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위치

여기도 저기도 핑크뮬리…생태계 교란‘잿빛’부를수도

  • 페이스북
  • 트위터
  • 네이버밴드
  • 카카오스토리
  • 네이버
  • 구글플러스
  • 기사내보내기
  • 정우태기자
  • 2019-10-14
  • 기자가 쓴 기사 더보기


전국 4년간 축구장 16배면적 급증했지만 유해성은 미검증

경주 첨성대를 찾은 나들이객들이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영남일보 DB)
13일 오전 11시 동구 신서혁신도시 내 중앙공원. 나들이를 나온 시민들로 붐비는 모습이었다. 높고 푸른 가을하늘 아래, 분홍빛으로 넘실거리는 한 식물 군락에 눈을 뗄 수 없었다.

가까이서 보면 분홍색 솜사탕을 떠올리게 하는 이 식물의 이름은 ‘핑크뮬리’. 가족, 연인과 함께 온 이들은 핑크뮬리를 배경으로 ‘인증 사진’을 남기기 위해 연신 셔터를 누르는 모습이었다.

이곳에서 만난 강지훈씨(29·경산시)는 “휴일을 맞아 오랜만에 여자친구와 함께 나왔다"면서 “SNS에는 핑크뮬리 명소를 쉽게 찾아볼 수 있는데, 대구는 여기가 유명하다고 해서 찾아왔다. 사진만큼이나 실물도 아름답다”고 말했다.


SNS 등서 각광받자 경쟁적 조성
생명력 강하고 확산속도도 빨라
토종생태계 영향력조사 필요한데
환경부,연말돼야 등급 지정키로
무작정 심다간‘가시박’꼴 날수도



지난 12일 오후 수성구 삼덕동 대구시립미술관 진입로. 경사진 도로를 따라 자란 핑크뮬리가 눈에 띄었다. 갓길에 차를 세워두고 사진을 찍는 이들도 보였다. 이미경씨(여·35)는 “타지역에 가야 핑크뮬리를 볼 수 있는 걸로 알고 있었는데, 가까운 곳에 있어 좋다. 낯선 식물이었지만 이제는 가을만 되면 핑크뮬리를 먼저 떠올리고 찾을 거 같다"고 했다.

전국 각지에 핑크뮬리가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생태계 교란종 논란도 함께 일고 있다.

지난해 더불어 민주당 신창현 의원이 환경부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자체와 공공기관이 조성한 핑크뮬리 군락지는 11만2천여㎡로 축구장 크기의 15.7배에 달한다. 2014년 제주도에 처음 상륙해 불과 4년 만에 급속히 퍼진 것이다. 개인이 심은 경우는 집계되지 않아, 실제 이보다 더 넓은 면적에 핑크뮬리가 자라고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핑크뮬리가 급속도로 퍼진 것은 관광객 유치를 목적으로 각 지자체에서 경쟁적으로 핑크뮬리를 심은 결과라는 해석이다. 경주시는 2017년 첨성대 인근 공터에 핑크뮬리 군락지를 조성했고, 핑크뮬리 특수를 톡톡히 누리고 있다. 부산 낙동강 대저생태공원 핑크뮬리 군락지는 주말 하루 평균 6천명 이상의 관광객이 찾는 명소가 됐다.

대구경북 지역에서는 핑크뮬리 군락지가 더 늘어나고 있다. 올해 달성군은 송해공원과 논공삼거리에 3만 본을 추가로 심었으며, 문경시는 영강변에 1만500여㎡ 규모의 핑크뮬리 공원을 조성했고 김천시 역시 1만6천600㎡ 면적에 핑크뮬리 22만 본을 식재했다.

문제는 핑크뮬리가 유해성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외래종이라는 점이다. 일각에선 핑크뮬리는 억새류 식물 특성상 생명력이 강하고 확산 속도가 빨라 토종 식물과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다.

이에 대해 환경부측은 지난해 11월쯤 “분포 및 확산 양상,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을 조사하겠다. 위해성이 클 경우 생태계 교란 생물로 지정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핑크뮬리를 관심 외래식물로 분류했을 뿐 현재까지 조사 결과는 발표하지 않고 올해 말 유해성 등급을 매길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창현 의원은 “아직 검증도 되지 않은 식물을 예쁘다는 이유만으로 무분별하게 식재하는 것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국내 생태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편, 외래식물이 생태계에 악영향을 준 대표적인 사례로는 북아메리카 원산인 ‘가시박’이 있다. 1990년대 말부터 전국에 확산, 나무와 풀이 자라지 못하게 하는 것은 물론 농작물에도 피해를 준 식물이다. 환경부는 가시박을 포함한 14종의 식물을 생태교란종으로 분류해 관리하고 있다.

정우태기자 wtae@yeongnam.com

[Copyrights ⓒ 영남일보.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2019 

동계 골프 아카데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