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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상대의 시간을 담은 건축] 다크 투어리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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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넷뉴스부기자
  • 2019-1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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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소녀상의 아픔과 순종 어가길의 굴욕

대구 중부경찰서 앞에 위치한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 전경.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은 일제 식민시대 건축양식인 적산가옥 건축분위기를 재현하고 있다.
최근 일본과의 국가적 갈등으로 인해 여러 가지 마찰현상들이 안팎으로 표출되고 있다. 경제 보복조치, 지소미아 군사협약, 독도 영토분쟁, 욱일기, 일본여행 자제, 일본제품 불매운동 등 광범위한 반일정서로 확산되고 있다. 갈등의 원인은 일제강점기의 위안부 문제, 강제징용의 어둡고도 불행했던 역사가 오늘날까지 이어져 있기 때문일 것이다. 그 어두운 역사를 기록하고 표현하고 있는 장소, 시설, 건축인 ‘다크 투어리즘(Dark Tourism)’에 대해서도 새로운 관심과 재검토 논의가 일어나고도 있다. 다크 투어리즘은 전쟁, 학살처럼 비극적인 역사 현장이나 대규모 재난재해가 일어났던 곳을 돌아보며 교훈을 얻는 여행을 말한다. 다른 말로 ‘블랙 투어리즘(Black tourism)’, 비탄이나 큰 슬픔을 의미하는 ‘그리프 투어리즘(Grief Tourism)’이라고도 일컫는다.

어두운 역사 기록한 장소·시설 ‘다크투어리즘’
中 난징대학살기념관·유대인 학살 홀로코스트

위안부 피해자들 고통스러운 과거 생활 흔적
적산가옥 건축양식 재생 ‘희움위안부역사관’
순종황제 ‘남순행’대구방문 코스 어가길 2곳
일제가 노린 민심 회유책…동상 철거요구 논란



◆다크투어리즘 장소·시설·건축

1937년 일본 점령군에게 희생당한 30만명을 기록하는 중국 최대 다크투어리즘 건축물 ‘난징대학살기념관’. 캄캄한 방 천장에서 12초 간격으로 떨어지는 물방울 소리는 6주간 30만명이 12초 간격으로 처참히 죽어 갔다는 것을 상징한다. 과거 위안소가 있었던 바로 그 자리에는 ‘위안부기념관’을 만들었다. 기념관 정면에 있는 북한출신 만삭여인의 조각상은 처참함을 상징하고 있다.

인류역사 다크투어리즘의 최고 절정은 ‘홀로코스트’이다. 나치에 의해 학살된 600만 유대인을 기리는 홀로코스트 기념관 박물관은 세계 곳곳에 세워졌다. ‘예루살렘 국립기념관’에는 조각박물관, 희생비, 교회당, 국제학교를 설립해 문화시설로 승화하고 있다. 기울어진 거대한 벽을 통해 비치는 어둠속 빛과 그 상처 속에서 미래의 희망을 표현한다.

독일 베를린에도 ‘유대인기념관’이 있다. 꾸불꾸불 불규칙형태의 건축과 동선, 찢어진 창의 예리한 빛의 공간은 고통과 아픔을 상징한다. 해골모양의 무수한 철판조각을 밟고 지나면 처절한 울부짖음을 상기시킨다. 시민들의 반대를 무릅쓰고도 독일정부는 기념관을 건립했다. 독일은 전범자를 모두 법정에 세웠고 세계에 과학관 건립지원으로 속죄하고 있다.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

길거리 의자의 외로운 소녀 조형상은 평화를 기원하는 말없는 다크투어리즘이다.

바로 가까이 대구 중부경찰서 앞에는 ‘희움 일본군위안부역사관’이 있다. 일본군 위안부 피해자들의 고통스러운 과거와 식민지 시대의 흔적을 직시하여 역사적 교훈을 얻고, 이를 기억함으로써 더 나은 미래를 만들어 나가고자 한다. 다크투어리즘의 의미를 나타내고 있다.

