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설리’ 悲報, ‘혐오 비즈니스’ 추방 계기돼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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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7   |  발행일 2019-10-17 제31면   |  수정 2020-09-08

배우 겸 가수 설리의 사망 소식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떼지어 쏟아내는 온갖 비방과 화려한 무대 뒤편에 존재하는 공허함에 속수무책으로 스러진 이는 설리만이 아니다. 불과 수개월전에 방송과 영화, 연극계를 누비던 30년차 중견 배우 전미선이 우리곁을 떠났다. 큰 폐해에도 불구하고 악플은 기승을 부리고, 우울증을 호소하는 연예인은 늘고 있다.

이렇게 된 근본 원인은 혐오 발언에 대한 사회적 규제가 제대로 마련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 영국, 독일 등과 달리 한국엔 ‘악플 금지법’이 없다. 설리의 사망 기사엔 입에 담지 못할 정도의 모욕적인 댓글이 달렸다. 포털사이트가 댓글 작성 규제를 제시하지 않고, 되레 혐오를 묵인해 돈을 버는 ‘혐오 비즈니스’를 펼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당장은 ‘베르테르 효과’를 막는 것이 급하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자살 사망자는 1만3천570명으로 전년 대비 9.7%나 늘었다. 지난해 자살이 크게 증가한 것은 유명인 자살 사건 후 모방 자살 효과의 영향이 컸던 것으로 추정된다. 2017년 12월 인기 아이돌그룹 샤이니의 메인보컬 김종현이, 지난해 3월에는 배우 조민기가, 7월에는 정의당 노회찬 의원이 자살로 생을 마감한 내용이 수차례 보도됐다.

이번에도 이른바 ‘베르테르 효과’라 불리는 자살 전염이 늘어날 개연성이 있는 만큼 우리 주변을 세심히 살펴볼 필요가 있다. 적극적인 관심과 용기가 한 생명을 살릴 수 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경희대 정신과 교수)은 “예전과 어떻게 다른지 관심을 갖고 지켜보면 밤잠을 못 자고 낮에 기운이 없다던가, 일에 집중을 못하고 멍해 보이거나, 한숨을 계속 쉬는 등의 모습이 관찰된다”며 “진지하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을 수 있을만한 조용한 공간에 함께 가서 구체적으로 물어보라”고 조언한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자살을 예방할 수 있는 사회 환경을 조성해야 한다. 도움이 절실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고, 극도의 절망감에 빠졌을 때 위로를 받을 수 있다면 자살을 기도할 가능성은 크게 줄어든다. 종교사회학 전문가인 정재영 교수(실천신학대학원대학교)는 “(자녀들에게) 사회에서 성공하고 최고가 되라고 하기보다 약한 사람을 배려할 수 있도록 가르쳐야 한다”며 “지역사회 취약계층에 대한 구체적인 지원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위기에 처한 사회 구성원들이 고립·단절감을 느끼지 않고 의지할 수 있는 공동체 환경을 만드는데 우리 모두가 적극 힘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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