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주의 영화] 신문기자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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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18   |  발행일 2019-10-18 제42면   |  수정 2019-10-18
아베 정권 사학 스캔들 알리는 단 하나의 진실
20191018

도쿄신문 4년차 사회부 기자 요시오카(심은경 분)는 덕망 있는 기자였던 아버지의 죽음이 석연치 않다. 그녀의 아버지는 정부의 비리를 보도한 자신의 기사가 오보라는 정부측 발표와 함께 악성 댓글에 시달리다 결국 자살로 안타까운 생을 마감했다. 요시오카는 그런 아버지의 억울한 죽음 이면에는 분명 뭔가 다른 이유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던 어느 날, 익명의 제보가 신문사로 날아든다. 손으로 그린 양 그림이 첫 페이지를 장식하는 이 문서에는 내각의 대학 신설 계획이 담겨졌다. 주무부처인 문부과학성이 아닌 내각이 직접 대학 신설을 주도하고 있다는 점에서 요시오카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눈치챈다.

내무부 산하 내각 정보실에서 근무하는 스기하라 다무키(마츠자카 도리)는 임신한 아내와 태어날 아기를 생각하며 묵묵히 일하는 평범한 직장인이다. 종종 의문과 회의감이 들지만 정부와 고위 관료를 보호한다는 미명 아래 여론 조작과 가짜 뉴스 등을 만들어내고 유포하는 게 그의 업무다. 그런 그가 충격적인 소식을 접한다. 같은 부서에서 일했던 친한 선배의 갑작스러운 자살의 배후에 정부의 개입이 있었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많은 혼란과 갈등 끝에 스기하라는 ‘내부고발자’가 되기로 결심한다.

국가의 비이성적 행동에도 비판 하지 않는 언론
정권 의식 日배우 출연 거부, 심은경이 주연 발탁


도쿄신문 사회부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의 동명 저서에서 출발한 ‘신문기자’는 ‘저널리즘의 정의’란 과연 무엇인지 다시 생각하게 만든다. 사회의 공기(公器)로서 권력을 감시하고 견제하는 것이 본분인 언론이 국가의 비이성적인 행동에 문제를 제기하지도 비판하지도 않고 있다는 점을 엄중히 꾸짖는다.

모치즈키 이소코 기자는 아베 정권 사학 스캔들과 일본 미투 운동의 시발점으로 알려진 이토 시오리 사건으로 주목을 받았다. 이후에도 아베 정권과 관련한 부도덕한 사건들에 대한 날카로운 시각과 진실 규명에 대한 목소리로 ‘일본 언론의 상징’으로 불린다. 영화는 정부 권력의 거대한 힘 앞에서 기자 본연의 자세를 잃지 않았던 그의 행보를 요시오카에 투영시켜 느리지만 단단하게 나아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의도적인 증거 조작을 바탕으로 한 가짜 뉴스 유포와 댓글 부대를 투입한 여론 조작, 신상털기와 민간 사찰까지 자행하며 언론과 미디어를 자신들의 수족으로 여기는 영화 속 모습은 기시감을 불러 일으키는 동시에 한국사회의 민낯을 떠올리게 만든다. 다만, 인물의 내적 갈등에만 치중한 탓에 스릴과 반전을 요하는 상업영화로서의 재미는 덜한 편이다. 아베 정권을 의식한 일본 배우들의 고사로 인해 심은경이 요시오카 역을 맡았다. (장르:드라마 등급:12세 관람가)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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