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맘 상담실] 아이 스스로 잘못 깨닫게 하기

  • 최미애
  • |
  • 입력 2019-10-21 08:02  |  수정 2019-10-21 08:02  |  발행일 2019-10-21 제17면
“부모가 본 아이 잘못, 사실 아닐수도…성급한 판단 금물”
20191021
교사와 학생이 대화하는 모습. <대구시교육청 초등교육과 제공>

아이의 행동에 문제가 있어 부모로서 가르쳐 주고 타이르려고 하다 보면 오히려 서로 마음이 상해 화를 내거나 다투는 경우가 많다. 아이의 잘못을 잘 이야기 해주고 스스로 깨닫고 느낄 수 있도록 하는 방법은 없을까.

Q. 아직 성장하는 아이에게 부모로서 잘못된 점을 이야기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말도 못하게 하는 우리 아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까요.

A: 부모님의 답답한 심정에 저도 충분히 공감합니다. 부모로서 아이의 잘못을 바로잡고 가르쳐 주는 것이 마땅한 책임이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이처럼 좋은 의도로 시작한 일이 마지막에는 늘 아이와의 다툼으로 끝나는 경우를 많이 경험했을 것입니다. 이런 결과의 원인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오늘은 너무 빠른 판단과 평가라는 부분으로 이야기를 해 보려고 합니다. 사람은 누구나 판단 받고 평가 받기를 좋아하지 않습니다. 아이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 내가 잘못을 했다고 하더라도 그 일로 인해 판단 받고, 평가 받게 되면 잘못한 일에 대해 생각하기보다는 자신을 방어하게 됩니다. 그것이 때로는 부모에 대한 말대꾸와 저항으로 나타나기도 합니다. 부모님이 진정 원하는 것이 아이의 잘못을 지적하는 것이 아니라 잘못된 점을 스스로 느끼고 변화되기를 원하는 것이라면 아이의 행동을 너무 빨리 판단하고 평가하는 일을 잠깐 멈춰보기 바랍니다.


맞는 말이라 해도 평가받을땐 자기방어
사실확인-감정표현-요청 順 대화하면
아이는 공감·시인하고 행동 교정할 것


Q. 잘못된 모습을 보고도 무조건 기다리라는 건가요.

A: 화가 날 때 길게 심호흡을 10번 하듯이 잘못된 모습을 보고도 무조건 부모님이 인내하라는 말씀을 드리는 것이 아닙니다. 이런 예가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제주도에는 도깨비 길이라는 도로가 있다고 합니다. 분명히 그 길을 보면 내리막인데 그곳에 물건을 놓으면 거꾸로 올라간다고 합니다. 자연의 법칙을 거스르는 이상한 길이라고 해서 사람들은 그 길을 도깨비 길이라고 합니다. 수년 전 사람들은 그 길의 비밀을 과학적으로 분석해 보았다고 합니다. 그랬더니 실제 그 길은 주변 환경에 의해 내리막으로 보일 뿐 실제로는 오르막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일종의 착시현상이지요. 제가 이 예를 드는 이유는 분명 내 눈으로 확인한 불변하는 사실임에도 틀릴 수 있다는 것입니다. 하루에도 매우 많은 사건과 사고가 일어나는 학교에서 살아가다 보면 분명히 내 눈으로 본 일임에도 내가 생각한 것과 다른 경우가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경험하게 됩니다. 그래서 내가 목격한 것이 어떠한 것이라고 하더라도 혹시 사실과 다를 수 있음을 염두에 둔다면 판단과 평가를 유보하는 일이 좀 더 쉬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Q. 판단과 평가를 유보하고 어떻게 대화하면 좋을까요.

A: 사실-감정-요청의 순서로 이야기를 해 보길 권해드립니다. 형이 동생의 과자를 허락 없이 먹는 모습을 보았을 때의 간단한 예를 가지고 이야기를 해 보겠습니다. 부모님께서 본 사실이 아이가 한 일이 맞는 경우와 그렇지 않은 경우가 있을 텐데 2가지의 경우로 나누어 이야기를 진행해 보겠습니다. 만약 부모님께서 본 사실이 아이가 한 일이 맞는 경우라면 먼저, 목격한 그대로의 사실을 감정을 싣지 않고 확인해 봅니다.

“네가 동생의 과자를 허락 없이 가지고 가는 것을 본 것 같은데 그게 맞니”라고 말입니다.

다음은 그 일로 인해 부모님께서 느끼는 감정을 이야기합니다.

“그런 것이 맞구나. 네가 동생의 과자를 허락 없이 먹는 모습을 보니까 다른 사람의 물건을 소중히 여기지 않는 것도 같고, 과자가 없어진 것을 알고 슬퍼할 동생을 생각하니 나는 걱정이 되고 속상해”라고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아이가 행동했으면 하는 모습을 아이에게 요청합니다.

“다른 사람의 물건이 필요할 때는 허락을 받고 가지고 갈 수 있으면 좋겠어. 그리고 오늘 일도 동생에게 사실대로 이야기하고 사과할 수 있으면 좋겠다”라고 말입니다. 아이는 부모님께서 화를 내신 것이 아니라 걱정되고 속상한 감정과 부탁만을 들었기 때문에 자신을 방어하고 보호하려고 하지 않을 것입니다. 부모님의 마음에 공감하고 자신의 잘못을 시인해도 안전하다고 느끼며 잘못을 인정하고 행동을 수정하려는 모습을 보게 될 수 있을 것입니다.

한편, 부모님께서 본 사실이 아이가 한 일과 다른 경우라면 아이는 “그게 아니예요”라고 이야기하고 자신의 이유를 설명할 것입니다. 부모님께서는 잘 경청해 주고 “그랬구나. 나는 네가 동생의 과자를 함부로 먹는 줄 알고 걱정이 돼서 물어봤어”라고 이야기해 주면 됩니다. 이러한 형태의 대화가 반복될 때 아이는 먼저 물어봐 주고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부모님에 대한 신뢰가 생겨서 더 많은 대화로 이어질 수 있으리라 생각됩니다.

최미애기자 miaechoi21@yeongnam.com
▨도움말=박종석<대구신월초등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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