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표 국민의 소리 대표 인터뷰 “수오지심 없는 文정권에 화나…희망주는 새 정치세력 나와야”

  • 송국건 정재훈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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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1   |  발행일 2019-10-11 제5면   |  수정 2019-10-11
前정권 적폐보다 現정권 적폐 더 심해
2년반만에 나라거덜 대통령 결단 필요
3일 개천절 집회는 국민저항권의 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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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원한 재야인사’장기표 국민의 소리 대표는 조국사태를 바로 잡으려면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와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기표’. 어느덧 74세가 된 이 이름 앞엔 ‘영원한 재야(在野) 인사’란 수식어가 어울린다. 서울대 법대 학생회장을 맡았을 때 노동문제에 관심을 가졌던 게 그의 인생항로를 정해 버렸다. 중장년층의 기억에 남아 있는 1970~1990년대 주요 시국사건엔 항상 그가 ‘연루’됐다. 서울대생 내란음모사건, 민청학련사건, 청계피복노조사건, 김대중 내란음모사건, 5·3 인천사태, 중부지역당사건… 다섯 차례에 걸쳐 9년 동안 수감되고, 오랜 수배생활을 하게 만든 사건들이다. 민중당 정책위원장, 한국사회민주당 대표, 녹색사민당 대표최고위원, 전태일재단 이사장 등 그동안 맡았던 직함에도 삶의 흔적이 묻어 있다. 하지만 그는 통념적 의미의 진보좌파는 아니다. 김윤환, 이기택, 이수성 같은 보수인사와 민주국민당을 창당하기도 했다. 그에게 제도권 정당은 단지 사회개혁에 필요한 도구였을까. 진영논리에 얽매이지 않는 행보 때문인지 국회의원선거 전적은 6전6패다. 그럼에도 재야에서 위정자들을 향한 쓴소리, 바른소리를 꾸준히 내고 있다. 지금은 ‘국민의 소리’란 정치결사체를 만들어 공동대표를 맡고 있다. ‘국민의 소리’는 유튜브 방송을 운영한다. 최근 집중하는 사회현안은 ‘조국 사태’다. 영남일보 창간 74주년을 맞아 장기표 대표와 특별인터뷰를 가졌다.

前정권 적폐보다 現정권 적폐 더 심해
2년반만에 나라거덜 대통령 결단 필요
3일 개천절 집회는 국민저항권의 발동

조국사태 이념문제 아닌 기득권지키기
진보 장점인 도덕성 붕괴 위선에 분노

기존정치는 구시대 이념·정책에 매몰
지금의 한국당으론 내년 총선 힘들어
대중집회로 새 인물 찾아 野통합해야


▶‘국민의 소리’는 매주 토요일 오후 5시 서울 광화문에서 집회를 갖는데, 조국 법무장관뿐 아니라 문재인 대통령 퇴진도 요구하더군요. 대통령은 왜 퇴진해야 합니까.

“2년반만에 나라가 거덜나게 생겼기 때문이죠. 앞으로 2년반을 (문 대통령이) 더 하면 진짜 큰일 아니겠어요? 문 대통령이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그렇지 않으면 헌법에 보장된 국민저항권을 행사해야죠. 10월3일 개천절 집회는 국민저항권의 발동입니다.”

▶박근혜 전 대통령과 문 대통령을 비교하면….

“박 전 대통령도 못한 일이 대단히 많죠. 하지만 문 대통령은 잘할 것처럼 시작했는데 더 나빠졌어요. 최저임금의 급격한 인상을 보세요. 그래서 경제가 어떻게 됐나요? 박근혜 정권이 잘한 건 아니지만 문 정권만큼 급격하게 나빠지게한 건 아니었죠. 그런 면에서 오히려 문 정권이 더 나쁘다고 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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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보가 장점으로 내세우는 게 도덕성, 공정의 가치인데 그게 조국 사태로 무너졌죠.

“문재인정권 때문만은 아니지만 이 사회의 도덕성이 붕괴됐어요. 이기주의가 너무 팽배해져 있습니다. 정치권이나 고위 관료들은 말할 것도 없고 일반 국민들도 마찬가지죠. 그런데 이 정권이 오히려 더 심화시킨 거죠. 내로남불, 요즘에는 조로남불(조국이 하면 로맨스, 남이 하면 불륜)까지 나오지 않습니까. 이 정권은 정말 후안무치하고 적반하장입니다. 아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는데 자신들은 옳다는 거죠. 조국씨의 경우 딸, 사모펀드도 있지만 가장 분노하는 건 위선이고 거짓말입니다. 본인은 남을 얼마나 비난하고, 규탄하고, 민정수석이 된 후에는 얼마나 많은 사람들을 잡아 넣었나요. 그런 본인의 잘못은 감추고 있죠. 전 정권의 적폐보다 이 정권의 적폐가 더 심합니다. 그러니까 국민적 분노가 일어나는 거죠.”

▶이번 사태로 진보의 민낯이 드러났다고 볼 수 있을까요. 아니면 조국 장관 혼자의 문제일까요.

“우리 사회에서 진보를 표방하는 정당, 언론들은 본래 진보가 아닙니다. 이들은 수구적 진보죠. 일부는 그렇지 않지만…. 지난 날 민주화 운동세력들이 김대중·노무현 정권을 거쳐오며 정치권력에 붙어서 기득권 세력이 됐습니다. 이렇게 진보로 간주되고 있는 수구적 진보 사람들이 이번에 민낯을 드러낸 것이라 할 수 있죠. 유시민, 공지영, 심상정 등이 (이번 사태에서) 적극적으로 나오는 것은 이념문제가 아니라 그들 개인의 집단적 기득권을 누리기 위한 일입니다.”

