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문재인정부 국정 기조, 實事求是가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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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09   |  발행일 2019-10-09 제27면   |  수정 2020-09-08

7일 열린 국회 산자위와 과방위 국감에선 정부의 탈원전 정책에 대한 여야의 공방이 펼쳐졌다. 더불어민주당이 신재생에너지 개발은 세계적 추세라며 탈원전 옹호에 나선 반면, 자유한국당 등 야당은 한전이 적자를 내는 등 부작용이 심각하다며 탈원전 정책 철회를 촉구했다.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은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백지화 계획에 대해 “정부의 입장은 변함이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중단은 그리 간단한 문제가 아니다. 신한울 3·4호기는 2015년 건설이 확정돼 2022년과 2023년 말 차례로 완공할 예정이었다. 문재인정부의 탈원전 선언 전까지 부지 매입을 완료하는 등 전체 공정의 30%가 진척됐고, 원자로 설비와 터빈발전기 등 주기기 공급업체 두산중공업은 4천929억원을 투입했다. 공정이 거의 진행되지 않은 영덕 천지 원전 및 삼척 대진 원전과는 상황이 다르다. 원전업계에선 신한울 3·4호기를 백지화할 경우 매몰비용만 7천억원으로 추산하고 있다. 손해배상이 이어질 경우 손실 규모가 1조원대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한다. 신한울 원전 건설 중단에 따른 울진의 경제 공동화(空洞化) 현상도 심각하다.

장기적으로 신재생에너지 비중을 높이는 건 맞다. 하지만 아주 천천히 가야 한다. 국제에너지기구(IEA)도 신재생에너지의 발전단가가 낮아질 때까진 탈원전의 속도조절이 필요하다고 제안하지 않았나. 신고리 5·6호기를 끝으로 원전 건설이 중단되면 원전 생태계의 황폐화와 기술 사장(死藏)이 불가피하다. 중동 등에 원전 수출을 추진하는 우리로선 딜레마다. 따라서 탈원전보다는 당분간 원자력 발전 비중을 현상 유지하는 게 가장 합리적인 대안이라고 판단된다.

탈원전뿐만 아니다. 문재인정부의 대부분 정책이 현장의 실상을 반영하지 못하고 현실과 괴리가 크다는 지적이 많다.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과 주52시간 근무제가 그렇다. 대학강사 처우개선을 위한 강사법은 강사 학살법이란 오명을 썼다. 전남 나주에 들어서는 한전공대 설립 계획도 재고해야 마땅하다. 탈원전 정책으로 대학의 원자력공학과 등 에너지 관련 분야가 직격탄을 맞고 있는 상황에서 한전공대 설립은 아무래도 생뚱맞다. 정부 고위급 인사(人事)도 진영논리에 치우치지 않는 실사구시(實事求是)가 아쉽다. 실사구시의 관점이었다면 조국 장관 임명 같은 무리수는 두지 않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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