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성] 보물과 보약

  • 남정현
  • |
  • 입력 2019-10-17   |  발행일 2019-10-17 제31면   |  수정 2019-10-17

사과가 건강에 좋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다. 얼마 전 돌아가신 한 어르신은 80세가 넘도록 골프를 즐길 정도로 건강을 유지했다. 비결을 여쭤보니 1년 내내 매일 아침 사과 한 개씩을 먹은 것이 건강을 지킨 방법이라고 했다. 경북 북부는 사과의 주산지다. 지역마다 사과축제가 열려 소비자들의 발길을 끌고 있다. 문경에서도 지난 12일부터 오는 27일까지 사과장터를 열고 있다. 아프리카돼지열병 탓에 축제를 장터로 바꿔 개막식 등 무대행사를 대폭 줄였지만 사과농가의 판매에 도움을 주고자 판매위주의 장터를 마련한 것이다.

우리나라 사과의 대부분은 만생종인 부사다. 10월말이나 11월초에 수확하는 부사는 맛이나 저장성이 뛰어나 이 시기에 맞춰 축제를 여는 지자체가 많다. 문경 사과장터의 주 품종은 감홍과 양광 등 요즘 출하가 한창인 사과다. 이제는 제법 이름이 알려진 감홍은 거의 문경에서만 생산되는 특산품종이다. 재배가 까다롭고 모양은 울퉁불퉁하지만 맛이 특별해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 가격이 다른 사과보다 비싸다는 불만이 있어도 마니아층이 생길 만큼 문경사과축제에서 인기를 차지하고 있다.

문경사과장터가 열리는 문경새재는 곧 단풍이 든다. 주흘산과 조령산 사이 계곡인 제1관문에서 3관문까지 7㎞에 이르는 산길의 단풍을 구경하는 것도 좋지만 문경새재의 가장 큰 매력은 이 구간을 맨발로 걷는 것이다. 이곳을 맨발로 걷는 사람은 발바닥의 지압효과로 보약을 한 첩 지어 먹는 것보다 낫다고 말한다. 지난 주말 필자가 걸어본 문경새재 황톳길은 지난 여름 맨발걷기 행사때 보다 곱게 잘 다져져 있었다. 이날도 맨발로 걸어 보약을 한 첩 먹었다. 차량 2대가 교행할 수 있을 정도로 넓은 문경새재 황톳길은 주변 풍광과 어우러진 우리나라의 보물이다. 서울의 한 사업가는 700여 회나 방문했고 상주의 어느 사업가는 외국 바이어가 올 때마다 문경새재 길을 걸으며 이야기를 나눈다고 한다. 그만큼 자신이 좋아하기도 하지만 외국인도 문경새재의 매력을 흠뻑 느끼는 것 같아서 만족스럽기 때문이란다. 이번 주말 문경새재 사과장터에서 사과도 맛보고 맨발로 걸으며 보약을 먹어보는 나들이 계획을 세워보는 것도 좋은 생각인 것 같다. 남정현 중부지역본부 부장

영남일보(www.yeongnam.com),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금지

오피니언인기뉴스

영남일보TV





영남일보TV

더보기




많이 본 뉴스

  • 최신
  • 주간
  • 월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