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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의 敵(적) 된 비둘기…대구시 “무조건 잡는 건 곤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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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민지기자
  • 2019-10-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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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식력 강하고 경쟁자도 없어

배설물·깃털, 각종 질병 유발

비둘기 내쫓는 업체까지 등장

市·환경부, 개체수 파악 못해

전문가는 “책임회피위한 답변”

대구 북구 산격동 한 인도에서 비둘기 10여 마리가 모여 먹이를 쪼아 먹고 있다
비둘기는 잡식성 동물로, 도심에서는 하루에 필요한 먹이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다. 11일 도시철도 북구청역 입구 근처 자전거 보관소에 비둘기 배설물이 어지럽게 모여있다.
10일 오전 11시쯤 대구 중구 달성공원 내 꽃사슴 보금자리에는 아침부터 비둘기가 가득 차 있었다. 사슴이 물을 먹는 개울 속에는 수십마리 비둘기가 들어가 발을 담그고 있었다. 사슴의 집 안에도 비둘기는 가득했다. 이날 이곳에 머물러 있던 비둘기만 150여마리가 족히 돼 보였다. 사육사가 긴 막대로 사육장 밖 펜스를 크게 툭툭 치자 비둘기들은 날아갔다.

같은 날 정오쯤, 인근 서문시장 곳곳에도 비둘기가 눈에 띄었다. 한 칼국수 가게 옆에서 비둘기 두 마리가 자리를 떠나지 않고 어슬렁거리자, 음식을 먹고 있던 한 시민은 불쾌감을 표했다. 인근에서 음식을 팔고 있는 이모씨(62)는 “음식 장사는 청결함이 생명인데, 비둘기가 날아다니면 곤란하다”고 말했다.

‘평화의 상징’으로 불리는 비둘기가 ‘공공의 적’이 되어가고 있다. 하지만 행정기관에서는 비둘기 개체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는 등 미온적으로 대처하고 있다.

환경부는 2009년 집비둘기를 유해 야생동물로 지정했고, 이듬해엔 ‘유해집비둘기 포획 및 관리지침’까지 만들었다. 하지만 환경부는 10년이 지난 현재까지도 개체 수조차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대한조류협회 등이 전국에 100만여 마리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할 뿐이다. 대구시 역시 지역 내의 비둘기 개체 수 파악을 하지 못하고 있다.

10일 환경부 관계자는 “개체 수 통계는 따로 마련하지 않고 있지만, 민원이 발생하면 그 지역에 어느 정도의 피해가 미쳤는지 등을 파악하고 있다”며 “민원 건수와 피해 마리 수 등은 계속 늘고 있다”고 말했다. 현재 환경부가 파악한 비둘기 관련 전국 민원은 2016년 645건(1만8천496마리), 2017년 714건(2만5천788마리), 2018년 1천73건(4만7천331마리) 등으로 급격하게 늘었다.

문제는 비둘기로 인한 피해가 날로 극심해지고 있다는 것. 비둘기 배설물 안의 곰팡이 ‘크립토코쿠스 네오포만스’는 뇌수막염과 폐질환을 일으킬 수 있고, 배설물은 철근이나 콘크리트 등을 부식시킬 수 있을 만큼의 강한 산화력을 지니고 있다. 깃털은 아토피성 피부염, 비염 등을 유발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기생충 번식을 유발하는 것은 물론이다.

비둘기로 인한 피해가 늘어나자 이들를 내쫓는 민간업체까지 생겨나고 있고, 최근 대구에도 문을 열었다. 이 업체에는 한달에 30건가량의 의뢰가 들어오고 있다. 관련 업체를 운영하는 서종우 대표는 “고층 아파트에서 민원이 특히나 많은데, 집 밖에다 둥지를 틀어 알이나 사체가 발견된다. 또 에어컨 실외기에 비둘기 배설물들이 쌓여 성능을 떨어뜨리기도 하고, 이것이 오래 방치되면 실외기 배관이 부식되고 으스러진다. 이 경우에는 가스가 새기까지 한다”면서 “IC구조물이나 교각 등에 비둘기들이 많이 앉는데, 이로 인한 부식으로 의뢰가 들어오기도 한다”고 전했다.

이런 피해에 비해 이들의 강한 번식력을 제지할 방법도 현재로선 딱히 없는 상태다. 잡식성인 탓에 도심에서는 하루 필요 먹이량을 충분히 채울 수 있고, 이는 다시 이들의 번식으로 이어지는 악순환의 연결고리를 가지고 있는 것. 더욱이 도심 안에 사는 비둘기는 먹이 경쟁을 해야 할 이유나 생존경쟁이 필요없어 야생에서 연간 1~2회 정도에 그치는 산란도 도심에서는 연 8회까지 한다. 보통 비둘기는 산란시 한번에 2알 정도를 낳는다.

이에 대구시는 환경부의 관리지침에 따라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금지해달라’는 현수막을 내걸거나, 관련 캠페인을 벌이는 등의 조치를 취하고는 있지만, 별다른 효과는 보지 못하는 형편이다. 현행법상 비둘기에게 먹이를 주는 행위를 규제할 근거가 없어서다. 대구시 관계자는 “시민 피해를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강화된 동물 권리로, 무조건적으로 비둘기를 잡거나 배척하기도 어렵고, 그렇다고 그냥 두기도 난처한 입장”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행정기관의 이 같은 입장에 대해 전문가들은 ‘책임회피’라고 지적했다. 이상관 대구수의사 회장은 “비둘기는 유해 조수이기 때문에 야생동물은 치료 대상에도 포함되지 않고, 관련 예산도 지원되지 않는 것으로 안다”면서 “당국에서도 책임을 회피하기 위한 답변 아닌가”라고 꼬집었다.

글·사진=서민지기자 mjs858@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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