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시론] 유엔사 역할과 한국안보의 상관관계

  • 이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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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3   |  발행일 2019-10-23 제31면   |  수정 2020-09-08
20191023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10월24일은 국제연합일(UN day)이다. 1945년 유엔의 창설을 기념하기 위해 제정된 날이다. 유엔은 20세기 인류가 두 차례 엄청난 전쟁의 참화를 겪은 이후 이런 불행이 재발되지 않도록 집단안전보장을 합의하여 만든 국제기구이다. 즉 1·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독일이나 이탈리아·일본과 같은 국가의 침략행위가 발생할 경우 국제사회가 힘을 합쳐 이를 격퇴, 응징한다는 전략개념을 바탕으로 유엔헌장과 함께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를 구성하였다.

이후 유엔은 대한민국 정부 출범에 결정적으로 기여했을 뿐 아니라, 1950년 북한 김일성의 6·25 기습 남침시 안보리를 열어 공산군 격퇴 및 유엔군 창설 결의안을 채택했다. 미군을 주축으로 구성되어 한국에 파견된 유엔군은 일방적으로 밀리던 전세를 역전시키고 공산군을 군사분계선 이북으로 격퇴하는 전과를 올렸다. 결과적으로 절체절명의 위기에 처한 대한민국을 구하고 자유와 평화를 지켜준 것이다. 유엔군의 한국전 참전은 유엔창설 이후 첫 번째 집단안전보장의 성공적 사례로 기록되었다. 이런 이유로 우리는 1976년까지 유엔데이를 국경일로 제정하여 지켜온 일이 있다.

그런데 최근 우리 사회 일각에서 미국이 유엔군사령부(이하 유엔사) 역할을 강화하여 전시작전통제권 전환 이후 이를 통해 권한을 행사하려는 의도가 아니냐는 의구심이 제기되고 있다. 미국은 그런 의도가 전혀 없음을 재확인하고 있다. 이 시점에서 우리는 유엔사가 한국안보에 얼마나 중요한 의미가 있는지 바로 알 필요가 있다.

첫째, 유엔사는 한반도에서 전쟁 재발을 억제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유엔사의 평시 임무는 정전관리이다. 1953년 7월27일 체결된 정전협정은 한반도에서 6·25와 같은 전쟁의 재발을 방지해온 법적·제도적 장치이다. 정전협정은 군사분계선(MDL)과 비무장지대(DMZ)를 두어 남과 북의 군사력을 분리시켜 군사적 충돌 방지를 목적으로 제정된 것이다. 유엔군 사령관은 정전협정의 관할권을 행사한다. 즉, 비무장지대 출입과 이 구역 내에서 이루어지는 정전협정 이행과 준수 관련 사항을 관장하고 있다. 아울러 유엔사는 유사시 전력 제공자(force provider) 역할도 수행한다. 즉, 북한의 재침 등의 위기상황이 발생했을 때, 유엔안보리 추가 결의 없이도 지금의 유엔사를 통해 당시 참전국들은 합법적으로 병력을 다시 파견할 수 있는 제도적 장치이다. 그렇기에 우리 안보에 매우 중요한 의미가 있는 것이다. 더욱이 일본에 위치한 유엔사 후방기지들은 유사시 군수지원의 중심 역할을 맡게 된다.

둘째, 유엔사는 한미동맹의 중요한 상징이자 명분이다. 1950년 당시 유엔안보리 결의에 따라 유엔군은 미군을 주축으로 구성하고, 미군이 사령관을 맡고 유엔기를 사용하도록 했다. 당시 일본에 주둔하고 있었던 미 극동군 사령관인 맥아더 장군이 사령관을 맡게 되었고, 주일 미군을 주축으로 유엔군이 구성되었다. 정전 이후 체결된 한미상호방위조약에 따라 미군이 한반도에 주둔한다. 동시에 유엔사의 이름으로도 주둔하고 있다. 그래서 주한미군사령관은 한미연합사령관과 유엔군사령관이라는 직함을 가지고 있다. 이처럼 유엔사는 한미동맹의 중요한 명분을 제공한다.

이러한 이유로 북한은 유엔사를 유엔의 모자를 쓴 미군이라고 주장하면서 해체를 요구해왔다. 지금 한국안보는 위기상황이다. 북한 핵·미사일 역량은 고도화되는데 비핵화 협상은 지지부진하다. 남북관계도 얼어 붙어있다. 지금까지 북한 태도를 감안한다면 스스로 핵을 포기할 가능성은 희박하다. 비핵화 협상이 진행되는 동안에도 북한은 핵이나 미사일 역량 강화 활동을 멈추지 않았다. 금년 5월부터 최근까지 열 한차례에 걸친 북한의 신종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 발사 도발은 그들의 대남전략이 변화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명백한 증거가 된다. 그러기에 그 어느 때보다 한미동맹을 강화하고 유엔사의 역할과 기능을 적극 활용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유엔데이를 맞아 희생한 장병들을 추모하며 감사하자. 문성묵 한국국가전략연구원 통일전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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