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타워] 지방분권의 촛불을 들자

  • 박종문
  • |
  • 입력 2019-10-10   |  발행일 2019-10-10 제31면   |  수정 2019-10-10
[영남타워] 지방분권의 촛불을 들자
박종문 교육팀 부장

나라가 조국 법무부 장관 사태로 극심한 대립양상을 보이고 있다. 검찰개혁을 외치는 무리는 서초동에서 촛불을 들었고, 법무부 장관 구속을 요구하는 세력은 광화문에서 마이크를 잡았다. 1987년 민주화 운동, 박근혜 대통령 탄핵을 외치던 소위 촛불혁명에 이은 광장정치가 다시 등장했다. 법과 제도가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정치가 민의를 외면했을 때는 어김없이 국민들은 거리로 나왔다. 그리고 길 잃은 정치가 제 방향으로 나아가도록 물줄기를 바꿨다. 근대 역사에서 보기드문 한국식 민주혁명이라 할 만하다.

하지만 지금의 광장정치는 예전과는 전혀 다른 모습이다. 광장은 둘로 나뉘어져 있다. 전통적 개념으로 진보와 보수로 구분하기도 어렵다. 개혁과 반개혁, 민주와 반민주 구도로 단순 정리하기에는 더 혼란스럽다. 국민들 한숨은 한없이 커져만간다. 그럼에도 한가지 분명한 것은 있다. 중앙정치논리에 매몰되지 않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의 관점에서 바라보면 지금의 조국 사태가 다소 간명하게 정리되는 지점이 있다. 비대해진 중앙권력(수도권)이 타락해 곪아터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에서 여야정쟁이 극심해지기 시작한 것은 소위 평화적인 헌법개정이 이뤄진 87체제 이후부터다. 대통령 선출방식이 5년 단임 직선제가 되면서 지금의 집권당과 제1야당 간의 집권을 위한 정쟁이 갈수록 치열해지기 시작했다. 두 정당은 집권을 위해 지속적으로 중앙당을 강화시켜왔고, 이는 여야 가릴 것 없이 중앙정치권력이 확대 재생산되는 결과를 낳았다. 전국화된 정당은 국회의원이나 지구당위원장이 기초자치단체 의원후보까지 낙점하는 완벽한 피라미드 구조를 갖췄다. 여기에 중앙정부 관료들이 가세하면서 민주국가에서 유례가 없는 수도권 중심의 중앙집중화된 공룡권력이 탄생했다. 지방자치제는 실시됐지만 분권화가 미약해 여전히 중앙정부가 감사·감독권과 재정권으로 지방정부를 쥐락펴락하고 있다.

민주화 30여년 만에 중앙정치권으로의 과도한 권력집중이 진행되면서 전통적인 여야정치세력 모두 기득권층이 됐다. 여야당 모두 권력에 취해 같이 타락해 가면서 정치행위와 권력의 행사가 우선 자기이익 챙기고, 다음엔 정파 간 이익을 공유하는 위험한 지경에 이른 것이다. 때문에 지금 조국 사태는 진보와 보수간 논쟁이 아닌 타락한 신기득권(현 정권)과 구기득권(전 정권) 간의 헤게모니 쟁탈전 양상으로 보는 게 맞지 싶다. 절대권력은 절대적으로 망한다는 말처럼, 우리나라는 수도권에 모든 정치권력이 집중된 구조라 필연적으로 부패할 수밖에 없는 한계를 갖게 된 것이다. 과거 독재정권의 부패한 실상이 이제는 여야 정치권력에서 같이 나타나고 있다. 정치만능시대, 넘치는 권력이 곪아터진 것이 이번 조국사태로 정점을 찍은 것으로 보인다. 이제 전통 보수당과 진보적인 정당 사이에 도덕적 차이는 별로 없다는 것을 목도하고 있지 않은가.

그 해결책은 여러가지가 있겠지만 가장 중요한 것 가운데 하나가 중앙정치권력의 분산이다. 지방자치확대, 지방분권이 필수적이다. 왜냐하면 조국 사태의 종착역에서 출구전략으로 여야가 정치개혁하고, 사법개혁 한다고 지금의 그 부패구조가 달라지지는 않기 때문이다. 아마 좀 더 공평하게, 아니면 좀 더 제도적으로 지금의 정치세력 간에 안정적인 나눠먹기가 가능한 방향으로 진행될 가능성이 많다. 그러면 수도권 독식의 정치적 의사결정 구조가 고착화된다. 지금보다 더 체계적 구조적으로 지방이 들러리가 되고 중앙정치권의 타락은 더 가속화된다는 의미다.

이번 사태에서 간간이 표출됐지만 그들에게 지방분권, 지방정치는 관심이 없다. 지방은 그저 하찮은 존재로 인식하고 있다. 그리고 자신들의 이익을 챙기기 위한 도구 정도로 취급하고 있다. 이 심각한 모순 극복 대책의 하나로 비대해진 중앙권력을 지방으로 분산시켜야 하는 체제개혁은 불가피하다고 생각한다. 중앙당 중심의 정당제도를 개혁하고, 지방분권 또한 문재인 대통령의 공약대로 연방제 수준으로 진행해야 한다. 지방자치제 확대와 지방분권은 그 정치적 중요성에도 불구하고 지금까지 너무 소홀히 다뤄왔다. 이제는 정말 비대해진 중앙권력을 민주적 가치에 따라 지방으로 분산하는 정치투쟁을 전개해야 한다. 지방분권을 위한 촛불을 들 때다.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