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유미의 가족 INSIDE] 생후 36개월과 육아휴직 기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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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4 07:59  |  수정 2019-10-24 07:59  |  발행일 2019-10-24 제22면
[송유미의 가족 INSIDE] 생후 36개월과 육아휴직 기간
<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젊은 워킹맘으로부터 “아이를 언제 어린이집에 보내는 것이 가장 좋으냐”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그러면 만 36개월까지는 엄마와의 친밀한 관계에서 아이의 심리적 바탕이 만들어지기 때문에 최소한 만 3세 이후에 보내라고 권한다. 아이는 자신을 돌보아주고 감정을 달래주며 행동을 읽어주는 부모의 반응을 통해 자아를 형성한다. 세상을 밝게 보는 것, 스스로를 긍정적으로 보는 것, 스트레스에 대응하는 것 등 정서적 기초가 이때 생긴다. 만 36개월 이후 ‘대상항구성’, 즉 부모가 잠깐 사라져도 자신이 버려진 것이 아니고, 곧 엄마가 다시 올 것이므로 불안을 느끼지 않으며, 친구들과 어울리거나 스스로 장난감을 가지고 놀 수 있는 안정된 심리상태가 생기기 때문이다.

‘워킹맘’의 10대 자녀 사회성 부족
만 36개월 이전 친밀감 형성 문제
공무원처럼 최대 3년 육아휴직을

그러나 이런 답안은 현실에서 효과를 발휘하기 어려운 경우도 많다. 공무원들의 육아휴직 기간이 최대 3년인 것과는 달리, 일반 근로자의 육아휴직 기간은 1년이다. 직장으로 복귀해야 하는 워킹맘들은 생후 1년된 아이들을 시부모나 친정 부모에게 맡기거나 어린이집에 맡길 수밖에 없다. 워킹맘이 만 3년 이후 어린이집에 보낸다는 게 현실에서는 쉽지 않다.

우리 주변에서 가슴 아픈 현실을 여기저기서 마주하게 된다.

40대 후반의 워킹맘 A씨는 중3 외동딸을 보면 “가슴이 아프고 후회가 된다”고 했다. “딸아이가 초등학교 때까지는 공부도 잘하고 친구도 잘 사귀었던 것 같은데, 중학교에 진학해서는 친구들과 쉽게 사귀지 못했어요. 늘 혼자 있으려고 하고, 학교에서도 교회에서도 어울리지 못했어요. 학교에서는 가끔 친구들을 보지 않으려 점심도 먹지 않고 도서관에 가서 책을 읽었다고 합니다.” 딸아이의 사회성에 문제가 있다는 것을 알고 상담했던 A씨는 딸의 36개월 과정을 되돌아봤다. 생후 10개월쯤 시부모에게 아이를 맡기고 복직했다. 아이가 무던하게 잘 자랐다고 생각했는데, 돌이켜보니 그게 아니었다. 당시 시어머니가 교통사고로 몇 개월 입원하고 시아버지가 아이를 키우는 등 우여곡절을 많이 겪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A씨는 “저도 직장에 복귀해 일하느라 정신이 없었다”면서 “요즘에 생후 만 3년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는 아이에게 얼마나 미안한지 모른다”고 자신의 심정을 토로했다. 필자는 A씨에게 너무 자책하지 말라고 했다. A씨만 겪는 일이 아니고, 이제부터라도 그때 엄마가 해주지 못한 결핍된 요소들을 채워주라고 했다. 또 더디더라도 회복될 것이라고 위로했다.

또다른 40대 후반 워킹맘 B씨는 중2 아들 때문에 노심초사하고 있었다. 아들은 친구들과 잘 사귀지도 못하고 화가 나면 잘 싸웠다. 분노를 잘 조절하지 못했다. 친척집에 가도 겉도는 것이 눈에 띌 정도라고 했다. 대신 공부를 잘한다. B씨는 “아들을 낳고 나서 몸이 좀 아파 제대로 돌보지 못한 것 같아요. 어쩔 수 없이 그냥 아이에게 책을 보라고 던져주는 등 지금 생각하면 방치한 것 같아요”라고 했다. B씨처럼 시댁이나 친정에 맡기기 힘들었던 경우라면, 오히려 어린이집을 일찍 보내는 것도 좋았을 것이다. B씨에게도 너무 걱정하지 말라고 했고, 그때 제대로 주지 못한 엄마의 사랑을 지금부터라도 온전히 채워주라고 당부했다.

요즘은 부모가 아이를 만 36개월 동안 편안하게 키울 수 있는 환경이 못 된다. 36개월 이후 어린이집을 보내는 게 좋다고 했지만, 이게 정답이라고 보기도 어렵다. 아이의 발달 수준이나 특성이 다르고 부모의 처지나 아이를 대하는 태도도 다르며, 어린이집의 수준도 다르기 때문이다.

공무원인 경우 육아휴직 기간이 최대 3년 가능하고, 일반근로자는 1년으로 제한돼 있다. 이 차별은 언젠가 꼭 바로잡아야 한다. 아이 키우기가 참 힘들다는 부모들을 자주 만나고 있다.<행복한가족만들기연구소 소장 겸 대구사이버대 교수 songyoume@dcu.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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