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OTT’ 대전…국내 미디어시장 격변 예고

  • 윤용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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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1   |  발행일 2019-10-21 제23면   |  수정 2019-10-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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넷플릭스 등 글로벌 공룡 OTT(실시간 동영상 서비스)가 전 세계적 인기와 입지를 구축하고 있는 가운데 디즈니, AT&T 등 풍부한 IP(지식재산권)를 가진 기업들도 자체 OTT 서비스 시작을 발표했다. 불똥이 튄 국내 미디어 지형에도 급격한 변화가 예고된다. 이에 발빠르게 국내 방송사들은 합종연횡을 통한 돌파구 모색에 한창이다. 지난달 16일 지상파 3사와 옥수수의 통합 OTT 플랫폼 ‘웨이브’(WAVVE)가 출범했고, 다음날인 17일에는 CJ ENM과 JTBC가 합작법인 출범을 위한 MOU를 체결했다. 급변하고 있는 글로벌 시장 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적 선택인 셈이다.

◆플랫폼 다변화를 통한 무한경쟁

방송·영상 사업은 속도를 가늠하기 어려울 만큼 빠르게 변하고 있다. 여기에 발맞추기 위해선 차별화된 콘텐츠의 생산뿐 아니라 적절히 유통할 수 있는 시스템 구축이 필수적이다. KBS·MBC·SBS 지상파 3사의 합작 회사인 콘텐츠연합플랫폼(CAP) ‘푹’(POOQ)과 SK브로드밴드 OTT ‘옥수수’의 기업결합은 그 일환이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들의 기업결합 승인 결정에 대해 “국내 OTT 시장이 급속하게 변화, 발전하고 있고 사업자간의 경쟁이 치열하게 전개되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고 밝혔다. 이번 기업결합은 해외 OTT 업체에 대한 위기의식에서 비롯됐다. 동시에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폭을 넓히고 국내 미디어 전반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전략이 담겼다.


막대한 자본력 앞세운 넷플릭스
매력적인 투자처로 韓시장 주목
디즈니·AT&T도 경쟁 체제로


지상파+옥수수 ‘웨이브’ 출범에
CJ·JTBC 합작법인 MOU 체결
토종업체 경쟁력 확보 쉽지않아
영상 소비 트렌드 맞춤전략 필요


푹과 옥수수의 기업결합으로 탄생한 웨이브는 결과적으로 1천400만명의 구독자를 확보(기존 옥수수 가입자 1천만명, 푹 가입자 400만명)함으로써 유료 구독형 OTT 시장의 최대 점유율인 44.7%를 차지할 전망이다. 웨이브는 오리지널 콘텐츠 경쟁을 통해 2023년 말 유료가입자 500만명, 연 매출 5천억원 규모로 성장하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OTT 합작법인 출범을 위해 CJ ENM과 JTBC도 뭉쳤다. CJ ENM과 JTBC는 내년 초까지 양 사가 IP를 보유하고 있는 콘텐츠를 통합 서비스하는 합작법인(JV)를 설립하고, 티빙(TVING)을 기반으로 한 통합 OTT 플랫폼을 론칭하기로 합의했다. 글로벌 플레이어들의 각축장이 된 콘텐츠 시장에서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콘텐츠의 기획·제작 역량을 확보하는 것은 물론, 잘 만들어진 콘텐츠가 효과적으로 서비스될 수 있는 타깃별 최적의 플랫폼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에 뜻을 같이 했다.

CJ ENM 관계자는 “콘텐츠의 글로벌 경쟁력 확보를 위해서는 다양한 플랫폼에서 콘텐츠가 소비되고 그 수익이 콘텐츠에 재투자되는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며 “이를 위해 최고의 웰메이드 콘텐츠를 지속 제작하고, 통합 OTT 오리지널 콘텐츠 강화 및 타깃에 맞는 다양한 외부 콘텐츠 공급 확대 등 소비자들이 가장 편리한 방식으로 만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미디어 지형의 변화는 국내에만 국한된 얘기는 아니다. 미국은 일찌감치 방송사(콘텐츠)-방송망(유통)-TV 단말기(소비)로 연결되는 전통적인 방송산업 구조의 해체 수순을 밟고 있다. 국내외 할 것 없이 인터넷과 스마트폰으로 연결된 초연결 사회에서 읽을 수 있는 콘텐츠 산업 판도의 변화는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흐름이다.

◆양질의 콘텐츠 생산 동력은 제작비

방송통신위원회에 따르면 국내 OTT 이용률은 2017년 36.1%에서 2018년 42.7%로 증가했다. 또 국내 OTT 시장 규모가 2018년 5천136억원에서 2019년 6천345억원, 2020년에는 7천801억원으로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그만큼 OTT 시장에서 차별화된 콘텐츠의 중요성이 점차 커지고 있다.

질 높은 콘텐츠 생산 동력은 결국 제작비다. 넷플릭스의 경우 막대한 자본력을 바탕으로 자체 제작뿐만 아니라 외주 형태 제작을 통한 투자도 겸한다. 2018년 자체 콘텐츠 제작에만 80억달러(약 9조5천900억원)를 투자했다. 이를 통해 넷플릭스는 전 세계 190여 개국 이상에서 1억5천800만여명의 유료 구독 회원을 보유하고 있다.

넷플릭스는 매력적인 투자처로 한국을 주목한다. ‘아스달 연대기’나 ‘미스터 션샤인’같은 국내 드라마들을 비싼 값에 사들이거나 영화 ‘옥자’, 드라마 ‘킹덤’, 예능 ‘박나래의 농염주의보’ ‘범인은 바로 너!’ ‘YG전자’ 등 다양한 장르의 한국 오리지널 콘텐츠에 대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최근 세계 최대의 엔터테인먼트 기업 디즈니가 넷플릭스의 아성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디즈니는 넷플릭스에서 상영되고 있는 자사의 콘텐츠들을 회수해 자체적인 스트리밍 서비스 ‘디즈니플러스’를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현재 디즈니플러스 측에서 밝힌 콘텐츠는 8천편 이상이며, 앞으로 제작할 디즈니 플러스 오리지널 시리즈를 포함하면 그 숫자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OTT 시장 전체적으로는 이처럼 많은 변화와 성장이 이어지고 있지만, 기존 대형 업체와의 콘텐츠 양과 품질 등 종합적인 측면에서 격차가 상당하기 때문에 후발 업체의 진입은 상대적으로 쉽지 않은 상황이다. 웨이브와 JV같은 국내 토종 OTT가 출범했지만 아직 경쟁력이 미미할 수 밖에 없는 이유다. 그렇더라도 국내 콘텐츠 산업을 지켜내고 신흥 플랫폼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선 반드시 필요한 작업이다.

김광원 대중문화평론가는 “이를 위해 시청자의 콘텐츠 선택 폭을 넓히고 국내 미디어 전반의 경쟁력을 글로벌 수준으로 끌어올리기 위한 노력을 함께 이어가야 한다”며 “아직은 요원하게 느껴지겠지만 젊은 세대의 영상 소비 트렌드를 따라갈 체계를 갖춘 새로운 형태의 방송이 된다면 나름 경쟁력이 있다”고 말했다.
윤용섭기자 yys@yeongna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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