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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준의 남다른 안목…한국미술 애호하는 RM, 미술계 안팎서 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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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9-10-14


이우환·윤형근·김환기·김종학 등 전시 왕성하게 누벼

투자적 관점서 서구미술 선호하는 시류와 달라…팬덤까지 유입돼 미술계 반색

 #1. 지난달 26일 국내 최대 미술품 장터인 한국국제아트페어(KIAF)가 열린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모자를 눌러쓴 젊은이가 조현화랑 부스에 들어섰다. 젊은이는 화가 김종학이 나무 과반(果盤)에 꽃이며 새, 물고기를 그린 그림들 앞에서 떠날 줄 몰랐다. 김종학 예술을 설명한 직원은 한참 뒤에야 젊은이가 방탄소년단 리더 RM(본명 김남준·25)이라는 사실을 알아차렸다.


 #2. 지난 5일 낮 정동 언덕길에 자리한 정동1928아트센터 앞에 택시 한 대가 멈춰 섰다. 차에서 내린 남자는 옛 구세군중앙회관 자리에 들어선 갤러리에 2시간 가까이 머물렀다. 일반에 처음 공개된 김환기 서예 작업을 비롯해 한국 그림 70여점을 감상한 뒤 다시 택시에 올라탄 젊은이는 RM이었다.


 한국미술을 애호하는 RM의 광폭 행보가 미술계에서 신선한 화제다. 세계 각국을도는 바쁜 일정을 쪼개 전국 미술관과 갤러리, 아트페어를 가리지 않고 한국미술을 감상하는 모습이 올해 자주 포착되면서다.

 

 지난 6월 팬미팅차 부산을 찾은 RM은 시립미술관 별관 '이우환 공간'을 잠깐 찾았다. "잘 보고 갑니다. 선생님. 저는 '바람'을 좋아합니다"라고 쓴 방명록은 팬 사이에서 큰 화제가 됐다. 자유롭고 역동적인 화면의 '바람' 연작은 이우환 대표작으로 꼽힌다.


 지난여름 서울시립 북서울미술관에서 열린 한국 근현대 명화전 '근대의 꿈: 꽃나무는 심어놓고'도 김환기 '영원한 노래'와 나란히 선 RM 인증샷 덕분에 더 인기를 끌었다. 8월 휴가 중에 원주 뮤지엄산 '한국미술의 산책V: 추상화' 전시장에 나타난RM은 이탈리아 베네치아 포르투니미술관의 윤형근 회고전까지 다녀왔다. 지난 3일 방탄소년단 트위터에 '달 떴다'는 글귀와 함께 업로드된 사진 속 뒷모습만 나온 주인공도 용인 호암미술관 '한국 추상미술의 여정' 전시장을 찾은 RM으로 보인다. 남성은 김환기 전면 점화를 뚫어져라 보는 중이다.


 RM은 금호미술관 바우하우스 100주년 기념전, 세종문화회관 야수파 걸작전 등 외국미술 전시장에서도 곧잘 목격됐다. 하지만 절대적인 관람 비중은 한국 미술이다.

 

 연예인의 전시장 나들이는 새로운 일이 아니다. 이들의 발길은 나라밖으로도 향한다. 지난 봄에도 아트페어인 아트바젤 홍콩과 홍콩 M+ 미술관, 타이퀀(大館) 갤러리에서 여러 한국 연예인이 목격됐다. 미술시장 큰 손이기도 한 상당수 스타 연예인은 미술을 투자 관점에서 접근, 환금성이 좋다고 인식되는 외국 유명 작가를 선호한다. 이러한 컬렉션이 종종 TV 관찰 예능 카메라에 잡히기도 한다.
 미술계가 RM을 남달리 보는 까닭은 이러한 시류에 편승하기보다는 한국미술을 진지하게 알려고 애쓰는 태도 때문이다. RM을 만난 여러 인사는 전시 관람과 독서 등을 통해 한국미술을 파고든 흔적을 느꼈다고 입을 모았다.


 이승현 정동1928아트센터 예술감독은 14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모두 판화라도 좋다며 외국 작품에 목매는 시대에 아이돌 가수가 우리 미술을 배우려고 쫓아다니는 걸 보면서 한국 미술이 미래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싶었다"고 말했다.


 정종효 부산시립미술관 학예실장은 '이우환 공간'에서 RM을 만난 뒤 "모노하(物派)를 알고 단색화와 작가들을 알고, 동시대 미술 동향을 알고 있는 그였다. BTS의 가사와 곡들이 절대 우연이 아님을 보게 됐다"는 글을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올리기도 했다.


 RM이 공개적으로 관심을 드러낸 한국 작가는 이우환, 김환기, 윤형근, 김종학 등 원로가 다수다. 그가 앞으로는 본인 안목을 키우면서 중견·신진 작가로도 관심을 넓힐 것으로 미술계는 기대한다. 이른바 'RM 미술관' 명단이 업데이트되고 관람객들이 RM이 선 자리까지 찾을 정도로 팬덤이 미술계로도 유입되는 만큼, 미술계는 더 반가워하는 분위기다.


 한 갤러리 대표는 "허세나 투자 욕심 때문에 그림을 좋아하는 친구는 아니다"면서 "여러모로 우리 미술을 알리는 데 큰 힘이 될 것으로 생각한다"고 말했다.   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