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와 세상] 기술의 진보가 우리에게 주는 질문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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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1   |  발행일 2019-10-11 제30면   |  수정 2020-09-08
기술의 진보는 막을 수 없어
노동가치 재정립 고민 시점
시장은 자국 우선주의 변화
신산업 육성책 지속 발굴로
기술패권에 관심 기울여야
[경제와 세상] 기술의 진보가 우리에게 주는 질문

최근 우리는 미국과 중국의 무역 분쟁이 격화되고 있다는 기사를 자주 접한다. 가장 큰 이유는 G2 국가 중국이 미국의 안보를 위협하는 존재로 성장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라는 것이다. 좀 더 그 내용을 살펴보면 보복적 차원으로 주고받고 있는 관세 규모라는 외형적 전투 피해 상황보다도 그 본질적 대상이 ‘기술확보 다툼’이라는 점을 주목해야 한다. 따라서 무역전쟁의 본질은 기술패권 경쟁이라는 해석이 나오는 것이고, 양국이 한 치의 타협과 물러섬 없이 전투를 벌이는 지점들은 자국 기업들이 안전하게 성장할 수 있는 기술적 장벽이 필요한 곳이다. 미국은 지금까지 기축통화를 중심으로 자원과 인재가 모이는 국가였기 때문에 첨단기술을 보유하고 이를 다시 수익으로 창출하는 ‘기술혁신과 기술패권’이라는 단어가 어색하지 않은 국가였다. 모든 국가 간 경쟁력 비교에서 미국을 기준으로 삼아 왔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국이란 나라가 기술중심의 패권을 이야기하는 것이 조금은 낯설게 들리는 것도 사실이다. 따라서 중국이 기술패권을 갖기 위해 주창하고 있는 제조업 굴기에 대해 살펴보는 것은 중요하다.

중국의 제조업 굴기는 첨단 기술을 확보해서 미국이 그랬던 것처럼 핵심기술은 중국이 보유하고 ‘일대일로’ 실크로드에 편입된 국가들이 분업화된 생산·경제 벨트를 만든다는 것, 즉 패권국가가 되겠다는 꿈을 표방하는 것이다. 더 큰 문제는 중국의 1차적인 핵심기술 확보 대상과 경제성장 모델이 우리와 완벽하게 겹친다는 점이다. 배터리, 자동차, 반도체, 디스플레이, 조선 등 우리나라 경제를 지탱하는 핵심기술 제품군들이 그 대상인데, 그동안 중국은 자국 내에서 우리 기업에 대한 차별적 규제를 펼쳐왔으며, 조직적이고 집요한 국가적 기술 탈취를 자행했다. 그런데 이제는 진화하여 과학기술의 자립화 단계로 넘어간 영역도 있다고 하니 일본의 수출규제 대응뿐만 아니라 중국의 상황도 이만저만 신경쓰이는 것이 아니다.

최근 미국의 정가에 기술기반의 정책 주장을 펼치는 정치가도 등장했다. 그는 처음으로 ‘기술의 위협’을 정치 의제로 최초 제기하였다.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따른 생산의 변화를 관찰하고 이에 따른 사회적 분배 시스템을 재편하자고 주장한다. 4차 산업혁명에 따른 ‘자동화’와 ‘인공지능’으로 인해 중산층 이하의 미국인들이 어떤 고통을 받고 있으며 앞으로 어떤 삶이 펼쳐지는지 정치적 이슈로 제기하면서 파란을 일으키고 있다. 일자리가 왜 점점 줄어들고 있는지, 부의 격차가 왜 더 벌어지고 있는지 그동안 설파되어 왔던 정쟁적인 논리가 아닌 기술관점에서 유세와 경선 토론에서 답변하고 있다. 예를 들면 지난 10년간 미국에서 400만여개의 제조업 일자리가 사라졌는데 과거 트럼프는 중국의 저가공세, 이민자들의 일자리 가로채기로 인해 사라졌다고 주장하며 자국우선주의와 보호무역 정책을 태동하게 했다. 그러나 애리조나 볼스테이트대학의 조사에 따르면 2000년대 10년 동안 미국의 일자리 감소는 87%의 자동화(효율화)가 주요 원인이라는 조사결과를 인용하며, 국경 장벽 쌓기와 보호무역으로는 자율주행트럭 보편화에 따른 미국내 350만명 트럭운전사의 일자리 감소 같은 이슈를 여전히 해결할 수 없다는 주장을 펼친다.

기술의 진보는 막을 수 없다. 또한 기술의 진보는 사회와 경제를 진보시키는 역할을 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수용해야 하며, 기술진보가 가져다 주는 부와 노동의 가치를 어떻게 재정립해야 할 것인지 고민을 해야 할 시점이다. 단지 경제전문가, 기술전문가뿐만 아니라 정책을 펼치는 행정부와 법제를 살피는 정치가 모두 이러한 역할을 심각하게 고민해야 한다. 시장은 점점 더 자국 우선주의적으로 변화하고 있는데 정부와 시장은 신산업·신기술을 어떻게 육성해 나갈 것인지 정책을 끊임없이 생산해야 하며, 어떤 과학기술 중심의 정치를 보여 줄 것인지 관심을 기울여야 한다. 미래의 국제 질서는 과학기술 중심의 기술패권이 좌우할 것이라는 이야기에 귀 기울여야 할 때이다.

전진우 (한국로봇산업진흥원 정책기획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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