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조국 정국 감상법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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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6   |  발행일 2019-10-16 제31면   |  수정 2020-09-08
[영남시론] 조국 정국 감상법

조국을 보면 화가 난다는 분들이 많다. 조국은 이미 사퇴했지만, 조국정국에서 간취해내야 할 정치 포인트들이 많이 남아 있다. 그 중 중요한 핵심 포인트 세가지만 제시하겠다.

첫째, 조국과 조국이 소속되어 있는 진영은 권력을 잡는 과정도 표독스럽지만 일단 잡은 권력은 어떤 경우에도 놓지 않는 집요함이 있다. 어떤 사냥개는 목이 끊어져도 입에 문 사냥감을 놓지 않는다던데 조국과 그 진영의 권력에 대한 집착은 사냥개를 뛰어넘는 것 같다. “권력자치고 자기 권력을 순순히 내놓는 법이 있나”라는 상투적 얘기를 하자는 것이 아니다. 조국과 그 세력에게는 우리가 아는 정치 문법이 전혀 통하지 않는다는 뜻이다. 이들에게 권력은 이길 수도 질 수도 있는 게임이 아니다. 어떤 경우에도 이겨야만 하고 일단 권력을 잡으면 어떤 경우에도 그것을 지켜야 하는 전쟁이다. ‘여야 간 정권교체가 빈번하게 있어야 민주주의’라는 자유주의적 테제는 조국과 그 세력에게는 세상 모르는 아마추어들의 낭만적 헛소리일 뿐이다. 정치가 win-win이 가능한 비영합게임(Non-Zero-Sum Game)이어야 한다는 또 다른 자유주의적 주장 또한 조국과 그 세력에게는 한가한 소리로 들릴 것이다. “게임파트너가 아니라 격멸시켜야 할 적인데 그 적과 win-win이라니 말 자체가 성립 안된다”는 생각을 그들은 할 것이다. 그러므로 조국과 그 세력에게 자유민주주의는 목숨 걸고 지켜야 할 헌법적 가치가 아니라 권력을 잡고 유지하는 데 잘 이용해먹으면 되는 정치수단에 불과한 것이다. 자유민주주의가 목적이 아니라 수단이므로 이들에게 자유민주주의는 자신들에게 유리하고 필요할 때만 호출해 써먹는 편리한 도구다. 이를테면 박근혜 대통령을 탄핵하거나 ‘적폐청산’이라는 미명하에 정적을 보복, 제거할 때 말이다.

둘째, 조국과 그 세력은 처음부터 끝까지 철저하게 진영논리에 갇혀있는 사람들이다. 아무리 그쪽이라 해도 조국같은 사람에 대해 지지·수호를 외친다는 것은 정상적, 상식적으로는 생각할 수 없는 비정상, 몰상식의 상황이다. 이런 비정상과 몰상식이 공공연하게 표출되는 것은 진영논리 말고는 설명할 방법이 없다. 내편이면 아무리 큰 잘못이라도 작은 실수로 간주하고 내편이 아니면 아무리 작고 사소한 실수도 용서할 수 없는 큰 잘못으로 몰아붙이는 것이다. 겉으로는 ‘남에게 관대하고 자신에게 엄격하라’는 ‘춘풍추상’을 그럴듯하게 내세우지만 실제로는 ‘내가 하면 로맨스요 남이 하면 불륜’식의 ‘내로남불’이 부끄럼 없이 횡행하는 것이다. 이 같은 이중성과 위선도 진영 간 대결구도 속에서 다 해소된다고 믿는 것이 조국과 그 세력이다.

셋째, 조국과 그가 속해있는 진영의 사람들은 자신들이 대중을 이끌 자격이 있고 이끌어 갈 능력이 있다고 믿는 일종의 선민의식에 사로잡혀 있다. 말로는 국민을 얘기하고 국민의 법감정과 눈높이를 존중해야 한다고 하나 실제로는 국민의 법감정이나 눈높이 따위는 자신들의 지고지순한 목적에 비하면 중요하지 않다. 조국과 그 세력은 끊임없이 궤변으로 대중을 가르치고 지도하려 한다. 이들은 검찰에 의한 조국 수사가 아니라 조국에 의한 검찰개혁이 더 중요하다고 가르친다. PC반출은 증거인멸이 아니라 증거 보전을 위한 것이라고 교시한다. 이들이 이런 몰상식을 버젓이 공표할 수 있는 것은 조국, 유시민, 김어준 등 이 진영의 리더들이 무슨 황당한 소리를 해도 그걸 그대로 믿는 맹목적인 지지자 집단이 있기 때문이다.

참으로 다행스러운 것은 이들이 대한민국의 다수파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조국, 유시민, 김어준 같은 이 진영의 리더들이 지지자 집단에서 한 발짝만 벗어나도 아무런 설득력도 갖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조국정국 1라운드는 끝났지만 앞으로 2라운드가 상당기간 계속될 것이고 국민의 답답함도 더해갈 것이다. 그러나 분노하되 화내지는 마시라. 조국과 그가 속한 진영 사람들의 사고 방식과 행동양식의 자폐적 구조를 이해하면 화를 내는 것이 아니라 정당한 분노를 행동으로 표현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깨닫게 될 것이다. 그 행동이 바로 8월15일, 10월3일, 10월9일 광화문 집회였다. 10월25일 광화문 집회가 기다려지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고성국 (정치평론가·정치학 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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