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들, 대구살이 담은 미디어 작품 만들어 선뵈다

  • 진정림 시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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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6   |  발행일 2019-10-16 제11면   |  수정 2019-10-16
성서공동체FM 미디어제작교육
印尼·네팔 출신 등 수료생 15명
‘와룡시장 먹거리 구입법’ 등 상영

“안녕하세요. 나마스테. 리하오마. 쌀라마리꿈. 짜오 안. 즈드라스뜨브쮜…”

최근 대구 달서구 성서공동체FM에서 열린 ‘My life in Korea-이주민 미디어 제작교육’ 수료작품 상영회 현장은 인사말부터 다채로웠다.

이주민 미디어 제작교육은 본격적인 무더위가 시작되던 지난 6월23일을 첫수업으로 9월1일까지 총 10차례, 20시간의 교육이 매주 일요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이뤄졌다.

그야말로 대프리카의 뜨거운 열기마저 작품제작의 동력으로 적극 활용한 상황이었다. 수료요건은 총 7회 이상 교육에 참여했거나 1작품 이상의 영상제작을 한 경우다. 이에 총 15명에게 수료증이 발급됐고, 10여 편의 영상제작발표가 있었다.

이날 진행을 맡은 윤알렉산드라씨(러시아 출신 고려인3세)를 포함한 4명의 이주여성이 출연하여 인터뷰 형식으로 제작된 ‘와룡시장에서 몸에 좋은 먹거리 구입하는 비법’을 비롯해 △인터넷 검색으로 ‘맛난 빵 만들기’의 조리방법은 찾았지만, 레시피와는 전혀 다른 비주얼의 빵을 굽게 되었다는 익살스러운 내용 △럭셔리하게 바닷가 혹은 계곡에서 여름 휴가를 즐기는 실제 부부이야기 △술은 적당히 마셔야 한다는 내용을 여러 명의 친구들과 함께 직접 연기를 통해 보여주는 캠페인 느낌의 술이야기 등 저마다 특색 있는 영상을 3~5분 분량으로 제작 발표해 관객들로부터 뜨거운 호응을 얻었다.

피크리씨(26·인도네시아)는 자신의 휴일을 즐기는 방법 중 킥보드를 타거나 기타치며 노래하는 모습 등을 재미있게 영상에 담았다. 그는 김천에서 매주 1시간30분씩 버스를 타고 와서 수업에 참여할 만큼 열심이었다. 그는 “영화제작에 관심이 많고 앞으로 기회가 있으면 더 배우고 싶고 만들고 싶다”고 말했다.

왜관의 한 장갑공장에 일하는 라즈 림부씨(36·네팔)는 다큐멘터리 제작에 관심이 많아서 고가의 장비도 마련해 현재 뮤직 비디오도 촬영 중이다. 이번 교육을 통해 친하게 된 자스만씨가 뮤직비디오에 출연한다고 했다. 그는 “유튜브나 인터넷 등을 통해 다양한 감각을 익히는 중”이라며 열의를 보였다.

이날 방글라데시 출신 섹알마문 영화감독을 특별 초청, 강연회도 가졌다. 그는 “그 사람에 대해 모르면 나쁘게 얘기하기 쉽다. 하지만 이주민이 선주민들과 어울리다 보면 이주민에 대해 절대 나쁘게 이야기하지 않는다”면서 20년간 한국에서 살면서 어떻게 영화감독으로 자리매김하게 되었는지에 대한 이야기를 담담하게 풀어 나갔다.

이번 이주민 미디어 제작교육의 담당자인 미디어팀장 김상현씨는 “언어가 원활하게 소통되지 않아 무슨 메시지를 영상에 담고 싶어 하는지를 정확하게 파악하기가 쉽지 않았다”며 “휴일 특근에다가 심지어 종교행사로 빠지는 경우도 다반사였다”며 그동안의 어려움에 대해 이야기했다. 이어 그는 “이처럼 어렵게 끌고 온 미디어수업이 일회성으로 끝나지 않도록 재정 지원과 제작지원이 지속적으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한편 개국이래 14년째 이주노동자와 함께 하는 방송을 하고 있는 성서공동체FM은 이주노동자가 많은 성서지역의 특성상 그들의 다양한 수요에 여러가지 방법으로 접근하던 중 ‘시청자미디어재단’의 지원을 받아 이주민미디어제작교육을 진행하게 됐다.

진정림 시민기자 trueforest@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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