희움역사관은 일제 식민시대 건축양식인 적산가옥 건축분위기를 재생, 그 공간에서 당시의 위안부 피해자들과 고통스러운 과거 생활 흔적을 일깨우고 있다.

일제강점기 당시 대구의 정치·경제 중심지였던 북성로와 함께 대구에서 일제강점기의 모습과 흔적을 가장 많이 갖고 있는 거리이다. 역사관 건축은 90여년이 넘은 일본식 2층 적산 건물을 재건축해 당시의 스토리를 표현하고 있다.

작은 건축의 클라이맥스는 재건축시 발굴된 지하 벙커다. 현재는 장소의 특성을 나타내는 기능 활용을 못하고 있다. 작가들의 조형작품을 배치 전시하여 지하의 암울한 공간적 특성을 잘 나타낼 수 있을 것이다.

대구 수창초등 북측 길에는 당시 순종 남순행(南巡行)과 어가길 순례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순종 어가길의 종착점인 태극바닥 문양과 동상.
◆순종 어가길과 순종 동상

대구역에서 달성공원에 이르는 순종 어가길 조성사업은 대구 중구청의 북성로와 서성로 일대의 도심 낙후지역의 도시재생사업으로 출발했다. 그 콘텐츠는 ‘일제강점기 항일정신을 다크투어리즘으로 개발해 역사 교육공간으로 조성한다’는 취지였다. 2013년부터 2017년 4월까지 70억원 예산을 들여 조성한 이 사업은 건립 당시에도 반대 여론이 많았다. 지금의 국가적 정세상황에서는 순종 동상을 철거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특히 높다.

고종과 명성황후 사이에서 태어난 순종은 1897년 대한제국이 선포되자 황태자에 책봉되었다. 34세 때 일본은 고종을 강제 퇴위시키고 순종을 대한제국 황제의 자리에 앉혔다. 이 길은 순종이 일제강점기 실권자였던 이토 히로부미의 강권으로 1909년 1월7~13일 대구, 부산, 마산의 민심을 살피기 위해 떠난 남순행(南巡行) 중 대구 방문 코스이다.

당시 순행의 목적은 일본에 저항하는 민심을 회유하고 협박하기 위하여 순종을 앞세운 것이라는 것이다. 따라서 일제의 협박과 친일매국 굴종에 의한 순종 어가길과 국민정서에 역행하는 반민족 반민중적 순종 동상 철거를 요구하고 있는 것이다.

어가길 조성사업은 가시적으로 크게 2곳의 장소에 집중된다. 중구 수창동~인교동 2.1㎞ 거리에 수창초등 북측 길 조성과 순종 동상이 서 있는 달성공원 앞이다. 수창초등 길에는 당시 순종 남순행과 어가길 순례를 상세히 기록하고 있다. 북성로 수창동 창작발전소 수창청춘맨숀 등의 인근 문화적 콘텐츠의 범위를 확장하고 연계성을 반영하고 있는 것이다.

논란의 중심은 달성공원 앞에 조성된 높이 5.5m의 황금빛 순종 동상이다. 우리나라 국민들은 광화문 광장에 세워진 세종대왕 동상, 이순신 동상을 존경의 마음으로 우러러 보아왔다. 그러나 달성공원 앞에 서 있는 마지막 임금 순종 동상은 일제 통치와 대한제국 망국을 일깨우는 굴욕의 다크투어리즘이다.

달구벌의 정신적 근원지 달성(達城) 앞 동상을 바라보면서 몇 가지를 생각해보게 된다. 황금빛 순종 동상은 시민들의 정서에는 적절할 것인가? 달성 앞길의 공공 디자인으로서의 조형성을 지니고 있는가? 도시 맥락성에 따른 경관적 역할에는 기여하고 있는가? 역사를 모르는 외국 관광객이 바라보면 초라한 국왕, 이상한 동상으로 치부하지는 않을 것인가?

다크투어리즘은 상징, 은유, 조형성, 독창성과 도시환경에 조화로움이 우선적이다. 장소, 시설, 건축, 역사, 인문 그것을 표현하는 디자인이다.

건축가·한터시티건축 대표·전 대구경북건축가협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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