▶기득권 지키기라는 건가요.

“그렇습니다. 이념으로 포장하는 거죠. 그들에게 문재인정권을 비판하면, ‘그럼 한국당 집권을 바라느냐’ 이런 식으로 나오죠. 말도 안되는 겁니다.”

▶조 장관이 본인 스스로를 사회주의자면서 자유민주주의자라고 했는데, 어떻게 받아들였나요.

“그래서 일부 영남지역과 보수 진영에서는 ‘문 대통령과 함께 나라를 (북에) 갖다 바치려 한다’고 하던데, 저는 생각이 좀 달라요. 먼저 조국은 사회주의자가 아닙니다. 이기주의자이고 돈에 취한 사람입니다. 영리추구가 목적인 이념은 자본주의죠. 자본주의자인 동시에 이기적인 겁니다. 그런데 왜 본인을 사회주의자라고 했냐면, 그런 부분을 감추기 위한 거죠. 굉장한 전략입니다. 때문에 조국을 사회주의자라고 말하는 사람들은 조국의 부패와 위선을 감춰주는 역할을 하는 거죠.”

▶조국 사태의 본질은 뭐라고 봅니까.

“하나는 조국의 위선이고, 다른 하나는 문재인 정권이 나라에 대해 생각을 하지 않고 자기 정파나 세력만 키우려 한다는 겁니다. 이는 도처에서 확인되고 있어요. 문 대통령은 국민통합이 굉장히 중요하다고 했는데, 정권 유지를 위해 일부러 대립과 갈등을 조장하고 있습니다. 조국은 위선과 부패의 문제이고, 문 대통령은 좌파들이 권력욕밖에 없다는 걸 보여줬어요. 이번 사태 때문에 위기가 올 겁니다.”

▶문 대통령이 끝까지 조국을 지키는 이유가 뭘까요.

“남의 말만 듣고 (국정을 운영)해서 그렇죠. 이 정도 사태면 대통령 본인이 결론을 내야 합니다. 자기판단이 없어요. 조국을 감싸는 것도 그래요. 조국이 중심이 돼서 박근혜 정권을 너무 무리하게 적폐라는 이름으로 탄압하지 않았습니까. 그래서 조국과 같이 가는 겁니다. 제가 과거 문재인 후보 시절에 ‘문재인에게는 최순실이 10명’이라고 했었죠. 이는 본인 생각이 없기 때문에 주변에서 제안하면 그대로 들을 사람이라는 설명이었어요. 문 대통령은 운동권 사람이 아닙니다. 민주화 운동을 제대로 안한 사람은 진보 진영에서 주눅이 들 수밖에 없어요.”

▶현 집권세력의 최종 목표가 장기집권 또는 대한민국 사회의 주류교체일까요.

“기득권을 지키고, 거기서 개인적인 이권을 챙기는 거겠죠. 조국 사태를 보세요. 어떻게 민정수석에 오르자마자 사모펀드에 투자를 합니까. 맹자가 ‘수오지심(羞惡之心)이 없으면 사람이 아니다’라고 했지 않나요.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없는 걸 보면 정말 화가 납니다.”

▶정권의 독선, 독주를 견제할 세력이 필요한데, 자유한국당이 그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보나요.

“이 사태를 바로잡으려면 기존 정치권을 대체할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와야 합니다. 한국당이 안 되는 이유는 많아요. 우선 박근혜 전 대통령에 대한 탄핵은 그 집권 세력에 대한 탄핵이었습니다. 그 사람들이 탄핵 후에 반성한 게 있나요 혁신한 게 있나요. 이는 국민적으로 확인됐습니다. 모든 여론조사가 그런 건 아니지만 조국 사태 이후 민주당에 대한 지지율이 떨어질 때 한국당에 대한 지지율도 떨어졌죠. 국내 기존 정치세력들은 구시대 이념과 정책에 매몰돼 있어요. 그런 점에서도 (한국당은) 버림받은 사람들입니다.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와야 합니다. 이를 위해 저도 힘을 보탤 생각이고요.”

▶새로운 정치를 실현할 수 있는 인물이 떠오릅니까.

“우리가 만들어 내야죠. 지금의 대중 집회를 통해서 ‘아, 저 사람이면 믿을 만하겠다’ 그런 사람을 만들어내야 하고 만들어 낼 수 있다고 봅니다. 집단지성이라는 말도 있는데 ‘집단인물’을 만들어야죠.”

▶내년 총선까지 그런 세력이 등장하기 어려울텐 데, 일단은 한국당으로 선거를 치를 수밖에 없는 거 아닌가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문 대통령이 이대로 가는데, 새로운 정치세력이 나오지 않으면 내년 총선에서 야당이 집니다. 한국당이 지지를 받지 못하는 데다, 야권이 갈라져 있기 때문이죠. 그래서 오래전부터 제가 광화문 집회를 기획해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이 곳의 투쟁을 통해서 국민적 지지와 신뢰를 모아내고, 이같은 힘을 가지고 정치세력을 만들어야 합니다. 그래서 기존 정당들을 압박해야 하고 새로운 정치세력을 중심으로 야권 통합을 해야 합니다.”

대담=송국건 서울본부장 song@yeongnam.com

정리=정재훈기자 jjhoon@yeongnam.com

사진=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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