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밥상머리의 작은 기적] 인성교육 - 행복한 습관 ‘감사’

  • 박종문
  • |
  • 입력 2019-10-21 08:07  |  수정 2020-09-09 14:38  |  발행일 2019-10-21 제18면
“작고 사소한 것에도 항상 감사거리를 찾도록 해야”
20191021

새로 나온 책들을 살펴보려고 서점에 갔습니다. 여기저기 둘러보는데 감사에 대한 책들이 유난히 눈에 띄었습니다. 뿐만 아니라 다양한 제목의 감사노트들도 보였습니다. 연일 쏟아지는 끔찍하고 놀라운 뉴스들의 뿌리가 되는 사회, 가정, 자신에 대한 불평, 불만의 소리들을 줄여보려는 작은 노력이 아닐까 생각되어 내심 반가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이것저것 살펴보다가 책과 연둣빛 감사노트를 한 권씩 사서 가벼운 발걸음으로 돌아왔습니다. 집에 돌아와 책을 읽어본 후 두 가지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감사를 생활화하면 모든 것을 긍정적인 눈으로 보게 되어 마음이 충만해지고 기쁨이 솟아난다는 것, 실제로 성공한 사람들은 힘든 처지와 실패에 대해 불평하거나 좌절하지 않고 이를 감사하게 받아들임으로써 극복했다는 것입니다.

감사 생활화하면 모든 일이 긍정 변화
마음이 충만해지면 불평과 좌절 극복
부모·교사가 몸소 실천하는 모습도 필요


감사노트 쓰기 실천으로 삶이 달라졌다는 사람들처럼 해 보고자 노트를 펴고 하루를 돌아보며 감사한 일들을 몇 가지 적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막상 대여섯 가지 정도 적고 나니 더 이상 다른 감사거리가 떠오르지 않아 앞서 실천한 사람들의 체험담을 찾아보았습니다. 흔히 우리는 무언가에 성공했거나 좋은 일이 있을 때만 감사함을 느끼는데 그들을 통해 터득한 것은 생각의 방향을 바꾸면 나쁜 상황에서도 감사함을 찾을 수 있다는 것이고, 아주 사소하거나 당연하게 여겼던 것에서도 감사거리를 찾는 것이었습니다. 자동차 접촉 사고가 났다면 짜증만 낼 것이 아니라 ‘운전에 더 주의하게 깨우쳐 주셔서 감사합니다’처럼 그 상황에서 감사한 점을 찾는 것이지요.

세상을 살아가는 방법, 즉 처세술의 전문가라고 하는 데일 카네기는 이렇게 말합니다. “감사는 장미와 같아서 물과 거름도 주고 사랑해주어야 꽃을 피웁니다. 만약 아이들이 감사할 줄 모른다면 누구를 탓해야 할까요? 아마 우리 자신일 것입니다. 그들에게 감사하는 법을 가르친 적이 없는데 어떻게 그들이 감사할 줄 알기를 기대합니까?”

즉 감사하는 법에 대해 부모나 교사들이 가르쳐주고 몸소 실천하는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지요. 그래서 학생들에게도 감사를 좀 더 적극적으로 가르쳐 주고자 교실벽면에 나무모양의 게시판을 마련하고 붙임쪽지에 자신의 생각을 적는 마음나무 가꾸기 활동을 함께하였습니다. 3월에 실시했던 소망나무에는 잎이 무성했지요. ‘○○와 짝이 되고 싶어요’ ‘체육시간에 다른 반과 피구시합을 하고 싶어요’ ‘생일날 변신 로봇을 받고 싶어요’…. 각자 원하는 것이 무궁무진하였습니다. 그런데 5월의 감사나무에는 ‘부모님이 저를 낳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선생님, 공부를 가르쳐 주셔서 감사합니다’ 등 어버이날과 스승의날이 가까운 탓인지 비슷한 내용 서너 가지만 있었습니다. 그런 것 외에는 별로 감사할 것이 떠오르지 않는다고 합니다.

그래서 저는 학생들에게 예전에 들었던 ‘청원기도와 감사기도’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어떤 사람이 산길을 가다가 호랑이를 만나 다급해지자 위험에서 구해달라고 신에게 간절히 빌었습니다. 그러나 그 사람은 호랑이에게 잡아먹혔고, 죽어서 저승에 간 사람이 그렇게 간절히 기도했는데 왜 구해 주지 않았느냐고 신에게 따졌답니다. 그러자 신은 빙그레 웃으며 호랑이의 기도가 더 간절하더라 했고, 호랑이가 어떻게 말했는지 묻자 “신이시여! 저에게 맛있는 양식을 내려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했다는 겁니다. 결국 신도 자신이 바라는 것을 청하는 기도보다 감사기도를 더 예쁘게 본다는 이야기지요.

학생들에게 우리도 집이나 학교에 바라는 일보다는 있었던 일 중에 사소하고 당연한 것이라도 고마운 일을 찾아보라고 하자 아이들의 눈망울이 초롱초롱 빛납니다. “아침에 미역국이 너무 뜨거웠는데 어머니가 식혀주셔서 감사합니다” “국어 시간에 발표한 생각이 재미있다고 선생님이 엄지척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제법 구체적으로 감사거리를 찾아냅니다.

감사한 일 찾기를 하다 보니 옆 짝이 자기 책상 위를 침범한다고 늘 불평하던 여학생이 만들기 재료를 빌려줘서 고맙다며 옆 짝을 칭찬하기까지 합니다. 그 인사를 들은 짝은 하회탈이 되네요. 감사의 힘은 나 혼자뿐만 아니라 주변까지 행복해지는 마법을 지니고 있나봅니다. 사람들은 도움 받은 일이나 사람을 금세 잊어버리고 자신에게 해를 끼치거나 힘들게 한 것만 돋보기처럼 확대시켜 불평을 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불평불만에서 방향을 조금만 바꾸면 감사가 보이는데 말이죠.

이처럼 항상 감사거리를 찾으면 매사가 기쁘고 행복하게 느껴집니다. 행복해서 감사하는 것이 아니라 감사함으로써 행복한 것이지요. 저는 생각했던 일이 잘 안 되거나 힘든 일이 있을 때마다 서양 속담 ‘count your blessings’(당신이 누리는 축복을 세어보라)라고 조용히 읊조립니다. 잔소리 해주는 가족이 있는 것, 건강한 다리로 마음껏 걸어 다닐 수 있는 것, 학교에 들어서면 온갖 꽃들이 반겨주는 것 등 수많은 축복 속에 산다는 느낌이 들어 절로 감사기도가 나옵니다. 작고 사소한 모든 일이 감사의 대상으로 변하지요. 그러면 현재 맞닥뜨리고 있는 좌절, 속상함, 슬픔 같은 부정적 감정들이 슬며시 꼬리를 내립니다. 지금 불만스러운 일이 있으신가요? count your blessings!

임기숙<대구관천초등 교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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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종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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