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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혜숙의 여행스케치] 경남 의령 호미산 탑바위와 불양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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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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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서진 암탑의 애틋함이 수탑에 남아…절실한 소원 하나는 들어주는‘탑바위’

호미산의 탑바위. 탑암이라는 기록이 있으며 원래 쌍탑으로 현재는 수탑만 남아 있다.
탑바위와 불양암 가는 길. 왼쪽 산길로 의령 ‘부잣길’이 이어진다.
탑바위와 불양암 사이, 전망대가 테라스처럼 벼랑에 매달려 있다.
탑바위 소망기원대. 가장 절실한 한 가지 소원을 이루어 준다고 한다.
‘소원을 빌어 보세요. 가장 절실한 것 하나만요. 너무 많이 욕심내면 탑바위가 화를 낼지 몰라요. 부자가 되고 싶죠? 사랑을 이루고 싶으신가요? 아이들이 공부를 잘했으면 좋겠죠? 가족 모두 건강하길 원하나요? 진심으로 빌어보세요. 어느 것이든 하나는 들어 줍니다.’ 탑바위가 소원을 들어 준단다. 가장 절실한 것 하나만. 야속하게.

◆호미산

경남 의령군 정곡면 죽전리의 남강 변에 호미산(虎尾山)이 솟아 있다. 호랑이 꼬리를 닮았다는 산이다. 그래선지 좁고 길고 가파르나 그리 높지는 않다. 엄청난 곡선의 비탈진 길을 잠깐 오르면 호랑이 꼬리등의 평평한 면을 골라 만든 주차장이 있다. 한쪽에는 길을 내는데 도움을 준 사람들의 이름을 새긴 공덕비가 자리한다. 주차장에서 몇 계단을 오르면 곧바로 남강이 내려다보이고 강 건너로 함안군 법수면 백곡마을의 들이 펼쳐진다. 강변의 습지와 범람원, 낮게 보이는 둑과 그 너머 가지런히 경작된 밭, 먼 직선의 도로와 더 먼 산들의 겹쳐진 실루엣, 그리고 휘도는 강 곁에 차분히 내려놓은 호랑이의 꼬리까지. 눈을 쉬게 하고 눈에게 휴가를 주는 저 풍경은 내가 이곳에서 만나기를 기대하면서 구상했던 정경 중 하나였다. 예상치 못한 빠른 만남이다.


호랑이 꼬리 닮은 좁고 가파른 호미산
벼랑에 매달린 전망대에 고요한 벤치
우직한 사람 옆얼굴 같은 모양 탑바위
쌍탑중 하나 부순 후 마을 재앙 사라져
깎아지른 절벽 작은터 자리한 불양암
관음전 바위벽 아래 저절로 솟는 샘물



계단 위에서 길은 좌우로 갈라진다. 왼쪽은 의령에서 만든 ‘부잣길’로 이어지는 길이고, 오른쪽은 불양암과 탑바위로 가는 길이다. 잠시 후 다시 길은 갈라지는데 탑바위로 가는 길은 축축한 산길이다. 걸음마다 깍정이 옷을 입은 도토리들이 지천이다. 묘 한 기가 길을 물고 누워있다. 상석에 통정대부를 지낸 김해김씨의 묘라 새겨져 있다. 후손들이 절을 올릴 한 평 땅이 부족하고 봉분은 살짝 패여 있어 쓸쓸하다. 묘 위쪽으로 묘비 없는 봉분이 보인다. ‘죽전리 고분군’이라 한다. 산의 정상부에는 많은 고분이 있다. 가야시대의 것으로 추측되는데 거의 모두가 도굴되고 훼손되어서 외형을 알아보기 힘든 상황이다. 또한 정상부에는 산성의 흔적이 200m가량 남아 있다는데, 역시 가야시대의 것으로 여겨진다. 호미산성은 임진왜란 당시 곽재우(郭再祐) 장군의 전적지라는 이야기도 있다.

◆탑바위

김해김씨 묘 아래쪽에 전망대가 있다. 테라스처럼 벼랑에 매달린 전망대는 예상치 못한 빠른 만남을 다시 소환해 연장시켜준다. 거기에는 벤치가 고요히 앉아 있고 참나무의 마른 낙엽들이 무리지어 바스락거린다. 전망대에서 올려다보면 탑바위는 수목들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것은 마치 위장옷을 입고 주변을 탐색하는 사람 같다. 탑바위 입구에서는 전망대가 보인다. 탑바위는 남강 변 호미산의 벼랑이 만처럼 옴폭 들어간 자리에 숨은 듯, 경계를 서는 듯, 홀로 서 있다.

