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DJ DOC와 춤을 추며 치매 예방해요

  • 박종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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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입력 2019-10-28 07:57  |  수정 2020-09-09 14:40  |  발행일 2019-10-28 제17면
[향기박사 문제일의 뇌 이야기] DJ DOC와 춤을 추며 치매 예방해요

1994년 결성된 DJ DOC란 힙합 그룹은 ‘DJ DOC와 춤을’이란 신나는 노래를 발표하고 많은 국민을 신나게 하였습니다. 그 당시 디스코텍이란 곳에 가면 일상 스트레스가 쌓인 사람들이 번쩍이는 조명 아래서 이 노래를 신나게 따라 부르며 춤을 추며 일상의 고단함을 잊기도 했습니다. 향기박사도 노래방 조명 아래서 이 노래를 듣고 따라 부르며 신나게 시간을 보내면 정신건강이 조금은 나아진 느낌을 받곤 했습니다.

그런데 30년이 지난 지금, 그런 향기박사의 경험이 단순히 느낌만의 문제가 아니라 정말 향기박사의 뇌에서 엄청난 일이 일어나고 있었다는 것을 시사하는 연구가 발표되었습니다. 미국 MIT의 Li-Huei Tsai 교수 연구진이 2016년과 2019년 각각 발표한 연구결과에 따르면, 시각이나 청각 자극에 의해 발생한 특정 뇌파가 알츠하이머 치매의 병증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인지기능을 향상한다고 합니다. 먼저 2016년 ‘Nature’에 발표된 내용을 보면 깜빡이는 빛에 노출된 치매 동물모델의 뇌에는 특정 뇌파가 만들어졌고, 이 뇌파를 만드는 빛 자극에 규칙적으로 노출된 치매 동물모델의 뇌 속을 조사해보니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플라그가 줄어들어 있음을 관찰하였습니다. 과장하자면 쥐를 사이키 조명이 달린 디스코텍에 정기적으로 보내주니 치매 위험이 줄어들었다는 것이죠. 연구진은 40㎐(헤르츠) 주파수를 갖는 시각자극이 시각피질에 감마파를 유도한다는 것을 보여 주었는데, 감마파는 주의력과 기억력 등 정상적인 뇌 기능에 관여한다고 알려진 뇌파입니다. 감마파는 알츠하이머 치매 환자에게는 정상인에 비해 감마파가 적게 만들어진다고 알려져 있습니다.

이 연구진은 빛 자극에 더해 소리 자극에도 주목하였습니다. 빛 자극과 더불어 40㎐ 주파수를 갖는 소리 자극을 함께 결합하면, 그 효과가 더욱 강력해진다는 연구결과를 2019년 ‘Cell’에 발표하였습니다. 빛 자극과 소리 자극을 결합시켰더니 아밀로이드 베타 단백질 플라그 형성이 훨씬 더 줄어들고, 우리 뇌에서 기억과 학습이 중요한 역할을 하는 해마와 인지기능을 담당하는 전두엽 피질까지 그 효과가 미친다는 것을 보여주었습니다.

그런데 이런 놀라운 효과에도 불구하고 감마파가 어떻게 우리 뇌에 이런 보호효과를 가져오는지는 아직 연구가 많이 필요합니다. 그러나 이런 빛 자극이나 소리 자극은 다른 치료제나 치료기술과 달리 조금은 접근이 쉬운 비침습적인 방법으로 기술개발에 따라 크기를 줄여 휴대용으로 만들 수도 있어, 언젠가 집에서 손쉽게 사용할 수도 있다는 점에서 기대가 큽니다. 연구진은 감마파에만 주목하였으나 또다른 퇴행성뇌질환인 파킨슨병의 경우는 베타파가 관여합니다. 정상인의 경우 신체 운동 직전에 베타파가 억제되면서 자연스러운 동작을 취하는 반면, 파킨슨병이 진행되면 베타파 억제현상이 사라져 도리어 베타파가 증가하여 운동 기능에 문제가 생기게 됩니다. 따라서 베타파를 낮출 수 있는 시각 혹은 청각 자극을 제공할 수 있다면 이러한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기술개발이 충분히 가능할 것입니다. Tsai 교수 연구진의 연구결과는 감마파를 높여주는 빛과 소리 자극으로 뇌 건강을 지킨다는 것입니다. 그러니 노래방 조명 아래서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 DJ DOC의 노래를 신나게 따라부르며 춤도 추면 뇌 속의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그가 사르르 녹아없어지지 않을까요? 그래서 오늘은 신나는 DJ DOC의 노래로 마무리합니다!

“춤을 추고 싶을 때는 춤을 춰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춤을 춰요. 노래하고 싶을 때는 노래해요. 할아버지 할머니도 노래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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