기에 미국의 엘러간사는 지난 7월24일 미국 식품의약국(FDA)의 권고로 자사가 만들어 전 세계에 판매된 바이오셀 거친 표면 유방 보형물 전체를 자진 회수하겠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이 증상을 보일 경우 빠른 시간 내에 전문의와 상의를 해야 한다고 전했다.

가장 흔한 증상은 장액종으로 인한 유방 크기의 변화이고, 특히 수술 후 8~10년 이후에 장액종이 발생했을 경우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을 의심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밝혔다.

장액종 여부를 판단하는 데에는 초음파가 가장 도움이 될 수 있으며, 장액종 외에도 피막에 발생한 덩어리나 피부 발진도 증상으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증상이 발생했을 때에는 전문의와 상의해야 한다.

다만 발병률이 극히 낮은 만큼 특이증상을 보이기 전까지는 보형물을 일부러 제거하지는 않아도 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판단이다. 조심을 해야겠지만, 너무 겁을 먹을 필요는 없다는 설명이다.

이날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의 발병률은 0.003~0.03%로 발생빈도가 극히 낮다. 또 미국·유럽연합(EU) 등 선진국에서도 제거수술 관련 마취, 수술 후 혈종, 염증, 감염 등 위험성을 고려할 때 증상이 없는 경우라면 예방적으로 보형물을 제거하는 것은 권장하고 있지 않다. 다만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은 조기 발견 시 완치가 가능한 만큼 이식한 지 1년이 지났다면 이상 증상이 없어도 1년에 1회 정기적으로 유방검진을 받는 것이 도움이 된다.

치료는 보형물과 주변 피막을 제거하는 수술을 하면 대부분 완치가 되고, 일부에서는 항암 화학요법과 방사선 치료를 시행하게 된다.

비엘성형외과 김한수 원장은 “거친 표면 인공유방 보형물로 인해 역형성 대세포 림프종을 의심할 만한 증상이 나오지 않았다고 해도 심리적인 불안감을 호소하는 이들이 적지 않을 수 있다. 이럴 때는 보형물을 교체하는 것도 고려해볼 필요가 있다”면서 “시술받고 나서 본인이 어떤 형태의 보형물을 시술받았는지 기억이 명확하지 않다면 수술 한 의료기관의 진료차트나 수술기록지 등을 통해 확인할 수 있는 만큼 도움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노인호기자 sun@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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