탑바위는 의령 9경 중 제6경이다. 약 20t가량의 커다란 바위가 아랫부분을 받치고 있고, 그 위로 얇고 편평한 돌판이 탑처럼 층층이 쌓여 있는데 높이가 8m 정도 된다. 조선지형도에는 ‘탑암(塔岩)’으로 표기되어 있다. 바위는 원래 쌍탑으로 암탑과 수탑(쑥탑)이 있었다고 한다. 지금은 수탑만이 남아 있다. 일제강점기 때 백산마을에서는 해마다 장애인이 자꾸 태어났다고 한다. 도인에게 영문을 물어보니 탑바위 때문이라고 했다. 백산마을 사람들은 장정 7명을 차출해 야심한 밤을 타 탑 하나를 부셔버렸다. 탑을 부수다가 두 사람은 강으로 떨어져 죽었고, 나머지 다섯은 시름시름 앓다가 달포를 넘기지 못하고 죽음을 맞이했다고 한다. 이후 백산마을에 재앙이 사라졌다고 전한다. 예부터 인근 마을 사람들은 이곳에서 가족의 무병장수와 무사태평을 기원했다고 한다. 또한 부서져버린 암탑에 대한 애틋함이 수탑에게 남아 청춘남녀가 이곳에서 사랑을 기원하면 서로의 마음이 전해진다는 전설이 있다.

어쩐지 탑바위는 사람의 옆얼굴 같다. 정수리에 돋은 풀들은 곧 하얗게 세겠다. 사실 이곳에서의 풍경을 가장 기대했는데, 탑바위의 시선 속에 보이는 것은 남강과 백곡들의 조각이다. 그러나 한 곳만을 바라보는, 하나만을 기다리는, 그의 옆얼굴이 우직하다. 그 우직한 외면이 나라는 인간을 의식하게 만든다. 소원을 들어준다는 안내문을 읽어본다. 가장 절실한 소원 한 가지를 들어준다는. 그를 보면, 어쩌면 기대 없는 신뢰감을 가지고 욕망에 의지할 수도 있을 것 같다.

불양암 일주문. 일주문 지나 오른쪽으로 요사가 이어진다.
불양암 산신각.
관음전 좌측 바위벽 아래의 샘물. 바위에서 저절로 솟아나는 샘물이라 한다.
◆불양암

탑바위의 중간쯤, 깎아지른 절벽의 손바닥만 한 터에 불양암(拂陽菴)이 자리한다. 콘크리트 슬로프와 계단을 따라 가파르게 내려가야 한다. 그러면 남강을 담은 허술한 일주문을 지나고 벼랑에 가로로 길게 붙은 요사를 지나 법당에 닿는다. 관음전 현판을 단 작은 건물 하나와 바위벽에 시멘트로 벽체를 마감한 산신각이 전부다. 불양암은 해인사의 말사로 비구니 도량이다. 산신각 바위 위에 ‘창건주(創建主) 정종호(鄭種浩)’라는 각자가 있다. 불양암은 1946년에 건립되었다고 한다. 어지러운 시절에 험난한 불사를 감행한 것이 꼭 득도의 결심 같다.

관음전 좌측 바위벽 아래에 샘물이 있다. 저절로 솟아나는 샘물이라고 한다. 그 앞쪽으로 남강으로 내려가는 ‘방생 가는 길’이 있다. 계단을 조금 내려가자 길은 보이지 않고 온통 수풀이다. 곽재우 장군은 이곳 강변에도 촘촘히 복병을 매복시켜두었다가 왜군의 내습에 대비했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불양암에서는 강과 들이 조금 더 가깝다. 탑바위 일대의 풍경은 강물을 따라 흐르는 배 위에서 바라볼 때 가장 좋다고 한다. 봄에는 갖가지 꽃이 피고 가을에는 흐드러진 단풍이 절경이라 한다. 지금은 세상 고요하다. 이따금 도토리 구르는 소리에 머리가 쭈뼛 서기도 하지만. 다시 탑바위로 간다. 생각해 보니 소원을 빌지 않았다. 거미줄 친 복전함에 지폐를 넣고 소원을 빈다. 세계평화.

여행칼럼니스트 archigoom@naver.com

▨ 여행정보

대구에서 중앙고속도로 창원방향으로 가다가 창녕IC에서 내려 합천·의령 방면으로 간다. 적포삼거리에서 진주·의령방면으로 좌회전 해 20번 국도를 타고 계속 가다 정곡면소재지 지나 조금 가다보면 왼편에 탑바위와 불양암 안내판이 있다. 짧은 논길을 지나 산으로 오르는데, 급경사에 굴곡이 매우 심하지만 조금 오르면 널찍한 주차장이 있다. 주차장에서 오른쪽 산길로 가면 탑바위, 산길에서 계단을 내려가면 불양암이 위치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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