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판권 판매로는 수익창출 한계…공동 제작·투자 늘려가야”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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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4 08:24  |  수정 2019-10-14 08:25  |  발행일 2019-10-14 제23면
韓영화 해외 리메이크 현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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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중 합작 영화 ‘대인물’. 국내 흥행작 ‘베테랑’을 리메이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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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한 그녀’를 리메이크한 베트남 영화 ‘내가 니 할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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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의 IP 수출(해외 리메이크)이 답보 상태인 내수시장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이 될 수 있을까. 분명한 건 상대국가와의 정치적 관계, 경제적 요인 등에 따라 여러 변수가 작용하는 완성작 수출에 비해 다양한 방식으로의 접근이 가능하다는 점은 매력적이라 할 수 있다. 영화진흥위원회가 최근 부각되고 있는 한국영화 해외 리메이크 현황을 분석한 자료를 내놓았다. 이를 토대로 한국영화 리메이크의 현주소를 살펴본다.

지난해 한국영화 수출액 458억
국내시장 총 매출액 1.9% 불과
관객수 2억명 돌파 후 답보상태
해외진출은 안정 성장에 필연적
제작 노하우 전수 방식으로 추진
‘IP 쇼케이스’ 정책적 지원 필요


◆한국영화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IP 교류 활성화

한국영화가 국내 시장에서 벗어나 해외 진출을 본격화한 건 2000년대 초반이다. 이후 각종 영화 분야 규제 철폐를 통해 창작자들의 표현의 자유가 개선되고, 영화발전기금의 도입과 대기업 투자자본이 유입되면서 국내 영화시장은 2016년까지 비약적으로 성장했다.

그러나 한국영화 전체 수출액 규모를 보면 2018년 기준 총 458억원으로 전체 영화시장 매출액 대비 1.9%에 불과하다. 미국은 말할 것도 없고, 영화시장 규모가 비슷한 프랑스, 영국, 인도, 독일, 호주 등에 비해서도 지나치게 낮은 비율이다.

한편 국내 영화시장의 전체 관객 수는 2013년 2억명을 돌파한 이래 큰 변동이 없다. 평균 관람 횟수도 4.2회로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이다. 향후 안정적인 성장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얘기다. 한국영화의 해외 진출은 이러한 답보 상태인 내수시장을 극복하고 새로운 성장 동력을 만들기 위한 필연적인 과정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한국영화의 수출은 그간 대외적인 변수에 의해 부침을 거듭해왔다.

영진위가 발표한 ‘2018년 한국영화산업 결산’에 의하면 2018년 한국영화 완성작 수출액은 전년 대비 소폭 증가한 4천160만달러로 집계됐다. 주목할 건 해외 수출 통계 집계 이래 처음으로 대만이 수출국 1위를 차지했다는 점이다. 더불어 홍콩이 2위에 오른 것도 이례적이다.

반면 한국영화의 주요 수출국이었던 일본과 중국은 3위와 4위로 내려앉았다. 시장 규모만을 봤을 때 월등한 중국과 일본 시장 수출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은 완성작 수출의 현재 문제를 역설적으로 보여주는 것이기도 하다.

이러한 상황에서 2010년대 이후 새롭게 부각되고 있는 해외 진출 방식이 IP 수출, 즉 해외 리메이크다. 리메이크는 완성된 콘텐츠를 보여줄 수 있기 때문에 현지 제작사들로부터 즉각적인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한 대다수가 흥행작이어서 검증된 시나리오를 이용해 보다 안정적으로 기획과 제작을 할 수 있고, 캐릭터와 대사 손질 등의 로컬화에만 집중하면 시간 및 비용을 단축할 수 있는 이점도 있다. 무엇보다 다양한 국가에서 제작됨에 따라 여러 나라의 문화코드에 맞게 변주될 수 있어 문화교류의 한 방법으로도 여겨진다.

◆2000년대 이후 한국영화 해외 리메이크 현황

일반적으로 해외 리메이크는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나뉜다.

첫째는 현지 국가에 리메이크 판권을 판매하는 방식이고, 다른 하나는 공동투자(출자)를 통해 제작에 참여하는 넓은 의미의 공동제작 방식이 있다. 전자가 단순히 판권을 판매하고, 해당 국가에서의 제작에 관여하지 않는 방식이라면, 후자는 자본과 인력뿐 아니라 한국의 지식재산을 바탕으로 해외에서 제작돼, 판권판매뿐만 아니라 기획 및 제작 공동 참여에 따른 수익을 나누는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국내 영화계는 2000년대부터 시장규모가 큰 미국, 일본을 중심으로 공동제작을 추진해왔는데 아쉽게도 흥행에 성공한 사례는 많지 않다. 따라서 2010년 이후 한국영화는 스타나 원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공동제작보다는 이미 검증된 국산 영화의 IP를 활용한 공동제작을 추진하게 되었다. 바로 OSMT(One Source Multi Territory) 전략이다.

OSMT 전략은 완성작의 기본 콘셉트를 토대로 여러 지역에서 현지 제작사와 공동 혹은 자체적으로 리메이크를 진행하는 제작 방식을 일컫는다. 주로 CJ ENM을 중심으로 이 방식이 활발히 이루어지고 있다. CJ ENM의 경우 미국, 중국, 일본, 베트남, 태국, 터키 등에 법인을 설립하여 현지 영화 제작 및 투자에 참여하고 있다. CJ CGV 역시 중국, 미국, 터키, 베트남, 인도네시아 등지의 극장사업에 진출해있는 상태다.

2010년대 한국영화 리메이크의 대표적인 성공사례로는 ‘수상한 그녀’(2014), ‘써니’(2011), ‘선물’(2001)의 중국, 일본, 그리고 동남아시아와 터키에서의 현지 제작 케이스가 있다. 구체적으로는 ‘선물’을 리메이크한 ‘이별계약’(2013)의 경우 중국에서 약 400억원을, 한·중 합작영화 ‘수상한 그녀’는 ‘20세여 다시 한번’(2015)으로 만들어져 약 600억원의 흥행수익을 올렸다. 현재까지 최고의 흥행작은 ‘베테랑’(2015)의 한·중 공동 리메이크작 ‘대인물’(2019)이다. 3억7천만위안(약 637억원)의 수익을 기록했다.

영화진흥위원회 영화정책연구원 김홍천 연구원은 “리메이크는 단순히 판권판매를 통해 수익을 창출하는 것이 아니라 한국영화가 가지고 있는 노하우와 경험을 전수하는 방식으로 추진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잘 알려지지 않은 국산 영화를 다양한 국가에 소개하는 ‘IP 쇼케이스’ 등 정책적인 지원은 물론, 한국과 해외 현지 제작 인력 간의 국제 교류 및 네트워킹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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